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강동구 B, C호에 있는 D마트 상일점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6명을 사용하여 슈퍼마켓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할 때는 적어도 30일 전에 그 예고를 하여야 하며,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할 때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1. 4. 5.경 위 사업장에서 공산품관리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 E을 상대로 해고 예고를 하지 아니한 채 해고하면서 통상임금의 30일분에 해당하는 2,401,601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 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6110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 및 사정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과 E 사이 근로관계는 2021. 4. 3.경 두 사람 사이의 묵시적인 합의에 의하여 종료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2021. 4. 5. E을 해고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 운영의 D마트 상일점은 상시 6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비교적 소규모의 매장인데, E은 2020. 12. 19. 입사면접을 본 뒤에 2020. 12. 21.부터 근무를 시작하였다. 근로계약서상 E의 업무는 ‘매장업무(공산품/농산/배달 등) 매장공동업무 정리정돈 및 청소’이고, 근로일은 ‘화요일을 뺀 주 6일’이다.
E은 2021. 4. 3. 11:30경 피고인과 말다툼을 벌인 후 유일한 개인물품인 작업복을 챙겨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하였다. 이에 대하여 E은 또 다른 개인물품인 컵과 코팅장갑은 근무지에 그대로 놓고 갔다고 진술하나, 위 컵은 피고인이 근무자들에게 제공한 일회용 종이컵에 불과하고, 위 코팅장갑 역시 피고인이 근무자들에게 제공한 공용물품으로 E의 개인물품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E은 2021. 4. 3. 11:30경 자신이 관리하던 매장열쇠와 세콤카드키를 공용책상 위에 올려두고 근무지를 이탈하였는바, E은 매장 오픈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으로 매장 오픈 업무에 필수불가결한 매장열쇠와 세콤카드키를 피고인에게 반납한 것은 자신이 담당하던 업무를 더 이상 계속하지 않을 것임을 묵시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E은 위와 같이 자신의 유일한 개인물품인 작업복을 챙겨서 근무지를 이탈한 점에 대하여 위 작업복의 세탁을 위하여 가져간 것이라고 진술하나, E의 휴게요일이 화요일임을 감안하여 보면, E의 위와 같은 진술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욱이 E은 위와 같이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이후 2일 동안 무단으로 근무지에 출근하지 않았는데(2021. 4. 4. 및 2021. 4. 5.), 평소 E은 무단으로 결근을 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은 E이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한 2021. 4. 3. 저녁시간에 E을 대체할 구인공고를 올렸고, 2021. 4. 5.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E은 무단조퇴 및 2일의 무단결근 이후인 2021. 4. 5. 20:00경 피고인에게 “사장님, 내일 출근하겠습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는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E의 2021. 4. 3.자 사직의사를 번복’하는 취지의 의사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피고인은 2021. 4. 9. E에게 ‘2021. 4. 3. 오전근무까지 정산한 임금’을 지급하였고, E은 이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E은 2020. 12. 21.경부터 2021. 4. 3.경까지 불과 3개월 남짓 이 사건 매장에서 근무하였던 것이고, E 이외의 이 사건 매장의 다른 근로자 역시 높은 노동강도 등에 기인하여 장기간 근무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중 상당수가 명시적 사직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출근을 하지 않는 등의 행태로 근무를 그만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박소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