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6. 24. 선고 2021노1613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G, H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성이 있어 신빙성이 있고, 이 사건 회사로서는 근무일정 수립의 편의를 위하여 근로자들의 병가 신청을 거부할 동기도 충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성북구 B에서 C(주)를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 내용 중 임금, 복리후생 등에 대한 사항을 위반하여서는 아니 된다.

D조합과 E단체 F조합 사이의 단체협약서 제19조 및 임금협정서 제9조 제4항에서 “상병으로 인한 결근일수는 일할정산하되, 입원 및 골절환자는 20일간 유급처리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의 근로자 G이 2017. 6. 8.경부터 같은 달 17.경까지 10일간, 2017. 7. 27.경부터 2017. 8. 1.경까지 6일간 각 입원을 하였음에도 각 급여지급일에 임금 합계 1,259,904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근로자 H이 2017. 10. 20.경부터 같은 달 23.경까지 4일간 입원을 하였음에도 급여지급일에 임금 319,296원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임금 및 복리후생에 대한 단체협약을 위반하였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입원 사실을 알면서도 상병처리를 해 주지 않아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을 위반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이 사건 회사 노무차장인 I은 원심 법정에서, 위 근로자들이 상병 처리 해 달라거나 회사에 자신들의 입원 사실을 알리거나 하지 않았고, 상병처리에 필요한 서류도 제출한 바 없다며 G, H의 진술과 상반되는 진술을 하였다.

나.

H은 원심 법정에서, 2018년 8월경 피고인을 고소할 당시 단체협약 임금협정서를 보고 유급 상병처리 규정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렇다면 H은 2017년 10월경 입원을 마치고 난 후 회사에 단체협약에 따른 상병처리를 요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이는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한다.

다.

원심 법원의 사실조회 결과 및 피고인 측이 제출한 자료에 비추어 보면, H은 입원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진단서를 발급받아 그 진단서를 보험회사에 제출하였고, 회사에는 위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H이 진단서를 발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연가를 신청한 H의 입원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 라. 마찬가지로 G도 진단서 등을 발급받은 바 있으나, 위 서류는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데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G도 원심 법정에서 진단서 등 서류를 보험회사에 제출한 바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게다가 ① G이 입원하게 된 것은 협심증 치료를 위한 수술이었는데, 버스 기사가 협심증을 앓고 있어 버스 운행 중 갑자기 심장에 이상이 발생하면 탑승객뿐만 아니라 일반 공중의 교통에도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음은 경험칙상 분명해 보이는 점, ②

이에 따라 회사에서는 G이 소견서를 받은 J병원에 G에 관하여 버스 기사 업무에 종사하여도 될 정도로 건강상 문제가 없는지 조회하는 공문을 보낸 바도 있는 점, ③ 조회결과에 따라서는 회사에서는 G과의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G이 자신의 수술 및 입원 사실을 회사에 사실대로 얘기하면서 진단서 등을 제출하고 상병처리를 요구하였을 개연성은 낮은 것으로 보이고, G의 요청에 따라 G에 대하여 상병처리가 아닌 휴직 및 결근 처리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된다.

마.

이 사건 회사는 서울시 소속 버스회사로서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인데, 버스운송으로 얻은 수익은 모두 서울시에 납부하고, 근로자인 버스 기사들의 임금은 근무시간 등에 관한 자료를 서울시에 제출하여 서울시의 검수 후 서울시로부터 임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받아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상병처리를 거부하여 단체협약에 따른 임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사건 회사가 별달리 이득을 얻게 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상병처리 요구를 거부할 별다른 유인이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자들이 그 주장과는 달리 실제로는 피고인에게 상병처리를 요구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

당심의 판단

가.

G, H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제1심 증인의 진술에 대한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에,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취지 및 정신을 함께 고려해 보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는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 및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① 수사기관에서는 G, H이 입원 후 진단서, 입․퇴원확인서 등 관련 서류를 발급받은 사실을 주된 근거로 이 사건 회사가 상병처리를 거절하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위 서류들은 보험회사 제출을 위하여 발급된 것이고 이 사건 회사에는 제출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심이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특히 G의 경우에는 협심증으로 두 차례나 입원한 사실을 이 사건 회사에 알리는 것이 고용관계 지속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상당한 점, ③ H은 2018. 8.경에서야 비로소 상병처리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던 점, ④ G, H을 비롯한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들은 당초 연장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며 피고인을 근로기준법위반으로 고소하였는데, G, H은 당시에는 상병처리를 거절당하여 해당일수만큼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내용에 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2018. 8.경에서야 비로소 상병처리를 거절당하여 해당일수만큼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며 피고인에 대한 추가 고소를 하였던 점, ⑤ G, H과 피고인은 앞서 본 고소 등으로 인하여 관계가 상당히 악화되어 있는 점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사정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G, H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고,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당심에서 G, H 진술에 대한 신빙성 유무에 대한 판단을 원심과 달리 할 이유가 없다.

나.

이 사건 회사가 상병처리를 거부할 동기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회사의 수익 및 급여지급의 구조에 비추어 볼 때 상병처리를 거부하여 이 사건 회사가 얻는 경제적인 실익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이 사건 회사가 근무일정 수립의 편의를 위하여 병가신청을 거부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회사 측에서 일부 근로자에게 연가신청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적이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회사가 특정일에 근무할 근로자의 수가 현저하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일부 근로자의 휴무일을 협의 하에 조정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그것이 특정 근로자의 휴무를 연가로 처리할 것인지 병가로 처리할 것인지의 의사를 결정하는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검사는 상병처리를 하는 경우 그 만큼 근로자들의 연가가 소진되지 않고 남게 되어 전체적으로 근무일정 수립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는 막연하고 일방적인 추측에 불과하고 달리 그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합리적인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회사가 상병처리를 거부할 만한 동기가 충분하였다는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소결론

결국 원심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증거판단을 토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조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검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일승(재판장) 방진형 천무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