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E은 2020. 8. 29.경 피고와 사이에 근로기간을 2020. 8. 29.부터 2021. 1. 28.까지, 임금을 1일 8시간 일급 19만 원으로 각각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가 건축자재 정리 업무를 담당하는 F 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에서 인부 출퇴근 및 관리와 현장 정리 업무를 수행하였다.
E은 2020. 10. 18. 03:52경 퇴근 후 자택 안방에서 잠을 자던중 쓰러진 채 발견되어 G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어 진료를 받다가 2020. 10. 16. 06:44경 사망하였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E에 대한 시체검안서에는 사망의 원인이 "미상"으로, 사망의 종류가 "기타 및 불상"이라고 각각 기재되어 있었다.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E의 응급기록지상 "대동맥 박리 및 심낭삼출 소견"이 기재되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E이 심장질환에 의하여 사망하였다고 추정하면서 이 사건 사고와 E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사고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여 원고 A에게 요양급여 824,480원, 유족급여 및 장의비 42,195,830원 등 합계 42,020,310원을 지급하였다.
원고 A는 E의 처인 재산상속인으로서 상속지분이 3/7이고, 원고 B, C은 E의 자녀들인 재산상속인들로서 상속지분이 각 2/7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 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E은 이 사건 현장에서 일당제 근로자 출퇴근 업무를 포함한 인력관리로 인하여 스트레스가 가중된 상태에서 이 사건 사고 발생일 직전 2주간 근로기준법이 정한 1주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결과, 과로로 사망하게 되었다. 결국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근로자인 피고의 건강과 관련하여 안전보건 교육의 실시, 업무시간 및 휴게시간 조정, 스트레스 관리 등의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 내지 부작위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와 같은 안전배려의무 또는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는 E의 상속인인 원고들에게 E의 일실수익 26,269,396원(일실수익은 원고 A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상속분만 구한다)과 E의 위자료 5,000만 원을 상속분으로 나눈 금액에서 원고들 각각의 위자료 1,000만 원을 합한 금액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는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7087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가 정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참조).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인정 여부
근로복지공단이 E의 이 사건 사고 발생 전 1주간의 평균 업무시간이 61시간 26분으로서 그 전에 대비하여 53% 증가하여 단기과로에 해당하는 점, 이 사건 현장에서 E이 인력사무소와 팀원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면서 느꼈을 심리적 부담과 스트레스가 높았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 8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위 인정사실과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E이 이 사건 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또는 이 사건 현장에서의 업무로 인하여 E에게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사용자인 피고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거나 E의 신체상의 재해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E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 또는 피고의 과실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E은 이 사건 현장에서 일당제 근로자 인솔, 관리 업무와 현장 정리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통상 인력사무소에서 일당제 근로자들을 05:00에 태워 06:00 내지 06:30 무렵 이 사건 현장에 도착하였다. E은 이 사건 현장에서 09:00~09:30, 15:00~15:30에 각각 휴식시간을 가졌고 점심식사시간은 12:00~13:00이었으며, 16:00경 이 사건 현장에서 작업을 종료한 후 일당제 근로자들을 태우고 17:00경 인력사무소에 복귀하였다.
E이 이 사건 현장에서 근무한 기간은 2020. 8. 29.경부터 2020. 10. 17.경까지 50일이고 휴무일을 제외한 실근무일은 32일로서 비교적 짧은 기간이었다. 인력사무소 출발시간인 05:00를 직무의 시작시간으로 보는 근로복지공단의 판정결과에 의하면, E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전 1주간 61시간 26분, 이 사건 사고 발생 2주 전부터 1주 전까지 61시간 37분을 각각 근무하였으나, 이 사건 사고 발생 3주 전에는 1주 동안 19시간 27분을 근무하는 등 이 사건 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 약 8주 동안 주당 평균45시간 27분을 근무하였다.
E의 주된 업무는 6인을 1팀으로 구성하는 일당제 근로자들을 인솔하여 이 사건 현장으로 출근한 후 피고로부터 지시받은 일에 일당제 근로자들을 배치하는 것으로서 업무강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E의 동료 근로자 또한 "E은 일당제 근로자들을 인솔하고 관리하는 관리자급으로서 이 사건 현장에서 건축자재를 정리하는 작업은 거의 수행하지 않았고 일당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동안 차량이나 다른 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원고는 E이 2020. 10. 11.경 피고 측으로부터 일요일 출근을 요청받았으나 일당제 근로자들의 반대로 출근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피고 측으로부터 앞으로 일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것으로 오해하여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 사건 사고 전날에도 본래 나오기로 하였던 일당제 근로자가 나오지 아니하는 바람에 이 사건 현장에 30분 늦게 도착하여 재차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E이 2011년 1월경부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약 7개월간 경비업무를 수행한 것을 제외하고 줄곧 인부 관리 및 현장 정리 업무를 수행하였던 점, E이 2020. 10. 12.경부터 이 사건 사고 전날까지 계속하여 이 사건 현장에 출근하여 근무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E에게 과중한 부담이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설령 E이 위와 같은 스트레스로 인하여 업무상 부담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피고 또는 동료 근로자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호소하였다거나 피고가 이를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피고로서는 이 사건 사고 무렵 E에게 직무수행에 따른 스트레스 등에 대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E은 2018년과 2019년의 일반건강검진에서 의심질환이나 별다른 질환이 없었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응급실 기록에서도 별다른 기왕의 질환이나 신체상 문제를 언급하지 아니하였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주(재판장) 남민영 김지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