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피고는 C에게 건물 신축공사 중 조적공사 등(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을 하도급하였고, C은 원고를 고용하여 2019. 7. 25.경부터 2019. 10. 26.경까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근로를 제공받았음에도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라 직상 수급인인 피고는 하수급인인 C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8,767,978원[= 미지급 임금 3,190,000원(= 10,190,000원 – 근로복지공단 대지급금 7,000,000원) + 위 10,190,000원에 대하여 2022. 8. 4.까지 이미 발생한 지연손해금 5,577,978원] 및 그중 3,190,000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설령 이 사건 공사의 직상 수급인이 피고가 아닌 D 주식회사라고 하더라도, 피고와 D 주식회사는 상호가 유사하고 주소, 대표자 등이 동일하여 사실상 동일한 회사이므로, 피고가 D 주식회사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이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
피고
C에게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한 직상 수급인은 피고가 아니다. 피고와 D 주식회사는 별개의 회사이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가 없다.
판 단
피고가 이 사건 공사의 직상 수급인인지 여부
갑 제1 내지 3, 7, 11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피고는 2007. 10. 10. ‘D 주식회사’라는 상호로 설립되었고, 그 후 2011. 5. 30. 현재와 같은 ‘피고(B 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한 사실, ② 반면 D 주식회사는 2016. 11. 14. ‘E 주식회사’라는 상호로 설립되었고, 그 후 2017. 2. 28. 현재와 같은 ‘D 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한 사실, ③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의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상에는 ‘적법한 직상 건설사업자’로 ‘D 주식회사’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④ D 주식회사 대표이사 F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위반으로 공소제기가 되었는데(서울북부지방법원 2021고단2235, 같은 법원 2022노1326), 위 항소심 법원은 2023. 8. 22. ‘F는 D 주식회사의 대표이자 상시 근로자 9명을 사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로서 C에게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한 직상 수급인인데, F에게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라 C과 연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F가 고의로 원고의 임금을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원고의 임금 미지급 부분에 관하여 F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23. 8. 30. 확정된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의 직상 수급인은 피고가 아닌 D 주식회사라고 할 것이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법인격부인론의 적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 위배 여부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되어야 한다. 또한, 위와 같이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고, 그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 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며, 위와 같이 배후자가 법인 제도를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앞서 본 법인격 형해화의 정도 및 거래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와 D 주식회사는 그 목적이 건축공사업 등으로 동일하고, 그 주소가 서울 서초구 G건물, H호로 동일하며, 그 대표이사가 F로 동일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목적, 주소 및 대표자가 동일하고 상호가 유사한 회사가 여러 개 설립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각 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거나 또는 남용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② 피고와 D 주식회사의 설립 및 상호 변경 시점은 모두 C에게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하기 훨씬 전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임금 지급의무 등을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D 주식회사를 설립하였다거나 또는 채권자인 원고의 착오를 유발하기 위하여 ‘D 주식회사’에서 ‘피고(B 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하고 D 주식회사가 현재와 같은 상호를 사용하도록 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③ 피고와 D 주식회사의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다고 볼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④ 이 사건에서 소송상대방이 ‘피고(B 주식회사)’로 잘못 특정된 것에 지나지 않고, 피고가 제1심에서 변론재개를 신청하면서 이미 피고와 D 주식회사가 동일한 회사가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으므로 피고가 종전 주장과 모순된 주장을 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D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남용되었으므로 피고가 D 주식회사의 원고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를 책임져야 한다거나, 또는 피고가 D 주식회사와 별개의 회사라고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민소영(재판장) 전승환 김경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