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6. 1. 15. 선고 2024노901 판결

주문

피고인 A 및 검사의 각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양형부당)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 A이 피해자에게 식자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일시적으로 자금난이 발생하였기 때문일 뿐이어서 피고인 A에게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A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던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사실오인)

피고인 A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 A의 단독범행으로 판단한 뒤 피고인 A에 대하여는 유죄로 판단하는 한편, 피고인 B에 대하여는 피고인 A과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검사는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피고인 A 부분에 대하여도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항소하였는데, 이는 피고인 A이 피고인 B와 공모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원심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이다).

2.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며, 특히 물품거래관계에서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물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물품거래관계에서 물품을 공급받는 자가 물품대금을 마련할 방법에 관하여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였더라면 상대방이 물품을 공급하지 않았을 경우에 물품대금의 마련방법에 관하여 상대방에게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고지하여 물품을 공급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도3775 판결 등 참조). 또한 계속적인 물품거래관계에 있어 신용상태가 악화되어 물품을 공급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의심스러운 상황에 처하였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그 대금지급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물품을 공급받는 경우 편취의 범의가 인정된다(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도284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은 피해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상태에서 식자재 공급을 요청하여 피해자로부터 식자재를 공급받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 A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A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 A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고인 A은 2021. 11. 16. 수원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는데, 위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은 '피고인 A이 (주)D E 식당(이하 'E'이라 한다)의 실경영자로서 2020. 11. 20.부터 2021. 1. 31.까지 E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증거기록 제31면 참조). 위와 같이 피고인 A이 E의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던 시기는 피고인 A이 피해자에게 식자재 공급을 요청하기 직전으로, 위 요청 당시 피고인 A에게 식자재 대금을 변제할 능력이 없었음을 추단케 한다.

2)

피고인 A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A은 E의 영업을 통해 다달이 번 수익으로 식자재 대금을 변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증거기록 제264면 참조), 피고인 A이 피해자에게 식자재 공급을 요청하였던 시점(2021. 2.경)은 이미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창궐하여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이른바 펜데믹 상황이었던 점, 당시 음식점 등 사람들이 모이는 영업장에 대한 영업중단 내지 제한, 일정 인원 이상이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정책이 이미 시행되고 있었던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A은 직원들의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은 E의 운영이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아래 만연히 피해자에게 식자재 공급을 요청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 A은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에게 식자재 대금을 변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만일 피고인 A이 피해자에게 E 직원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면 피해자로서는 당연히 피고인 A에게 식자재를 공급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달리 피고인 A이 피해자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였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도 없으므로, 이 점에서도 피고인 A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3.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용인시 수지구 C에 있는 ㈜D(대표이사 B)의 'E 식당'을 공동으로 운영하였다.

피고인들은 2021. 2.경 위 장소에서 거래처의 소개로 방문한 피해자 F에게 "식당에 필요한 식자재를 납품해 주면 대금을 결제하겠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들은 당시 위 법인의 채무가 과다한 상태였고 다른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식자재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1. 2. 16.부터 2021. 3. 26.까지 약 9,975,510원 상당의 식자재를 공급받아 편취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B가 식자재 납품을 요청한 적은 없지만, 피고인 B가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의 대표이사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식자재를 납품받았다고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에 비추어, 피고인 B가 대표이 사 또는 공동운영자라는 사실만으로는 피고인 A과 공모하여 이 사건 사기 범행을 범하였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 B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B가 D의 대표이사이고, 피고인 A이 D의 감사인 사실, E은 2021. 2. 15. D의 지점으로 등기된 사실, 피고인 B가 E의 대표자로 사업자등록을 마쳤던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다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합하여 보더라도, 피고인 B가 E의 대표자였던 것을 넘어 피고인 A과 피해자 사이의 식자재 공급계약 체결에 관여하는 등 피고인 A과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 B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함과 아울러 피고인 A에 대하여는 피고인 B와의 공모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소장에 기재된 고소이유는 '피해자는 2021. 2.13. E에 방문하여 피고인 A을 만났고, 피고인 A이 "자신이 E의 대표이고 E 건물도 자신들의 것이니 물품대금 결제는 걱정하지 말고 식자재를 납품해달라"고 하여 그 말을믿고 식자재를 공급하였으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취지이고(증거기록 제4면 참조), 위와 같은 식자재 공급에 있어 피고인 B가 관여하였다는 내용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2)

또한 피해자는 2022. 11. 4. 수사기관의 고소인조사에서 '피고인 B가 저에게 식 자재를 납품할 것을 요청한 적은 없지만, 알고 보니 피고인 A이 아니라 피고인 B가 D의 대표이사였고, 피고인 A은 D의 감사였기에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식자재를 편취하였다고 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제24면 참조). 이는 피고인 B가 대표이 사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인 A과 함께 사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것으로서, 법률전문가가 아닌 피해자의 단순한 추측 내지 주관적 의견에 불과할 뿐이다.

3)

피고인 B는 2022. 5. 26. 별건 수사단계에서 '식당 운영을 직접 하지는 않고, 밑에 운영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 저는 거래하면 돈만 부친다'(증거기록 제95면 참조), '저는 IT하는 사람이라 고기 부위도 잘 모른다. 근데 법적으로 D 대표라 책임지려고 한다(증거기록 제97면 참조)', '피고인 A이 D 본사 승인을 받아 E을 개업한 것이고, 피고인 A이 현재까지도 운영하고 있다. D가 E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여는 하고 있다(증거기록 제117면 참조)' 등 자신은 E의 실경영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데, 피고인 A이 E에 근무하였던 직원들을 채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제295, 305면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A은 E 직원의 월급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약식명령상 피고인 A의 직업이 E의 실경영자로 기재되어 있는 점(증거기록 제36 내지 39면 참조) 등에 비추어 피고인 B의 위 진술은 믿을 수 있다.

4)

반면 피고인 A은 수사단계에서 피고인들이 E을 공동으로 운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원심 제3회 공판기일에 이르러서는 'E을 공동으로 운영한 사실은 없고 자신은 직원일 뿐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수사단계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는바, 피고인 A의 수사단계에서의 위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5)

한편 검사는 피고인 B가 수사단계에서 'E이 적자가 나면서 D에서 E의 물품대금을 변제하여 왔으나, 본사 직원의 횡령 문제로 경영이 어려워 변제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 B가 E의 물품대금 결제 등 자금 및 운영 관리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진술은 E이 D의 지점이기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법적 책임을 이행하는 의미로 D가 E의 물품대금을 변제해왔다는 취지로 이해될 뿐, 달리 피고인 B가 E의 운영에 관여하였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4.

피고인 A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 받아들이지 않음

가.

양형부당은 원심판결의 선고형이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비추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운 경우를 말한다.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은 이 사건의 경위, 이 사건 이후 약 3년이 경과하여 비로소 피해자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피해 금원 상당을 회수한 점, 피고인 A의 동종 전력, 유사 사건과의 양형상의 균형 등을 참작하여 약식명령의 벌금액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원심이 든 위와 같은 사정 이외에 당심에서 원심판결 선고 이후 새롭게 양형에 참작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이 없다. 피고인 A이 양형부당의 사유로 주장하는 여러 사정들은 모두 원심 변론 과정에서 드러나 원심의 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그 밖에 피고인 A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드러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 A의 위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A 및 검사의 각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김성훈 맹현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