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19. 7. 26. 선고 2017가단12831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 2호증, 을1,3,6,7호증(가지번호 있는 호증 포함)의 각 기재, 을 4호증의 1, 2의 각 영상 및 증인 C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가.

피고는 2016. 7. 1. 주식회사 D(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로부터 경기 가평군 E에 있는 D 연수원의 수영장 보수공사와 건물 내·외부 청소작업을 공사대금 27,060,000원, 공사기간 2016. 7. 1.부터 같은 달 31.까지로 정하여 도급받았는데, 수영장 보수공사는 직접 실시하고, 위 보수공사를 마친 후 건물 내·외부 청소작업은 C에게 하도급 주었다.

나.

C으로부터 일용직 근로자로 고용된 원고는 외부 유리창 청소작업을 위해 2016. 7. 4. 08:30경 위 연수원 건물 2층에서 1층으로 사다리를 내리는 작업을 하던 중 약 3m 아래로 사다리와 함께 추락하였다(이하 '이 사건 추락사고'라고 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추락사고로 인하여 우측 종골 골절, 우측 원위 요골 및 척골 골절, 우측 정중신경 손상 등을 입었다.

2.

손해배상책임의 존부에 관한 판단

가.

실질적 사용관계에 따른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 책임 인정 여부

1)

원고의 주장

가)

C과 원고는 위 청소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피고의 현장책임자인 F 이사로부터 구체적인 지시, 감독을 받았고, 피고로부터 정해진 일당 형식으로 보수를 받은 것에 불과하여 위 청소작업 하도급은 노무도급에 해당한다.

나)

피고와 C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으므로, 사용자인 피고는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로서 노무수급인인 C은 물론 노무수급인이 고용한 피용자인 원고에 대해서도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이 사건 추락사고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위 추락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또는, 원고는 C이 고용한 사람이 아니라 피고가 정해진 기한 내에 일을 끝내기 위해 일할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하여 C이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해 온 원고를 작업현장에 데리고 간 것으로, 원고도 C과 마찬가지로 피고의 피용자에 해당한다. 이 사건 추락사고는 위와 같은 피고의 피용자 보호의무위반으로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가)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지휘하거나 특정한 사업을 도급시키는 경우와 같은 이른바 노무도급의 경우에, 그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 도급인은 수급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보호의무는 실질적인 고용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로서 만일 실질적인 사용관계에 있는 노무도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노무수급인의 생명·신체·건강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 그 노무도급인은 노무도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참조).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증인 C의 증언만으로는 피고가 C에게 하도급 준 위 청소작업과 관련하여 일의 진행 및 방법 등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지시 또는 감독을 하였다거나,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와 C 사이의 위 청소작업에 대한 도급관계를 노무도급으로 볼 수 없다. 또한 피고가 원고를 직접 고용하였다거나, 위 청소작업을 지휘·감독 하는 등으로 원·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

따라서 피고가 노무도급인 내지 실질적인 사용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설령, 원·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하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과 을 8, 9호증(가지번호 있는 호증 포함)의 각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이 사건 추락사고가 발생한 D 연수원은 본관과 별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부지는 연수원 건물 뒤쪽이 높고 앞쪽이 낮은 지형으로, 본관 및 별관 2층 높이에 있는 건물 뒤쪽에 외부에서 진입할 수 있는 출입구가 있다. 건물 배치 현황 등은 별지 도면과 같다.

②

연수원 진입로에서 1층으로 가려면 별관 건물 뒤쪽에 설치된 계단을 통하여 아래로 내려간 다음 별관 건물과 부지 경계 사이에 조성된 다소 좁은 통로를 이용하여야 한다.

③

2층 높이의 연수원 진입로에서 볼 때 별관 건물과 본관 건물 사이에 베란다가 있는데, 이 사건 추락사고가 발생한 베란다 부분으로 이르기 전에 사람들의 통행을 막기 위한 허리 높이 정도의 난간이 있다.

④

원고는 C과 함께 외부 유리창 청소작업을 위해 별관 건물 뒤쪽에서 사다리를 1층으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통로가 좁아 힘들다는 이유로 별관 건물과 본관 건물 사이 베란다에 설치된 난간을 넘어 이 사건 추락사고가 발생한 베란다 부분으로 이동하였고, C이 1층으로 가는 동안 이 사건 추락사고가 발생하였다.

위 인정사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는 연수원 1층으로 사다리를 운반함에 있어 앞서 본 계단 및 통로를 이용함이 원칙이고 위 통로가 다소 좁아 불편할 수는 있지만 사다리를 운반하는 작업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님에도 힘들다는 이유로 위 계단 및 통로를 이용하지 아니한 점, 이 사건 추락사고가 발생한 베란다 부분은 이에 이르기 전에 사람들의 통행을 막기 위한 난간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원고는 위 난간을 넘어 이동하였고 그곳에서 이 사건 추락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입장에서 이 사건과 같은 추락사고가 위 장소에서 통상 발생할 것을 예측하거나 또는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피고에게 원고가 주장하는 보호의무위반이나 불법행위상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인정 여부

1)

원고의 주장

피고는 C에게 사업의 일부인 청소작업을 도급 주었고, 원고는 수급인인 C으로부터 고용된 피용자로 추락할 위험이 있는 높이 3m의 건물 2층에서 유리창 청소작업을 수행할 예정이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나 C에게 안전대를 지급하거나 추락방호망을 설치하는 등으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함으로써 이 사건 추락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산업재해예방조치 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2)

관련 규정

3)판단

가)

피고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의 사업주에 해당하는지 여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제1항에 따른 사업주'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에 규정된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를 의미하는데,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은 사업의 일부를 도급한 발주자 또는 사업의 전부를 도급받아 그중 일부를 하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수급인 등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게 그가 관리하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규정한 조항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의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은 사업주와 그의 수급인이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사업을 의미하고, 장소적 동일성 외에 시간적 동일성까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8621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D 연수원의 수영장 보수공사와 건물 내·외부 청소작업을 도급 받아 그 중 수영장 보수공사는 직접 실시하고, 건물 내·외부 청소작업은 C에게 하도급 주어 실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가 직접 실시한 수영장 보수공사의 완료 후에 하수급인 C이 청소작업을 실시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도급 받아 실시한 사업의 장소적 동일성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는 C이 사용하는 근로자인 원고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이 규정하는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피고의 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 위반 여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사업주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려면,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의무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8874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등 취지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위 가. 2)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추락사고는 사업주인 피고가 통상 사고발생을 예측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장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에 대한 산업재해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이 사건 추락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소결론

결국, 피고에게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주장에 관하여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이준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