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19. 12. 20. 선고 2018가단133738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4,101,467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12. 21.부터 2019. 12. 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7/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C’이라는 상호로 인테리어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2016. 3.경 서울 중구 D, 1층 E호(이하 ‘이 사건 매장’이라 한다)의 인테리어 공사를 도급받았고, 그 중 전 기․배선 공사(이하 ‘이 사건 전기 공사’라 한다)를 2016. 3. 6.경 피고에게 하도급주었다.

나.

피고는 전기공 F를 불러 2인 1조로 2016. 3. 6.경부터 2016. 3. 12.까지 이 사건 전기 공사를 진행하였는데, 2016. 3. 13.에는 개인 일정으로 참석이 어렵게 되자 하루 전날 원고 측에 그 사정을 알리고 대신 다른 사람을 보내기로 양해를 구한 다음, 피고가 가끔 전기 공사가 있을 때 불러 동행하거나 일을 소개하곤 하던 전기공 G에게 연락하여 다음 날(2016. 3. 13.) F와 함께 이 사건 매장에서 공사를 하도록 하였다.

다.

원고의 직원인 H 과장은 2016. 3. 13. 오전 8시경 이 사건 매장에 도착한 F와 G에게 계산대 아래의 콘센트 및 인터넷 배선 작업을 요청하였다. 이에 F는 계산대 아래에서 콘센트 작업을 하고 H과 G이 그 작업을 돕기 위해 계산대를 기울이던 중, 대리석이 부착된 계산대가 지나치게 무거워 위험이 예상되자 H은 G에게 ‘다른 인부들을 불러올 테니 더 이상 움직이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곧이어 G 쪽으로 기울어 있던 계산대가 넘어지면서 G의 왼쪽 다리가 계산대에 깔리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고, G은 2016. 3. 13.부터 2016. 9. 13.경까지 건강보험으로 국립중앙의료원 등에서 입원치료 등을 받았다.

라.

그 후 원고는 2016. 10. 18. G과 사이에 이 사건 사고에 따른 기발생치료비, 향후치료비, 후유증, 퇴직위로금 등 일체의 항목에 관하여 24,421,040원(이하 ‘이 사건 합의금’이라 한다)을 지급하고 합의하기로 하는 합의각서를 작성하였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6. 12. 5.경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여 G이 국립중앙의료원 등에서 건강보험으로 진료받음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22,583,850원을 원고가 부담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내용의 환수고지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 갑 2호증의 1, 2, 3, 갑 4호증, 갑 5호증의 1, 2, 갑 6,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G 등에게 구체적인 업무에 관한 지휘 및 감독을 한 사실은 인정한다(소장 참조). 그러나 피고 또한 자신의 근로자인 G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고,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의 또 다른 피용자인 F가 H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G에게 계산대를 더 기울이라고 하여 발생한 사고이므로 피고는 민법 제756조에 따라 F의 사용자로서 책임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지출한 이 사건 합의금 중 90%에 해당하는 21,978,936원(=24,421,040원×90%, 원고의 책임비율 10%를 자인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원고에게 환수고지한 22,583,850원(이하 ‘이 사건 환수금’이라 한다), 합계 44,562,786원을 부당이득반환금 또는 구상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피고는 이 사건 전기 공사와 별개인 CCTV 공사를 위해서 원고의 부탁을 받고 G과 F를 원고에게 소개했을 뿐 이들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G에 대하여 사용자로서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F의 사용자로서 불법행위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라 이 사건 매장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의무는 원수급인인 원고에게 있고, 근로기준법 제90조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의 재해보상 책임은 원수급인인 원고에게 있으므로, 피고에게는 보상책임이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응할 수 없다.

3.

판단

가.

피고가 G, F의 사용자인지 여부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는 반드시 유효한 고용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 아니고, 사실상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그 지휘․감독 아래 그 의사에 따라 사업을 집행하는 관계에 있을 때에도 그 두 사람 사이에 사용자, 피용자의 관계가 있다(대법원 1996. 10. 11. 선고 96다3018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을 2호증의 기재, 증인 G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 ① 피고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아니한 상태이고, 피고와 G, F 사이에 명시적인 고용계약이 체결된 바 없으며, 이 사건 사고 당일 피고가 현장에서 직접 지휘․감독을 수행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 전기 공사의 하수급인은 피고이고, F는 피고로부터 일당을 받는 조건으로 처음부터 피고와 함께 이 사건 전기공사에 임하였으며, G 또한 피고로부터 연락을 받고 피고 대신 이 사건 사고 당일 현장에 투입된 점, ② 이 사건 사고 당일 F와 G이 진행하던 공사가 피고가 당초 하도급받은 이 사건 전기 공사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으나, 설령 기술적으로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거나 중간에 추가된 공사라고 하더라도 위 공사는 이 사건 전기 공사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여전히 그 하수급인은 피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위 공사만 분리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F, G을 소개한 것으로 보는 것은 관련 당사자들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이 사건 사고 당일을 포함한 이 사건 전기 공사에 있어서는 피고가 G, F의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여부

1)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이러한 보호의무는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 여부와 상관없이 인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용자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 행위가 불법행위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G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사고 발생 전날 연락을 받고 피고 대신 공사에 투입되었으나, 공사의 구체적 내용이나 이 사건 매장의 현장상태 및 유의점 등에 관하여는 고지를 받지 못한 사실, G과 함께 계산대를 기울이던 H이 위험을 감지하고 주위의 도움을 요청하러 이동을 하였음에도 F는 이 사건 매장에 처음 온 G의 안전을 살피거나 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계산대 아래에서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증인 G은 F가 계산대를 더 기울이라고 지시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위 증언만으로는 그와 같은 F의 적극적 과실까지 입증하기는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는바, G의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G과 F에게 이 사건 매장에서 공사를 수행하는 과정에 유의할 점이나 필요한 안전교육을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아니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F의 위와 같은 과실도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기여한 바가 있으므로 F의 사용자인 피고는 민법 제756조에 따른 책임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2)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1호, 산업안전보건법시행령 제26조 제2항에 의하면,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고, 근로기준법 제78조 제1항, 제90조에 의하면,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리면 사용자는 그 비용으로 필요한 요양을 행하거나 필요한 요양비를 부담하여야 하되,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의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원수급자를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법 규정의 입법 취지는 통상 재정적으로 영세한 처지의 하수급인에 비하여 그 능력이 양호한 원수급인에게 보다 강한 안전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과 아울러 영세한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재해근로자가 재해보상을 충분하고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두텁게 보호하기 위함일 뿐, 위 법 규정으로 인하여 하수급인의 피용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나 사용자책임이 면책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위 법 규정에 따라 피고에게는 보상책임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원․피고의 책임비율

한편 앞서 인정한 이 사건 사고 발생 경위와 원․피고의 관계 및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매장에서 피고의 피용자인 G, F가 배선 작업을 할 때에 생길 수 있는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그와 같은 충분한 예방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일 무거운 계산대 이동을 위한 인력 10명을 예약해 두었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고, 계산대를 기울이던 중 위험을 감지하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러 자리를 비운 H의 행위만으로는 충분한 안전 조치를 취하였다고 보기 어려움), 원고 또한 이 사건 사고에 따른 G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와 발생원인, 사고 관련자들의 관여정도 및 원․피고의 지위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비율을 원고 70%, 피고 30%로 정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금 및 이 사건 환수금 합계 47,004,890원 중 30%에 해당하는 14,101,467원(=47,004,890원×30%)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소결

피고는 원고에게 14,101,467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7. 12. 21.부터 피고가 위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선고일인 2019. 12. 2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주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