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1억 원을 차용한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회사운영자금으로 사용하려는 목적이었지 양평수목원 사업에 사용하려는 목적이 아니었으며,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양평수목원 사업 관련 내용을 말한 사실도 없다. 피고인이 현재까지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사건 직후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고발되어 운영하던 업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지 피고인에게 이 사건 당시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1년)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해자 등을 증인으로 소환하여 신문한 후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에 대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합계 1억 원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이와 달리 원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원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7917 판결,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피해자가 최초 제출한 이 사건 고소장에는 "B으로부터 피고인을 소개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피고인이 자신에게 '회사의 좋은 사업 계획이 있으니 1억 원을 대여해 달라.', '피고인의 친형이 F이고 회사도 탄탄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였고, 이에 B의 소개도 있고, 피고인의 설득을 신뢰하고 대여하였는데, 알고 보니 대여 당시 회사의 사업 계획 등은 전혀 없었고, 기망행위의 수단이었을 뿐이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제2권 제5, 7면 참조). 즉, 피해자는 이 사건 초기 단계에서부터 피고인이 사업 계획 명목으로 돈을 차용해 갔으나, 나중에 보니 그 사업계획이 실재하지 않았음을 주장하였다. 피해자는 이후 경찰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면서부터 피고인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피고인이 전화를 통하여 양평수목원 사업과 관련하여 돈을 대여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를 믿고 1억 원을 대여해 주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이전까지 아무런 관계도 없던 사이인데, 피해자는 별다른 담보 없이<1> 피해자에게 1억 원이라는 거액<2>을 대여해 주었다. 피해자가 B과 잘 아는 사이이기는 하나, 이러한 거액을 차용인인 피고인 본인으로부터 아무런 사실관계(적어도 용도나 사업전망, 현재 상태 등에 대해서는 정보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확인 없이 무턱대고 대여해 주었다고 보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해자가 이 사건 대여를 함에 있어 B의 존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을 보더라도 단순히 B에 대한 신용만으로 피고인에게 1억 원을 대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궁극적으로는 피고인이 양평에서 추진하는 수목원 사업이 마음에 들어서 이를 위하여 1억 원을 대여하였다는 것이다(앞서 본 바와 같이 B이나 제3자가 아닌 피고인 본인이 소비대차계약의 보증인으로 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피고인이 이 사건 차용 당시 실제로 양평수목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던 사실 자체는 분명해 보이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받은 1억 원 중 2,500만 원을 곧바로 양평수목원 사업을 위하여 사용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은 1억 원 중 약 2,100만 원을 S에 대한 채무변제 용도로 사용하였는데, 이 채무는 2007년경 피고인이 아웃소싱업체를 운영하다가 발생한 밀린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차용할 때 발생한 채무였고, 이 사건 무렵 전화로 계속 독촉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증거기록 제1권 제15, 126면 참조). 이와 같은 피고인의 경제상태 내지 차용금 이용내역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당시 기존에 운영하던 주식회사 P 외에 수목원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하여 외부자금이 필요했던 상황으로 보인다.
B은 피고인이 수목원 사업과 관련하여 돈을 빌려줄 사람을 찾고 있어서 피해자를 소개시켜 준 것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B은 피고인보다는 피해자와 더 가까운 사이인데, 굳이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하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이 사건 금전대여를 무리하게 성사시킬 별다른 요인을 찾아볼 수 없다. B이 양평수목원 사업에 대해 깊이 검토하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피고인을 소개시켜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단순히 B만을 믿고 1억 원을 대여해 준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말을 듣고 양평수목원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믿어 1억 원을 대여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이상 피고인에 대한 사기죄 성립에는 별 문제가 없다.<3>
피고인은 피해자가 뒤늦게 형사고소를 한 것을 보더라도 피해자는 애초부터 양평수목원 사업과는 관련 없이 단순히 이자를 받기 위해 피고인에게 1억 원을 대여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2018. 10. 23.자 변론요지서 중 제10면 참조). 그러나 ㉠ 피고인도 '피해자가 자신의 사업규모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되고, 단순히 이자를 많이 준다고 돈을 빌려준 것은 아닐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증거기록 제2권 제152면 참조), ㉡ 피고인이 이미 이자를 반년 정도 연체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변제기를 연장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 점(증거목록 순번 22번), ㉢ 고소가 늦어지게 된 이유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터무니없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2012. 1. 2. 7천만 원을, 2012. 1. 3. 3천만 원을 지급받았고, 그 당일인 2012. 1. 3. 그 중 2,500만 원을 측량비용으로 바로 사용하였다(증거기록 제1권 제7면, 제2권 115면 참조). 이처럼 피고인이 대여금을 받은 당일 바로 그 중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양평수목원 사업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였다는 것은 이 사건 차용의 용도가 양평수목원 사업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계약서(증거목록 순번 21번)에 양평수목원 관련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는 않으나, 이 사건 계약 자체가 투자계약이 아닌 소비대차계약임을 고려하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계약이 양평수목원 사업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 외에도 D으로부터도 금원을 차용한 사실이 있는데, 차용액수나 이율 등이 이 사건과 유사하다. 그런데 D은 원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B을 통하여 피고인이 양평에 수목원 사업과 관련하여 돈을 빌려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피고인 형(T)의 명함을 받아 F 후보로 나온다는 말도 들었으며, 돈을 대여한 후 피고인을 직접 만나 수목원 사업이 완성되면 원금을 돌려주겠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99, 100, 102면 참조). 이는 이 사건 차용 역시 양평수목원 사업과 관련이 있음을 추단케 하는 사정이다.
피고인이 이 사건 차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고발되어 주식회사 P의 영업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피고인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양평수목원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장한 것 자체이다. 양평수목원 사업의 경우 양평군청에 2011. 11월경 사업제안이 들어와 관련법령 등을 검토한 이후 실제로 사업이 추진된 사항은 없는 상태이고(증거목록 순번 32번), 피고인으로부터 양평수목원인허가 업무를 위임받은 L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양평군 부지에 대한 대차 작업이나 각종 인허가는 진행되지 않는 상태였으며, 피고인이 지급한 설계대금 2,500만 원은 사업의 초기 작업과 관련된 것으로서 양평수목원 사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었다고 한다(증거목록 순번 16번). 피해자가 양평수목원 사업의 진행내역에 관한 위와 같은 내용을 인지하였다면 피고인에게 금원을 대여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러한 상황을 고지하지 않은 채로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한 이상 편취의 범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차용금을 가지고 개인적 목적이 아닌 주식회사 P의 운영경비로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심에서 일부 사정변경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편취금액이 1억 원으로 적지 않고, 피고인은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오랜 시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면서 여전히 피해자로부터 용서 받지 못하였다. 이러한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요소들과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에 대한 실형의 선고는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에게 동종범죄전력이 없고, 실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는 점, 판결이 확정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와 동시에 재판하였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당심에 이르러 편취금액 일부(4천만 원)를 공탁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건강상태,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이 사건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