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1992. 3. 10. 의료시설을 설치·운영하여 국민과 근로자를 위한 의료시혜 확대 및 사회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피고는 1995년경부터 의료시설 신축공사를 시작하였으나 자금난 등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못하여 설립목적 달성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피고는 적은 비용으로 목적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2012. 9. 7. 이사회를 개최하여 방문요양, 방문목욕 등을 시행하는 노인복지센터를 개설하고 그 개설비용으로 임대차보증금, 인테리어공사비, 월 차임 등을 지출하기로 하는 결의를 하였다. 이에 따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재가장기요양기관(방문요양, 방문목욕)인 피고 부설의 D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라고 한다)가 2013. 4. 22. 개설되었다.
이 사건 센터는 사회복지사인 시설장 1인과 10여명의 요양보호사 등을 두고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등급을 받은 65세 이상의 수급자의 주거지로 요양보호사를 파견하여 신체활동 등을 지원하거나 목욕을 제공하고, 위 공단 등으로부터 요양급여 등을 지급받았다. 피고는 이 사건 센터의 부족한 운영자금을 지원하기 위하여 2013. 5월경부터 2019. 8월경까지 사이에 이 사건 센터에 임대료 명목으로 매월 220만 원 가량의 지원금을 지급하였다.
원고 B의 남편인 F은 2012년경부터 피고의 회생절차 관련 업무 등을 수행하여 오던 중 2017. 9. 16. 피고와 사이에, ‘피고의 사업과 관련한 법인회생 보조업무 수행, 피고가 요청하는 기타 업무 수행’을 용역의 내용으로 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위 업무 등을 계속하여 수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F은 이 사건 센터의 개설을 위해 피고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이 사건 센터 현황자료를 주무관청에 보고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2019. 11. 20. F에게 용역 업무 종료를 이유로 용역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고, 2019. 12. 20. E를 2019. 12. 24.자로 이 사건 센터의 관리이사로 발령하였다. F은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가합102038호로 피고를 상대로 부당해고로 인한 미지급 임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F이 피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F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F이 서울고등법원 2021나 2027223호로 항소하였으나 위 항소심 법원은 2022. 1. 28. 같은 이유로 F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 센터에서 원고 A은 사무국장이라는 호칭으로 재직하면서 2013. 7월경부터 급여를 받아왔고, 원고 B는 센터장이라는 호칭으로 재직하면서 2017. 2월경부터 급여를 받아왔다. 원고 A은 2013. 7월 ~ 2018. 11월분 급여를, 원고 B는 2017. 2월 ~ 2018. 11월분 급여를 각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다가 각 2018. 12월분 급여부터 근로소득으로 신고하였다.
피고는 회생절차가 종결된 후 의료시설 신축공사를 재개하여 2018. 5. 17. 의료기관인 H병원을 개설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의 1 내지 갑 제4호증, 갑 갑 제54호증의 1 내지 갑 제61호증, 갑 제78호증의 1, 2, 을 제1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의 주장
피고는 사무국 업무부장인 F을 이 사건 센터에 파견하여 이 사건 센터의 개설 및 운영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시하였고, 원고들은 이 사건 센터의 운영업무를 수행하는 F과 사이에 이 사건 센터에서 근무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피고는 F과 E를 이 사건 센터에 파견하여 원고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의 총무이사 I을 통하여 이 사건 센터의 수입·지출 등을 보고하라고 지시하였고, 원고들은 정기적으로 F과 피고 사무국에게 이 사건 센터의 수입·지출 내역 등 운영현황을 보고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센터를 설립하고 지원금을 지급해주는 등 이 사건 센터를 소유, 운영하였고, 원고들은 이 사건 센터의 직원에 불과하다.
위와 같이 원고들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고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이다. 그런데 원고들은 이 사건 센터에 근무하면서 매월 최저 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받아 왔는데, 별지 기재와 같이 원고 A은 근무기간인 2013. 7월부터 2020. 1월까지 그 미달액 합계가 39,387,110원, 피고 B는 근무기간인 2016. 12월부터 2020. 1월까지 그 미달액 합계가 24,849,380원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의 사용자로서 원고들에게 최저임금 미달액인 위 각 금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는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의 경우를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센터가 피고의 이사회 결의에 따라 설립된 피고의 부설기관이고, 피고가 매월 이 사건 센터에 임대료 상당의 지원금을 지급해온 사실, 원고들이 이 사건 센터에서 사무국장 혹은 센터장으로 재직하여 온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5호증의 1 내지 갑 제53호증, 갑 제62호증의 1 내지 갑 제63호증의 3, 갑 제71호증, 갑제73호증의 1 내지 3, 갑 제79호증 내지 갑 제81호증, 을 제2호증의 1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주장에 부합하거나 부합하는 듯한 갑 제66호증의 1, 갑 제67호증, 갑 제 68호증의 1, 갑 제69호증, 갑 제74호증의 각 기재는 믿기 어렵고, 앞서 본 사정이나 나머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뚜렷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위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증거로 피고 명의의 표준근로계약서(갑 제1호증의 1, 2)를 제출하는 한편, 이 사건 센터에 파견된 피고 사무국 업무부장 F이 위 계약서에 날인한 후 그 원본을 가져가 피고 사무국에 보관하고 그 사본만 원고에게 교부하였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F이 피고의 사무국 업무부장이 아닐 뿐만 아니라 F을 이 사건 센터에 파견한 적이 없고, 위 계약서 원본을 보관하고 있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표준근로계약서(갑 제1호증의 1, 2)의 피고 명의 부분은 피고가 아닌 F이 날인하였다는 것이므로 원고들로서는 F의 위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자인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정당한 권원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 참조). 아래 ②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F이 피고로부터 원고들과의 근로계약 체결을 위한 대리권을 부여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갑 제1호증의 1, 2는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없어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 그 외 피고가 원고들을 고용하거나 원고들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볼 만한 처분문서나 증거는 없다.
원고들은 F이 원고들을 고용하였고 원고들의 업무를 지휘· 감독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믿기 어려운 증거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F을 고용하여 이 사건 센터에 파견하였다거나 F이 피고로부터 원고들을 고용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뚜렷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F은 피고와의 용역계약에 따라 피고 법인회생 보조업무와 이 사건 센터와 관련한 임대차계약 체결 등 피고가 요청하는 일부 법무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또한 F은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미지급 임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법원으로부터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받았고, 이는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들이 피고에게 이 사건 센터의 수입·지출 내역, 사업계획서 등 각종 자료를 송부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센터가 피고의 부설기관이고, 피고로부터 매월 일정액을 지원받는 점을 고려할 때, 원고들의 위와 같은 자료 송부는 피고의 자금관리 또는 관할관청 보고 등의 사무처리를 위한 피고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이 이 사건 센터의 운영현황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서서 업무 수행 과정에서 피고로부터 이 사건 센터의 운영 자체에 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원고들은 피고가 이 사건 센터의 임대료 외에 직원들의 급여까지 지원했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직원들 급여까지 지원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이 사건 센터의 주 수입원은 피고의 지원금,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관할 시청에서 지급하는 장기 요양급여, 수급자 본인부담금이고, 원고들은 이를 이 사건 센터 임대료, 직원 및 요양보호사 급여 등 이 사건 센터를 운영하는 데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피고에게 이를 사후적으로 보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원고들이 2018. 11월분 급여까지 각 사업소득자로 신고한 점, 원고들이 피고의 관여 없이 이 사건 센터를 대표하여 요양보호사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보이고, 위와 같은 고용이나 수입액 지출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들은 당초 피고가 파견한 F에 의해 고용되고, F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하였으나 F은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결이 확정된 점, 원고들은 상당기간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급여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도 피고에게 이에 관하여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아니하다가 F이 피고로부터 해촉 통보를 받자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원고 B의 남편으로 이 사건 센터 개설에 관여한 F을 통하여 이 사건 센터에서 일하게 된 것으로 보이고, 목적사업 수행을 위하여 이 사건 센터의 운영이 필요한 피고로부터는 임대료 상당의 지원금을 지급받되, 피고와는 독립적으로 요양보호사 등 제3자를 고용하여 수입활동을 한 후 급여와 운영비 등을 지출하고, 원천징수세액을 징수하는 등 원고들 자신의 계산으로 이 사건 센터를 독자적으로 운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2019. 12. 20. E를 이 사건 센터의 관리이사로 인사발령을 낸 사실, 피고가 2020. 3. 9. E에게 ‘이 사건 센터 폐업절차가 3월 중에 완료될 수 있도록 중간보고를 포함하여 철저히 지휘, 관리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사실, 피고가 ‘2020. 2. 20. 개최한 이사회에서 이 사건 센터의 폐업을 결의하였으니 센터장과 사무국장인 원고들은 이 사건 센터의 폐업절차를 조속히 착수한 후 폐업관련 증빙서 등 세부자료를 피고에게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E가 이 사건 센터의 관리이사로 발령받은 이후 원고들이 독자적으로 하던 이 사건 센터의 운영에 관하여 E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뚜렷한 증거가 없고, 원고 A이 피고를 상대로 폐업절차 시행지시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센터의 폐업을 결의함에 따라 원고들에게 그 절차의 진행과 관련한 지시를 하였다고 하여 원고들이 재직기간 동안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센터가 피고가 설립한 피고의 부설기관이고, 피고의 대표자가 이 사건 센터의 법률상 대표자인 사실, 피고 정관 제28조 제1항에 ‘법인사무국 및 시설에는 필요한 직원을 둔다’고 규정되어 있고, 원고들이 이 사건 센터에서 센터장과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사실, 피고가 2019. 5. 1. 원고 B를 이 사건 센터의 센터장으로 임명한다는 임명장을 수여한 사실, 피고의 재무제표에 이 사건 센터의 매출내용을 반영하고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들이 이 사건 센터에서 일하는 것이 피고의 명시적·묵시적 위탁이나 시설의 임대계약에 의할 수도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라고 단정할 수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와 원고들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광섭(재판장) 황기선 이상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