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주식회사 G(이하 ‘G’이라고만 한다)은 근로자 H에게 주야간 근무의 선택이나 1일 사납금액수 등에 관하여 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근무하게 해주는 대신에 야간근무수당은 매월 13일분만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한 바에 따라 야간근무수당을 지급하여 왔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매월 13일분을 초과하는 야간근무수당에 대해서는 이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알았고, 또 그렇게 안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노원구 F 소재한 G 대표로서 상시 15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택시운송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7. 4. 1.부터 2018. 12. 31.까지 운전기사로 근무한 H의 ’17년 5월 임금차액(야간수당) 85,764원 등 임금(야간수당차액) 합계 1,837,02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G과 H 사이에 야간근무수당은 월 13일분만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피고인이 야간근무수당 지급의무의 유무에 관하여 노사관계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적절하고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 확인하지 아니한 채 그동안의 관행에 기대어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인이 H에게 야간근무수당 중 월 13일분만을 지급한 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미지급 야간근무수당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이 H에게 야간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G의 통상적인 임금체계는, 택시기사들이 택시를 운영하여 얻은 수입에서 일정액을 사납금 명목으로 G에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이 갖는 한편 G으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G 택시기사들은 월 26일을 기준으로 13일은 주간근무, 13일은 야간근무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주간에만 근무하는 조, 야간에만 근무하는 조, 교대로 근무하는 조, 택시기사 1인이 택시 1차를 가지고 주·야간 정함이 없이 근무하는 조(이하 ‘1인 1차제’라 한다)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야간근무는 주간근무보다 수입이 많아 1일 사납금이 주간근무보다 많게 책정되어 있고, 1인 1차제는 택시기사의 재량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운행하여 그 수입을 가질 수 있어 주간근무나 야간근무보다도 사납금이 많게 책정되어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사납금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통상 택시기사들은 수입이 많은 야간근무를 주간근무보다 더 선호하였고, G과 노동조합은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고 주·야간 근무자들 사이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 주·야간 근무 등 근무형태에 상관 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한 달 야간근무수당 26일분 중 절반에 해당하는 13일분의 야근근무수당을 일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1인 1차제 근무의 경우 택시기사에게 운행시간에 대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어 택시기사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주간근무만 하거나 야간근무만 하는 택시기사가 있고, 실제로 1인 1차제 차량의 택시기사가 야간근무를 하지 아니하고 주간근무만 하더라도 야간근무 월 13일에 해당하는 야간근무수당을 지급받았다. 나아가 1인 1차제의 경우 택시기사가 야간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사납금을 납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도 않다.
위와 같은 G의 근로형태와 근로시간, 임금 및 사납금의 액수 등은 노사 간의 합의에 따라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서로 체결된 사항이고, 월 13일분에 해당하는 야간근무수당만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도 노사 간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서 이 사건이 발생한 무렵까지 약 15년 동안 유지된 오랜 관행이었다.
H은 주·야간 근무를 선택에 따라 근무하는 1인 1차제의 형태로 G에 채용되었고, H이 지급받은 임금에는 다른 택시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월 13일분의 야간근로수당이 포함되어 있다. 더욱이 H은 일정한 고정급이 없는 대신 통상의 1인 1차제보다 사납금을 적게 지급하고 초과운송수입금을 모두 지급받았으며, 입사 후 퇴직할 때까지 야간근무수당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제기도 하지 않았다.
택시기사들의 야간근무 여부는 타코미터 기록을 통해 일부 확인되는 것에 불과하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미지급 야간근무수당 금액은 H이 1인 1차제로 근무한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야간근무를 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계산이 되어 있으나, H이 1인 1차제로 근무하던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실제 야간근무를 하였는지 여부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G이 작성한 H에 대한 임금대장은 피고인 회사에서 세무신고 등을 위해 형식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임금대장의 기재를 그대로 실제 야간근무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위 제2의 가.항과 같다.
판단
위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그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헌석(재판장) 배관진 이길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