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개인 트레이너인 F이 주식회사 C와의 사이에 체결한 계약의 실질, F의 업무 내용 등을 고려할 때 F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가사 F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F에 대한 임금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체불한다는 점에 관한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성북구 B빌딩 8층에 있는 주식회사 C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를 고용하여 서울 성북구 D빌딩 소재 'C 헬스클럽' E점 등을 운영하며 서비스업을 하는 사용자로, 2014. 7. 1.부터 2017. 11. 28.까지 위 'C 헬스클럽' E점에서 트례이너로 근무하다 퇴직한 F의 2017. 11.분 임금 4,230,147원 및 퇴직금 16,434,340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운영하는 'C 헬스클럽' E점에서 개인 트레이너로 근무한 F이 실질적으로 동업계약 내지 개인사업자로서 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근로에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인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F은 'C 헬스클럽' E점에 자본이나 현물을 투자한 사실이 없고, 위 헬스클럽을 공동으로 경영하며 발생하는 이윤 등을 분배받은 사실이 없다. 오히려 피고인과 F이 체결한 합의각서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개인 트레이너가 입사하는 경우 영업목표치를 각 군(G, H, I, J, K)별로 구분하여 정한 후 이를 달성하면 승격, 미달성 시 아래 군으로 강등하는 등 영업목표치에 따라 승격 및 제재 규정을 정한 사실이 확인된다.
F과 같은 개인 트레이너는 오전 근무, 오후 근무로 나뉘어 있었는데, 오전 근무시간은 06:00부터 15:00까지, 오후 근무시간은 15:00부터 24:00까지로 정해져 있었고, 지각 시 벌점 규정이 있었으며, 퇴근 전 헬스장 청소관리 상태를 매니저로부터 확인받았던 점, F이 위 헬스클럽에서 3년 이상 계속적으로 트레이너로 근무하면서 피고인 등에게 매출 및 특이사항을 보고하고 구체적인 매출목표를 지시받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F의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와 업무의 내용이 지정되어 있었다.
개인 트레이너들은 위 헬스클럽에 등록된 회원들을 대상으로 운동방법 등을 지도하는 무료레슨(OT) 목표량이 정해져 있었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음 달로 이월하여 무료레슨을 하여야 하는 강제규정이 있으며, 월 목표(월간 70명) 미달성 시 G군에서 H군으로 강등되는 강제규정도 정해져 있었다. PT 수업도 위 헬스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센터 내에서만 진행되며, 매니저 또는 피고인의 지시 내용 등을 진행하지 아니할 경우 페널티를 받거나 고정급에서 차감하는 등으로 사용자인 피고인 등에 의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F에 대한 월별 보수지급내역서에 의하면, 보수 계산기간 및 정기지급일이 정해져 있었고, 영업지원금 명목으로 매월 100만 원의 고정급 항목과 근무일수에 따른 식대가 지급되었으며, PT 수업 진행 횟수에 따라 성과급 명목으로 수업비가 지급되었는바, 이는 실질적으로 F이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의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위 헬스클럽 내 소도구는 트레이너들이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있으나, 헬스기구 등 기계장비는 모두 피고인 소유 재산이고, 헬스기구 등 기계장비, 시설 관리 비용 등은 모두 피고인의 책임, 관리 하에 제공되었으며, F이 그 사용에 대한 대가를 따로 지불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이 F과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동업계약서'를 작성하였고, F에게 지급한 급여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근로계약에 있어서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개인 트레이너로서의 법률적 지위에 대한 명확한 사전 설명이나 합의 절차 없이 미리 정하였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당심의 판단
F이 근로자인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며(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 참조),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대한 위 여러 징표 중 일부 사정이 결여되었거나 다른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087 판결 참조),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두8436 판결 참조).
구체적인 판단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사정에 더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F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인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이 점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F은 2014. 7. 1.부터 2017. 11. 28.까지 약 3년 5개월간 피고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개인 트레이너로 종사하였다. F은 피고인과의 사이에 2014. 8.경 용역계약서를, 2015. 11. 16.경 이 사건 동업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나, 위 두 계약서 작성을 전후하여 F이 개인 트레이너로서 종사하는 업무 내용에는 변화가 없었고 그 계속성이 유지되었다.
F은 2014. 4. 1.부터 2017. 10.까지 매월 100만 원, 2017. 11.에 80만 원의 영업지원금을 지급받고, 2014. 4. 1.부터 2017. 11.까지 사이에 매월근무일수에 4,000원을 곱한 금액을 정액식대로 지급받았다(수사기록 70~109면).
특히 영업지원금의 경우 F의 실제 근무일수는 물론 소속 군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책정되었고(수사기록 87, 88면), 개인 무료 레슨횟수가 미달될 경우에 차감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바(수사기록 96면), 이는 F의 근로제공에 대한 고정적 대가로서의 성격을 지닌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과 F 사이의 동업계약서(공판기록 71~72면)에 의하면 피고인은 F의 PT 및 OT 지도 방법·내용, 계약 체결 내용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관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제8조 제7항), 이는 업무 자체의 특성 내지 업무 수행 방식에서의 상대적 자율성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피고인은 매니저 L, M 등을 통해 F에게 헬스클럽 내의 음악 재생, 환기를 비롯한 환경관리, 청소관리, 수업시간 준수 및 R 목표치 달성 등에 대하여 지시했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은 F의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 상당한 정도의 지시·감독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공판기록 297, 303, 305면).
위 동업계약서에 의하면, F은 피고인이 영업상 요구하는 사항이 기술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범위일 때에는 해당 행위까지 책임을 부담하고(제3조 제2항), 팀장이나 매니저의 직접적인 관리 감독은 받지는 않더라도, 팀장이나 매니저의 운용을 존중할 의무가 있으며(제8조 제8항), 피고인과 F 사이에 작성된 합의각서에 의하면(공판기록 73면), OT 교육비는 운영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며, 그 변동금액에 대하여 F은 일체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합의각서 제2조 제5항), F에게 피고인의 지시에 따를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위 동업계약서에 의하면, 피고인과 F은 계약 기간 중 각자 자유로운 해지권을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에 대하여는 별도의 위약금 조항 등을 두지 않고 있는 것과 달리, F에 대해서는 30일 전 통지 의무를 규정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30일분의 수업료를 위약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며(제11조 제1항), 계약이 해지 또는 종료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계약종료일로부터 1달의 여유기간 내에 자신이 계약한 PT 수업 및 예정된 OT 수업을 마쳐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잔존 수업횟수당 100만 원을 곱한 금액을 위약금으로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제11조 제2항).
만약 F이 독자적인 사업자로서 자신의 회원에 대한 수업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면 PT 수업 및 OT 수업을 이행하지 않은 부분은 해당 회원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책임을 부담할 것이지 피고인에 대하여 위약금을 지급하는 등의 배상의무를 부담할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피고인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관련 법리
임금, 퇴직금 등(이하 '임금 등'이라 한다)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은 주식회사 C와 별개로 'AF' 이라는 헬스장을 개업하여 운영하면서 'C' 소속 트레이너들에게 '매출 채우기가 힘들어서 4대보험 트레이너가 되고 싶은 사람은 4대보험 트레이너로 변경해주겠다'고 말하여 트레이너가 원하는 경우 PT 수업 없이 피고인이 정해준 시간대에 시설관리만 하면 되는 4대보험 트레이너를 모집하였고(수사기록 1016면), 트레이너들과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할 의사로 노무사 내지 변호사에게 자문한 결과 종래 '용역계약서'에서 '동업계약서'의 형태로 바꾸라는 조언을 받아 이 사건 동업계약서를 체결하게 되었다고 진술하는바(수사기록 1017면), 적어도 피고인으로서는 직접 고용하고자 하는 트레이너와 프리랜서 계약으로 독자적인 사업자 신분을 갖는 트레이너를 구분하여 계약관계를 맺으려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과 F 사이의 동업계약 및 합의에 의하면 피고인은 F이 개인사업자로서의 신분을 가짐을 확인하고, F은 자신의 책임에 따라 정해진 기간에 사업소득세를 신고 및 납부하여야 하며, 그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증을 계약 체결과 동시에 피고인에게 교부하도록 되어 있으며(동업계약서 제8조 제1, 2항), 피고인이 F에게 지급할 모든 수업료, 커미션, 성과금에 대하여 부가세 10%, 카드수수료 4% 이외에도 사업소득세를 공제 또는 원천징수한 뒤 지급하기로 약정되었는바(합의각서 제8조 제1항), 피고인은 자신과 동업계약을 체결한 F을 개별 사업자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고인은 이 사건 발생 이전인 2016. 11. 11.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서 C 소속 매니저로 근무한 AG이 피고인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 사건에 관하여 '진정인(AG)은 피진정인(피고인)과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회원 및 트레이너 관리, 지점 매출액 및 시설물 관리 업무를 위탁받아 이를 운영한 매니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행정종결 처분을 받기도 하였는바(공판기록 중 서울서부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 2017. 3. 13.자 사건처리결과 회신), 피고인과 매니저 또는 개인트레이너 사이의 계약관계가 근로계약에 해당한다는 것이 명확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으로서는 F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의 유무 및 그 범위에 관하여 다투어 볼 여지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항 기재와 같은바, 제4항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허경호(재판장) 김성래 조진용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