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 1. 21. 선고 2021노101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B, C, D은 동업계약 내지 도급계약의 당사자일 뿐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다.

나.

검사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노원구 E건물 F호에 있는 G학원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5명을 사용하여 학원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9. 5. 21.부터 2020. 5. 31.까지 근무한 B의 2020. 5월 임금 5,115,779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내역과 같이 퇴직 근로자 3명의 임금 합계 12,115,779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과 B, C, D(이하 통틀어 지칭할 때에는 ‘B 등’이라고 한다)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에는 피고인이 ‘사용자’, B 등이 ‘근로자’로 표기되어 있고, 업무내용, 계약기간,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있는 점, 특히 위 계약에는 B 등의 출퇴근 성적이 저조하거나 업무에 열의가 없는 경우, 학원 근무지침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업무명령을 거부하였을 경우 등을 근로계약 [해고] 해지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B 등에게 원생들의 진도사항, 다음 주 수업계획 등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라고 지시하거나 학부모들과 상담하고, 그 상담내용이나 학생들에 대한 지도내용을 구글 시트에 기재하도록 하는 등 학생들 관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한 점, B에게 교재제작, 커리큘럼 구성 등 수업 관리에 있어서는 상당 부분 자율권이나 관리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최종적인 결정권은 피고인에게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역시 B에게 학원운영에 대해 피고인이 결정한 사항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없었음을 인정하고 있는 점, 과외, 인강, 재수종합반 등 외부활동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어 있었으나 B은 거의 일주일 내내 피고인의 학원을 위하여 노무제공(수업 또는 교재제작, 학생관리 등)을 하여 B은 사실상 피고인의 학원에 전속되어 근무한 것으로 판단되는 점, 피고인이 B에게 퇴직금을 지급한 점, 사업소득세 원천징수 여부나 4대 보험 가입 여부는 사용자인 피고인이 우월적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B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점, C과 D이 내신기간 동안에 클리닉 수업을 하루에 몰아서 하고 나머지 근로기간 중 각 4일, 3일을 출근하지 않자, 피고인은 이를 질책하며 결근 일수에 하루 수당을 곱하여 월 임금에서 공제할 것을 요구하였던 사정에 비추어 C과 D에게 매월 지급되는 보수는 근로의 대가인 것으로 판단되는 점, C, D에게 본인들의 수업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일 외의 학원 운영에 관한 결정권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C, D에게 350만 원까지는 고정급으로 지급하였고, 학원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C이나 D이 그 손실부분을 부담하거나 학원이 지출하는 비용을 분담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B 등은 퇴사할 때까지 피고인이 운영하는 학원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근로자에 해당 여부

원심이 상세하게 설시한 각 사정들을 이 사건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하게 살펴보면, B 등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달리 원심판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고의의 존재 여부(직권 판단)

직권으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B 등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임금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결국 피고인이 B 등에게 2020. 5월분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①

B은 본인이 담당하는 원생의 학원비에 따라 고정급이 아닌 비율제 보수를 받아 왔고, 교재제작, 커리큘럼 구성 등 수업 관리에 있어서 상당한 자율권이 있었으며, B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기도 하였다.

②

C, D 역시 일정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고정급이 아닌 비율제 보수를 받아 왔고, 커리큘럼 구성 등 수업관리에 있어서 상당한 자율권이 있었으며, B의 소개로 학원에서 일을 시작하여 B과 함께 퇴사하였다.

③

B 등에게 적용된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은 없었고, 출퇴근이나 근로시간에 관하여도 피고인이 별도로 이를 엄격하게 통제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과 B 등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에도 B 등에게 위 학원과는 별도로 과외 등의 수업을 하면서 독립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정하기도 하였다.

④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B 등과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계약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위와 같이 B 등의 근로관계는 일반적인 근로자가 아닌 독립된 사업자로서의 징표도 상당부분 있었던 상황이었으므로, 전문적인 법률지식이 없었던 피고인으로서는 B 등의 근로자성을 쉽게 인식하기는 어려웠다고 보인다.

⑤

피고인은 B 등과 작성한 계약서에 명시한 위약금 조항을 이유로 B 등이 퇴사한 달인 2020년 5월의 급여에 해당하는 임금만의 지급을 거절한 것이고, 그 이전까지 B 등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은 이를 모두 지급하여 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 바, 이는 위 제2의 다. 2)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헌석(재판장) 배관진 이길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