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10. 18. 선고 2023고단1934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마포구 B건물, C동 3층에 소재하는 ㈜D의 대표자로서, 상시 1명을 사용하여 사업시설 유지 관리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00. 3. 1.경부터 2022. 4. 22.경까지 시설관리 업무를 한 E의 퇴직금 60,944,97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8.21. 선고 2001도2778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① ㈜D의 법인등기부에는 피고인이 회사 설립일인 2004. 8. 27.부터 2006. 1. 31.까지 이사로, 2006. 1. 31.부터 2012. 2. 10.까지 감사로, 2012. 2. 10.부터 2014. 8. 14.까지, 2014. 8. 25.부터 현재까지 각 사내이사로 재직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종전 대표이사 F이 사임한 2016. 1. 18.부터 현재까지는 피고인이 ㈜D의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것으로 등재되어 있는 사실, ② E이 ㈜D의 설립 당시부터 2022. 4. 22.경까지 ㈜D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음에도 그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 ③ E이 2023. 2. 13. ㈜D를 상대로 미지급 퇴직금 53,944,970원 및 이에 재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2023. 5. 16. 1심에서 무변론 원고 승소 판결(서울서부지방법원 2023가단209215)을 선고받은 사실, ④ ㈜D가 항소기간이 경과한 후인 2023. 6. 23. 추후보완항소를 제기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항소제기의 불변기간을 지키지 못한 것이 ㈜D의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2024. 2. 15. 항소각하 판결(서울서부지방법원 2023나45405)을 선고되어 결국 위 1심 판결이 확정된 사실, ⑤ G이 E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자신이 ㈜D의 실질적인 대표자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함과 아울러 참고인 조사에서도 자신이 ㈜D의 대표자라고 자인하는 진술을 하였던 사실이 확인되므로, 위와 같은 사실만 놓고 본다면 ㈜D의 대표자로서 사용자의 지위에 있던 피고인이 근로자인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D의 실질적인 대표자가 E이었고 자신은 E의 지시를 받는 이른바 '바지사장'에 불과하였으며, E에 대한 고소사건에서 수사기관에 ㈜D의 실질적인 대표자가 피고인이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고 참고인 조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은 모두 E의 지시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해명하는 점, ② ㈜D에서 E이 수행한 업무의 내용과 근무시간, 근무장소 등의 근로조건을 피고인이 지정하였다거나, E이 피고인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 점, ③ 2019. 5.경부터 2022. 4.경까지 ㈜D에서 경리·회계업무를 담당하였던 H은 E이 ㈜D를 상대로 제기한 위 민사소송의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D의 직원들은 피고인을 '소장'으로, E을 '이사'로 각각 호칭하였는데, 회사 업무와 관련된 지시는 E으로부터 받았고, 업무 보고도 E에게 하였으며, 피고인 역시 E의 지시를 받는 입장이었고, 회사의 의사 결정은 대부분 E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취지로 피고인의 해명에 부합하는 증언을 한 점, ④ 피고인이 증거로 제출한 2019. 9.경부터 2022. 10.경까지 피고인과 E 사이의 다수의 통화 녹음파일에서도, E은 피고인에게 반말을 사용하면서 회사 업무 전반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있는 반면, 피고인은 E에게 시종일관존댓말을 사용하면서 E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지시를 받고 E에게 조치사항을 보고하는 내용만 확인되므로, 오히려 피고인이 E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아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본 사실만으로는 E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E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