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4. 18. 선고 2023노58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에게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음에도 원심은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2022. 8. 23.부터 2022. 9. 13.까지 피해자들에게, 그 명의 계좌가 금융사기범죄에 이용되었으니 현금을 전부 인출하여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전달하라거나, 대환대출 관련 카드사로부터 고발조치를 당하였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증금이 필요하다거나 대출을 위한 추가예치금이 필요하다거나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여, 현금을 교부받아 편취하거나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공소사실은 아래 ‘다시 쓰는 판결 이유’의 ‘범죄사실’ 기재와 같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이 관여한 행위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이었음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하였다거나 예견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4.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사람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공동가공의 의사는 반드시 사전에 치밀한 범행계획의 공모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으며, 공범자 각자가 공범자들 사이에 구성요건을 이루거나 구성요건에 본질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분담한다는 상호이해가 있으면 충분하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6706 판결 등 참조).

(2)

고의의 일종인 미필적 고의는 중대한 과실과는 달리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법을 모두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미필적으로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용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편취하거나 미수에 그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1)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만 50세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우체국에서 4년 근무하였고, 그 후 식품회사에서 20년 동안 납품 배송 업무를 하였으며, 이 사건 범행 직전인 2022. 8. 10.까지 1년 8개월 동안 안마의자 설치기사로 근무하였다. 이와 같은 경력으로 보아, 피고인이 비정상적인 금전거래와 보이스피싱 범행의 연관성을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경험이 부족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2)

피고인은 경기 침체로 실직위기에 처하게 되자 인터넷 구직사이트인 ‘M’와 ’N‘ 등에 구직신청서를 올렸는데, 2022. 8. 초순경 ‘O’ P 팀장이라는 사람이 전화 및 카카오톡으로 ‘O는 무역, 도매, 종합컨설팅하는 회사이다. 문서대행배송업무를 할 사람을 구하고 있다. 이메일로 문서를 받으면 위 문서를 칼라로 출력해서 봉투에 넣은 다음 지시받은 주소의 우편함에 넣고 사진을 전송하면 된다. 기본급 150만 원에 문서 배달 한 건당 3만 원이다.’라는 설명을 하여, 피고인은 위 회사에 근무하기로 하고, 신분증을 촬영하여 P 팀장에게 보내고, P 팀장이 메일로 보낸 근로계약서를 출력하여 서명한 다음 위 근로계약서를 촬영하여 P 팀장에게 전송하였는데, 위와 같이 채용되는 과정에서 피고인은 인터넷으로 O를 검색하여 그 이름의 회사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확인하였을 뿐, P 팀장이 위 회사 소속이 맞는지 등 더 이상의 확인은 하지 않았고, P 팀장이나 위 회사의 직원을 만나본 사실도 없다.

(3)

피고인은 위 문서 배송을 10일 동안 10건 정도 하였는데, 피고인이 출력하여 배송한 문서들은 Z조합이나 카드회사 대표이사 명의의 문서로, 위와 같이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직인이 날인된 서류를 메일로 전달받아 칼라로 출력하여 배송하는 것은 통상적인 공문서와 사문서의 작성 및 교부 절차와 비교하여 매우 이례적이다.

(4)

피고인은 P 팀장으로부터 ‘일당을 더 줄 테니 O에 채무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 회사에 전달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이 사건 범행을 하게 되었고,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을 때마다 P 팀장이 그 전에 미리 텔레그램으로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만나면 ○○회사 △△팀장 소개로 왔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라고 지시하였는데, 그 때마다 위 회사와 직책 및 이름이 달랐다.

(5)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을 때에 돈을 세어보지 않았으며, 피고인이 지출한 교통비와 식비 등의 실비와 건당 6만 원의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돈을 P 팀장으로부터 지시받은 근처 은행의 ATM기로 가지고 가서 P 팀장으로부터 텔레그램으로 전달받은 여러 명의 개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를 이용하여 100만 원씩 나누어 무통장 입금하였는데, 피고인의 업무가 지시에 따라 장소를 이동하면서 현금을 교부받아 이를 입금하는 일에 불과하였으므로 건당 6만 원의 보수는 위와 같은 업무 내용에 비추어 비교적 큰 금액이었으며,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를 하면서 여러가지 의심스러운 사정이 많았음에도 이를 외면하였다.

5.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