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6. 5. 8. 선고 2024가단127345 판결

손해배상(기)

주문

1.

피고 B는 원고에게 1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4. 6. 19.부터 2026. 5. 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청구 및 피고 B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생긴 부분은 그 중 5/8는 원고가, 나머지는 위 피고가 각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C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1)

원고는 2008. 10. 28. D조합에 입사하였고, 위 D조합가 2014. 12. 26. 해산됨에 따라 2015. 1. 2. E조합(변경 전 상호: F조합, 이하 '이 사건 E조합'라 한다)에 채용되었다. 당시 형식적으로는 이 사건 E조합에 신규 입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나, 위 E조합가 원고의 기존 근무경력과 호봉 등을 인정해 줌에 따라 사실상 소속 등만 일부 변경되고 기존 직장이 유지된 것과 같았다.

2)

원고는 이 사건 각 불법행위 발생 무렵, 즉 2021. 1.경부터 2022. 4.경 사이에 이 사건 E조합 제2지점에서 주임으로 근무하였다.

3)

피고 B는 2020. 3. 1.부터 이 사건 E조합의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4)

피고 C은 이 사건 각 불법행위 발생 무렵 이 사건 E조합 본점에서 전무로 근무하였고, 2022. 12.경 위 E조합에서 퇴사하였다.

5)

G은 H조합(변경 전 상호: I조합)의 이사장이고, J은 G의 딸이다.

나.

신입사원 J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 및 원고의 2021. 1. 29.자 사직서 제출

1)

J은 2021. 1. 25. 이 사건 E조합에 입사하여 원고가 근무 중이던 제2지점으로 발령 받았고, 원고는 2021. 1. 26.부터 J의 교육담당자로 지정되어 기존 업무과 J에 대한 교육을 병행하였다.

2)

그 무렵 이 사건 E조합의 직원 중 일부가 J에 대한 개인정보를 검색하여 J이 H 조합 이사장 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러한 사실이 직원들 사이에서 공유되다가 원고에게도 전달되었다. 원고는 2021. 1. 28. J에게 아버지가 H조합 이사장이냐고 물으며 사내 메신저에 아버지 이름을 쳐보라고 하였다.

3)

G은 2021. 1. 29. 피고 B에게 전화하여 위와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강력히 항의하였고, 피고 B는 피고 C을 비롯한 책임자들에게 진상파악과 엄중한 조치를 지시하였다.

4)

피고 C 등은 2021. 1. 29. 원고 등을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한 후 경위서를 제출받았다. 피고 B는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후 피고 C에게 원고 등으로부터 사직서를 받으라고 지시하였고,<1> 원고는 2021. 1. 29. 상당한 심리적 압박 하에 '직원 개인정보 유출을 하여 사직합니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였다.<2> 위 사직서는 2021. 2. 2.

피고 B의 최종결재로 수리되었다.

다.

원고의 M중앙회 서울지역본부에 대한 민원 제기 및 이 사건 E조합의 복직 조치<1> 원고는 2021. 2. 1. M중앙회 서울지역본부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사직조치는 부당해고이므로 이에 대해 구제를 요청한다며 민원을 제기하였고, 위 서울지역본부는 원고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조사하였다.

2)

이 사건 E조합는 2021. 2. 8. 원고에게 2021. 2. 15.자로 제2지점으로 출근하라는 내용의 출근명령서를 통지하였다.

3)

M중앙회 서울지역본부는 2021. 2. 23. 원고에게 '귀하께서 제기하신 민원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이 사건 E조합의 인사·노무관리 업무 중 직원의 의사에 반하여 사직서 제출 강요, 퇴직조치 및 복직처리 등에 N조합 인사규정 및 노동관계법을 일부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따라서 M중앙회 서울지역본부에서는 본건 민원과 관련하여 이 사건 E조합에 지체 없는 복직처리, 미지급급여 지급, 인사·노무관리 철저, 사후 불이익 처분행위 등 금지를 골자로 하는 지도(조치)문서를 시행하였습니다', '조사기간중 이 사건 E조합에서 귀하에게 2021. 2. 15.자로 출근하라는 출근명령 문서를 2021. 2. 8.에 결재하여 같은 날 내용증명으로 통지하였음을 확인하였습니다'라고 회신하였다.

라.

피고 B의 2022. 4.경 발언 및 그 이후의 정황들<3>

1)

피고 B는 2022. 4.경 이 사건 E조합 본점 회의실에서 진행된 팀장회의에서 원고에 대해 '옛날 속담에 검은머리 짐승 거두면 안 된다는 말이 있듯이, 그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느끼고 있는데 그거 표현은 내가 안 하지만, 어쨌든 여기에서 충돌질을 하는 직원이 있었다는 거', '그러니까는, 그래서 내가 이 직원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이

러는 것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업무 외에는 사적인 얘기는 안 하는 게 좋다', 'A(원고)는 육야휴직 중이니까 몰라, 그 내용은. 출근 안 했어, 몰라. 그런데 누군가가 그걸 고스란히 지출결의서를 개한테 준 거야. 나는 이 사람은 난 용서 못 하겠어, 이 사람. 누가 줬냐 이거지. (중략) 그래서 이거 범인 잡는 사람 특진 시켜 줄 거다', '이사장하고 직원 관계는 가정으로 따지면 부모 자식 간의 관계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런데 자식이 부모를 이렇게 고발하고 이런 거는 패륜적인 거거든', '내가 하여튼 그 얘기는 안 했지마는, 어쨌든 두 직원<4>은 주홍글씨야, 주홍글씨, 주홍글씨라고. 주홍글씨가 됐다고. 그건 절대 그거는, 죽을 때까지 그건 안 없어지는 거야. 내가 회사의 이사장 고발했다는 거는 죽을 때까지 그거는 안 없어져. 자자손손 다 내려가'라는 등의 발언을 하였다.

2)

피고 B는 2023. 10.경 및 11.경 이 사건 E조합 직원 K<5> 등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아니 그런데 이게 지금 직원, 이제 내가 이제 지금 겪어보니까 O, L, A(원고)는 우리 조직에서 없어야 될 애들이었잖아, 어?', '그래서 나는 그 세 직원이 이게 회원 간에도 교란시키고 임원 간에도 교란시키고 직원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계속 그러는 거잖아', '아니 그러니까 지금 재직 중에 있는 애잖아. 어? 어? 재직 중에, 그것도 육아휴직 중에 있는 년이 어떻게 이런 행동을 취할 수 있냐고?'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이, 물론 이제 누구 편들라는 건 아니지만 분위기가 얘네가 정상이 아니잖아. 어? 누가 오더라도 이런 직원들하고는 일 못 해, 누가 오더라도. 어?'라고 언급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K은 2025. 7. 22. '피고 B가 공식 팀장회의나 약식회의 자리에서 원고의 소송에 대해 "주홍글씨다", "이사장을 고소한 것은 패륜이다", "그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

은 위험하다",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우물에 빠진거 건져놨더니 고소고발을 한다", "그런 직원은 조직에서 없어져야 할 사람들이다"는 등의 비판적인 발언을 반복하였고, 이러한 언사는 이사장의 지위에서 원고를 조롱하고 직장 내 따돌림을 주도한다는 느낌이었지, 부하직원을 잘 관리하라는 뉘앙스는 결코 아니었다. 직원들 간위축감을 조성하고, 피해자(원고)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3)

이 사건 E조합 직원 L<6>는 2025. 5. 13. '피고 B가 팀장회의에서 A(원고)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들을 하였다. 그 발언들은 단순한 질책 수준을 넘어서, 의도적으로 특정 직원을 낙인찍고 조직 내에서 배제하려는 목적을 가진 언행이었다. 당시 상황을 지켜보며, 본인 역시 A(원고)와 엮이면 피해를 보겠다는 불안과 위축감을 느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마.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의 과태료 부과

1)

원고는 2023. 12. 4. 이 사건 E조합 제2지점을 상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위반을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였고, 위 서울북부지청은 2024. 3. 25. 위 제2지점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를 위반하여 사업주로서 사직서 제출 강요를 지시하거나 직장 내 따돌림을 조장하는 발언, 그 밖의 패륜 관련 발언 등 적어도 2회에 걸쳐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하였으므로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취지의 사전처분 공문을 발송하였다. 위 사건처리결과는 같은 날 원고에게도 통지되었다.

2)

이에 대해 이 사건 E조합 제2지점이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위 서울북부지청은

2024. 6. 21.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유지하되, 과태료 부과기준 적용이 잘못되었다며 그 액수만 300만 원으로 정정하였다.

3)

이 사건 E조합 제2지점은 2024. 9. 11.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과85호로 과태료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25. 3. 28. 앞서 본 피고 B의 언행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위 제2지점에 대해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대해 위 제2지점이 서울북부지방법원 2025라194호로 항고하여 현재항고심 계속 중이다.

바.

원고의 자녀 출산 및 퇴사

1)

원고는 Q 임신 37주에 진통, 자궁파열 위험성 등으로 제왕걸개로 자녀를 출산하였고, 그 자녀는 2024. 4.경 의사로부터 언어발달 지연 등의 증상이 관찰되어 치료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았다.

2)

원고는 2025. 8. 1. '지속적 직장 내 괴롭힘, 피고 B의 부당행위 및 정신적 고통의 사유로 2025. 8. 5.자로 사직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한 후 이 사건 E 조합에서 퇴사하였다.

[인정근거]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 없거나 명백히 다투지 아니하는 사실, 갑 제1, 3, 4,6 내지 11,<7> 13 내지 20, 22, 23, 26 내지 28, 31 내지 33, 36, 37, 41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1, 6, 7, 10, 25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참조).

나.

피고들의 2021. 1. 29.자 사직서 제출 강요에 대한 판단

1)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은 이 사건 E조합의 이사장 또는 직장상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원고를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그 의사에 반하여 사직서를 작성·제출하도록 하였고, 그 과정에서 징계위원회 개최 등 혐의를 소명할 기회를 제대로 부여하지도 않았으며, 이로 인해 원고에게 오랜 기간 근무한 직장에서 갑자기 퇴사케 함으로써 참기 힘든 정신적 고통을 주었을 것임은 넉넉히 추단되므로, 피고들의 2021. 1. 29.자 사직서 제출 강요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8>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은 공동하여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들은, 원고는 사직서를 작성한 2021. 1. 29.경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

고 할 것인데,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24. 6. 4.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위 손해배상청구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원고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E조합 제2지점에 대해 500만 원의 과태료 부과 사전처분 통지를 한 2024. 3. 25. 또는 위 과태료를 300만 원으로 정정하겠다고 통지한 2024. 6.경에서야 손해 및 가해자들을 알았다고 보아야 하는데, 그로부터 3년 내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다툰다.

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2249 판결,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다88832 판결 등 참조). 위 단기소멸시효는 형사상의 소추와는 무관하게 설정한 민사관계에 고유한 제도이므로 그 시효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관련 형사사건의 소추 여부 및 그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진행한다(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다34126 판결 참조).

다)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그로부터 추론되는 사정, 즉 ①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사직서 제출을 강요당한 2021. 1. 29. 그 부당성, 위법성을 강하게 느끼고 그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② 그에 따라 원고는 2021. 2. 1. M중앙회 서울지역본부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사직조치는 부당해고이므로 이에 대한 구제를 요청한다며 민원을 제기하였고, 2021. 2. 23. 위 서울지역본부로부터 이 사건 E조합, 즉 피고들의 사직서 제출 강요, 퇴직조치 등에 법 위반 사실이 있음을 확인하였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은 점, ③ 그렇다면 원고는 늦어도 2021. 2. 23.경에는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한 점, ④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하는데,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는바(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두13012 판결 등 참조), 원고가 비록 법률전문가가 아니라고 하여도 이는 권리행사에 있어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아닐 뿐만 아니라, 원고는 그 즉시 부당해고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할 정도로 일반적인 수준 또는 그 이상의 법률상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⑤ 원고가 인용하는 대법원 판결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28082 판결,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241403 판결 등)은 기업의 분식회계나 증권사의 시세조종행위 등 고도의 전문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피해자가 규제기관의 명확한 판단이나 수사기관의 조사결과가 있기 전까지 위법성 여부를 파악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예외적인 사안들인바, 이 사건처럼 사용자, 직속상관의 부당한 외압으로 인해 그 침해가 현실화되고 피해 역시 쉽게 확인되며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 위법성과 손해를 인식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는 경우에까지 무분별하게 확대하여 준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점, 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이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이미 완성된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행정적 제재를 가한 것에 불과할 뿐, 이로써 비로소 원고가 손해및 가해자를 알게 되었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늦어도 2021. 2. 23.경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24. 6. 4.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의하여 시효로 소멸하였다.<9> 따라서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다.

라)

한편, 원고는 피고 B의 불법행위는 일련의 연속적 행위인바, 사직서 제출 강요와 그 이후의 직장 내 따돌림 조장 등의 발언은 하나의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따라서 최종 불법행위일인 2022. 4.경부터 단기소멸시효가 기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21. 1. 29.경 사직서 제출 강요와 2022. 4.경 팀장회의에서의 발언은 행위자가 동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간적 간극이 매우 큰 점, 사직서 제출 강요는 J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었던 반면, 팀장회의에서의 발언은 원고가 사직서 제출 강요에 대해 이의하며 위 피고를 상대로 민원, 진정, 고소 등을 제

기함에 따라 원고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면서 이루어진 것인바, 두 행위의 발생 경위, 목적, 의사 등이 명확히 구분되는 점(원고가 2021. 1. 29. 사직서를 제출하고 순순히 퇴사하였다면 피고 B가 2022. 4.경 발언과 같은 언행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등을 종합하면, 위 행위들을 연속된 것으로서 규범적으로 하나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소결론

결국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2021. 1. 29.자 사직서 제출 강요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

다.

피고 B의 2022. 4.경 발언에 대한 판단

1)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피고 B는 2022. 4.경 이사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이 사건 E조합의 주요 직원들이 다수 참석한 공식 회의석상에서 원고를 비난, 비하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위 E조합에서 퇴출되어야 하는 직원으로 낙인찍고, 직원들에게 원고와 엮이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은 심리적 압박을 주었다고 봄이 상당한바, 이는 당시 원고가 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원고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서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 B는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2)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 B의 불법행위의 경위와 내용, 원고와 위 피고의 직장 내에서의 지위, 불법행위 이후의 정황 등을 비롯하여 앞서 본 사실, 갑 제29, 34, 38 내지 40호증, 을가 제2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그로부터 추론되는 사정들, 즉 ① 피고 B는 이 사건 E조합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보유한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다수의 직원들이 참석한 공식 회 의석상에서 원고를 '패륜', '주홍글씨' 등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단어로 비난하며 조직내 고립을 유도하였는바 그 비난가능성이 높은 점, ② 그 결과 원고는 이 사건 E조합에서 직장생활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원고가 오랜 기간 근무한 직장에서 퇴사하기로 결정한 것에도 위 피고의 불법행위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로 인해 원고가 2022. 4.경부터 퇴사 전까지 그리고 퇴사 후에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거나 겪고 있을 것임이 넉넉히 추단되는 점(다만, 이 부분 불법행위는 원고의 출산 이후에 이루어졌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조산 및 자녀 발달장애는 위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바 위자료 액수를 산정하는데 고려하지 않는다. 또한, 원고는 위 불법행위로 인해 폐렴 및 자궁경부 제자리암종 등의 질병을 앓게 되었다고 주장하나 위 각 질병들에 대해 치료 받은 시점이 2022. 4.경으로부터 2년 이상 경과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위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바 이 역시 위자료 액수를 산정하는데 고려하지 않는다), ④ 그럼에도 피고 B는 원고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 한 번 하지 않았고, M중앙회,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 받고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원고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여 갔으며, 원고가 2025. 8. 1. 사직서를 제출하자 '본인이 쉬고 싶어서 이직한 경우'로 처리하여 실업급여 수급에 차질을 초래하는 등 불법행위 이후의 정황이 불량하고, 그로 인해 원고의 정신적 고통이 가중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한편 원고도 J에게 그 아버지 이름을 언급하며 사내 메신저로조회해보라고 하고 이 사건 E조합의 다른 직원들에게까지 그 사실을 공유하였는바, 원고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보통 그러한 사실이 직장 내에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당시 상황이 당황스럽거나 불쾌하였을 수 있고, 이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는바 이에 대해 원고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를 원고에게 불리하게 참작할 필요가 있는 점(다만 그 책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중한 불이익을 받았으므로 위자료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서 제한적으로만 고려한다)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피고 B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15,000,000원으로 정한다.

3)

따라서 피고 B는 원고에게 이 부분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 1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22. 4.경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24. 6. 19.부터 위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5. 8.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피고 C에 대한 청구 및 피고 B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강민

1피고 B는 피고 C에게 '이건 사직서 감이다'라고 언급했을 뿐 사직서를 받아오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한 적이 없다고 다툰다. 그러나 피고 C이 별도 지시가 없음에도 순전히 본인의 판단으로 사직서를 징구해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고, 그에 대한 권한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은 피고 B의 강력한 지시로 진상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이 사건 E조합의 시급한 현안이었는바, 그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피고 C이 단독 결정하였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또한, 피고 C의 수사기관에서의 일관된 진술, K, L 등 관련자들의 진술, 피고 B의 이 사건 전·후의 언행,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의 조사결과를 비롯하여 이 사건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C이 피고 B의 지시로 원고 등으로부터 사직서를 징구한 사실이 인정된다.

2피고 C은 위 사직서가 자발적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다툰다. 그러나 원고는 J의 개인정보를 검색하여 퍼트린 장본인이 아니고 사건의 경위, 내용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가 오랜 기간 다니던 직장에서 갑자기 사직해야 할 정도의 사안으로 보이지도 않는바, 원고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작성했어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사직서 제출 직후 원고와 피고들의 대응, 원고와 피고 C 대화내용, 관련자들의 진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의 조사결과를 비롯하여 이 사건 증거들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들이 원고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압박하였고, 이에 원고가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아 위 사직서를 제출한사실이 인정된다.

3원고는 피고들의 2021. 1. 29.경 사직서 제출 강요와 피고 B의 2022. 4.경 발언에 대하여만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 B의 2023. 10.경 및 11.경 발언 등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지 않으나, 위 피고의 2022. 4.경 발언의 의도와 불법성 등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주장하고 있다.

4J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과 관련하여 사직서를 제출한 원고와 P을 의미한다.

52021. 1. 29. 당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피고 C과 함께 피고 B로부터 진상파악 조사 및 조치에 관해 지시를 받았으며,2022. 4.경 팀장회의에도 참석한 자이다.

62021. 1. 29. 당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2022. 4.경 팀장회의에도 참석한 자이다.

7피고 B는 팀장회의 녹취록(갑 제10호증의 1, 2)은 원고가 대화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대화 내용을 대화 당사자로 하여금 녹취하도록 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녹취록은 해당 회의에 참석한 대화 당사자가 녹음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아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사소송법 하에서 상대방 부지 중 비밀리에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녹음테이프나 이를 속기사에 의하여 녹취한 녹취록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채증 여부는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인바(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7138, 37145 판결 참조),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일 수 없다.

8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공동강요 및 공동강요교사 혐의로 고소하였고, 검사는 2023. 10. 30. '관련 증거들을 종합하여 볼 때, 명시적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직서 제출 요구에 대한 피고 B의 묵시적 언동에 따라 피고 C이 원고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짐작되나, 이 점에 대해 명확하게 확인된 바는 없고, 피고 C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말을 하였는지 또한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중략) 피고들의 행위가 원고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 없는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불기소결정(혐의없음)을 하였다(을가 제9호증). 그러나 강요죄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구성요건이 다르고, 수사기관이 검토한 증거와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도 다르므로,검사의 불기소결정이 이 부분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인정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9원고는 위 불법행위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임신 중이던 자녀를 조산하게 되었고, 출산된 자녀도 발달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한다. 원고가 위 각 손해의 발생일을 불법행위의 기산일로 보아야 한다는 재항변을 하고 있진 않으나, 선해하여 보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사직서 제출 강요와 원고의 임신 37주 출산, 자녀의 발달장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할지라도 이 사건 소는 원고의 출산일인 Q로부터도 3년이 경과한 이후에 제기되었다. 또한, 원고 스스로도 산모의 스트레스가 태아의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자녀의 발달장애가 위 불법행위 당시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