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 B은 'D'이라는 상호로 업소용 음식물처리기(이하 '이 사건 기계'라 한다) 등의 제조·판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자이고, E는 2021. 10. 25.경 피고 B으로부터 이 사건 기계를 구입하여 서울 노원구 F빌딩 지하 1층에 있는 'G'이라는 단란주점(이하 '이 사건 단란주점'이라 한다)의 주방에 설치하였다.
H중앙회는 2021년경 피고 C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와, 피고 B이 운영하는 위 업체를 피보험자로, 보험기간을 2021. 5. 1.~2022. 4. 30.로, 생산물 대인·대물 일괄(총 보상한도) 1억 원으로 각각 정하여 <생산물 배상책임보험계약(Ⅱ)>을 맺었다.
원고는 2022. 2. 18. L병원에서 우측 제2, 3수지 근위지골 절단 및 굴곡건 견열 상태, 우측 전완부 신전근 파열, 우측 전완부 요골 간부 골절, 원위요골선상골절 및 척골 경상돌기 골절(이하 '이 사건 상해'라 한다)이 2022. 1. 13. 발병하였다는 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2022. 1. 12. 23:55경 이 사건 단란주점의 주방에서 이 사건 기계로 작업하던 중 일부 손가락이 절단되는 업무상 재해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을 하였으나 2022. 3. 25.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이 이루어졌고, 이에 2022. 5. 하순경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 불승인처분 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위 소송에서 원고는 2023. 5. 3. 승소판결(서울행정법원 2022구단59625)을 받아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는데, 확정된 위 판결에서는 "원고는 2022. 1. 12. 23:55경 이 사건 단란주점의 주방에서 뒷정리를 하던 중 이 사건 기계의 오작동으로 인해 우측 제2, 3수지가 분쇄기에 말려들어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였고, 이 사고로 '우측 제2, 3수지 근위지골 절단, 우측 제2, 3 수지 굴곡건 견열상태, 우측 전완부 신전근 파열, 우측 전완부 요골 골절을 진단받았다."고 판단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 9호증, 을 제7,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원고는 이 사건 기계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이 사건 기계의 오작동으로 인해이 사건 상해를 입었으므로 원고에게, 피고 B은 이 사건 기계의 제조업자로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118,071,826원(= 소극적 손해 71,967,126원<1> + 적극적 손해16,104,700원 + 정신적 손해 3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피고 회사는 피고 B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로서 원고에게 위 금액 중 보험책임한도인 10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
이 사건 상해는 이 사건 기계의 사용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이 사건 기계의 사용 중 이 사건 상해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는 이 사건 기계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닌 원고의 비정상적인 사용 또는 현저한 부주의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다. 또한 가사 이 사건 상해에 대한 피고들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액은 지나치게 과도하여 부당하다.
판단
이 사건 상해가 이 사건 기계의 사용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지 여부
피고는 이 사건 상해의 발생 경위에 대한 원고의 진술 번복, 사고 발생 직후 이 사건 기계에서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기계로 인하여 이 사건 상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을 제5호증의 기재, 제1심법원 감정인 I의 하자감정결과, 2023. 8. 9.자 서울노원소방서에 대한 사실조회회신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해는 원고가 이 사건 기계를 사용하던 중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상해는 원고의 우측 2, 3번째 손가락의 일부가 아예 절단되고 우측 손및 손목 부근의 근육의 파열 및 골절<2>을 동반하는 등 그 상해의 정도가 중한 편이고,
그 양상에 비추어 볼 때 외부적인 요인에 의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원고는 이 사건 기계의 사용 중 설비가 정지하여 확인해보니 이물질이 걸려 있어서 그 이물질을 제거하다가 이 사건 기계가 작동하여 이 사건 상해를 입은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제1심법원의 감정인 I은 이 사건 기계에 대하여 '교반 날개가 회전하면 하부 몸체와 간격이 생기면서 손이나 이물질이 끼일 수 있는 구조인 것으로 확인됨'이라는 감정 의견을 밝혔는바, 이 사건 기계의 회전 속도가 빠르지 않더라도<3> 이와 같은 기계의 구조상 교반날개와 격벽 사이에 손이 끼여 상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상해 발생 후 원고의 신고(2023. 1. 13. 00:28)로 119 구급대원이 출동하여 같은 날 00:35 도착하였는데, 원고는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이 사건 기계에 손가락이 들어갔다'고 설명하였고 이는 상해 발생 직후<4>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한 진술이어서 거짓 개입의 여지가 크지 않고, 원고는 같은 날 00:59경 병원 진료 시에도 '이 사건 기계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원고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4) 이 사건 상해 발생 다음 날인 2022. 1. 13. D의 A/S 및 설치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M이 이 사건 단란주점을 방문하였을 당시 이 사건 기계의 내·외관이나 주방 내부등에 혈흔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사건 상해 발생 당시 원고가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기계 등에 혈흔이 남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119 구급대원은 이 사건 상해의 발생 직후 이 사건 단란주점에 도착하였는데, 이 사건 상해의 중증도 등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상해는 이 사건
단란주점에서 일어났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단란주점에 이 사건 기계 이외에 이 사건 상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다른 요인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 사건 상해가 이 사건 기계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지 여부
관련 법리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는 제외한다)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제조물 책임법 제3조 제1항). 피해자가 ①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② 위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다는 사실, ③ 위 손해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제조물 책임법 제3조의2).
위와 같이 피해자의 입증책임이 완화되어 있기는 하나, 제조물책임이란 제조물에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건강이 침해되거나 물건이 손상된 경우에 제조업자 등에게 지우는 손해배상책임이므로, 피해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증명하지 못하면 제조물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7다1448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상해가 이 사건 기계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 사건 상해가 이 사건 기계의 사용 중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고 B의 제조물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원고가 이 사건 기계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② 제조업자인 피고 B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 이 사건 상해가 발생하였고, ③ 이 사건 상해는 이 사건 기계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원고가 증명하여야 한다.
이 사건 기계는 정방향 버튼(FOR 버튼)으로 작동 중 상판 덮개를 열면 상판덮개에 있는 센서가 감지되어 내부 교반 날개 회전이 정지하고(즉 정방향 버튼에 의한 작동은 상판덮개가 닫힌 상태에서만 작동한다), 역방향 버튼(REV 버튼)으로 작동중일 경우에는 상판 덮개가 열린 상태에서도 내부 교반 날개가 작동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역방향 버튼(REV 버튼)은 이 사건 기계 내부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이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버튼이다.
원고는 이 사건 기계를 정방향 버튼(FOR 버튼)으로 정상적으로 작동 중에이 사건 기계가 멈췄고, 이에 이 사건 기계의 덮개를 열고 음식물이 껴있는 것을 확인한 뒤 손을 넣어 이물질을 제거하던 중 원고가 어떤 버튼도 누르지 않았음에도 이 사건 기계가 갑자기 작동하여 이 사건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제1심법원감정인은 이 사건 기계의 현재 상태 확인 결과 관련 장치나 부품 등의 고장으로 정방향 버튼(FOR 버튼)에 의한 작동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상태로 상판덮개의 상태와 상관없이 정상 작동되지 않고, 다만 정방향 버튼(FOR 버튼)을 여러 차례 작동하면 간헐적으로 정상적인 교반작동이 되는 모습이 확인된다는 의견을 밝혔고, ② N의 A/S 및 설치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M은 이 사건 상해 발생 다음 날인 2022. 1. 13. 이 사건 단란주점을 방문하였을 당시 이 사건 기계가 역방향으로 작동 중이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는바, 정상 작동이 되지 않는 상태였던 정방향 버튼(FOR 버튼)으로 이 사건 기계를 작동 중에 이 사건 상해를 입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그대로 신빙하기 어렵다. 또한 제1심법원의 감정인 I은 '이 사건 기계의 감지센서에 문제나 오류 등이 없는 것으로 확인(즉 이 사건 기계가 간헐적으로 정방향에 의하여 작동할 경우 상판덮개가열리면 감지센서가 감지하여 내부 교반 날개 회전이 정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것임)되고, 동일한 감지 센서로 교체해 보았을 때도 동일한 현상을 보였다'는 의견도 밝혔는바, 이와 같이 이 사건 기계의 감지센서에 결함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정방향 버튼(FOR 버튼)으로 작동시키다가 이 사건 상판 덮개를 열었다면 교반 날개는 회전하지 않았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점에서도 사고 경위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기계를 정방향 버튼(FOR 버튼)으로 정상적인 작동 중에 상판 덮개를 열었음에도 교반 날개가 갑자기 회전하여 이 사건 상해를 입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그대로 신빙하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상해가 이 사건 기계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추정이 불가능하다.
만일 원고의 주장과 달리 원고가 이 사건 상해 발생 당시 역방향 버튼(REV 버튼)으로 이 사건 기계를 작동 중이었다면, 앞서 본 역방향 버튼(REV 버튼)의 기능상 이는 이 사건 기계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역방향 버튼(REV 버튼)으로 작동 시 상판덮개를 열더라도 교반 날개가 계속적으로 회전하는 것은 역방향 버튼(REV 버튼)의 정상적인 작동 방식이므로, 이를 이유로 이 사건 기계에 제조상 또는 설계상의 결함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 사건 기계의 설치 당시 원고 측에게 교부된 아 사건 기계의 사용요령(갑 제4호증)에는 정방향 버튼(FOR 버튼)과 달리 '역방향 버튼(REV 버튼)으로 작동 시에는 상판덮개를 열더라도 교반 날개가 정지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기계에 대한 표시상의 결함이 문제될 여지가 있으나<5>, ① 위 사용요령의 주의사항에는 '안전을 위해 뚜껑 열고 작동 금지'라는 기재도 병기되어 있는 점, ② 원고가 이 사건 상해 발생 당시 역방향 버튼(REV 버튼)을 사용하지 아니하였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하는 이상, 역방향 버튼(REV 버튼)으로 작동 시에는 상판덮개를 열더라도 교반 날개가 계속적으로 회전한다는 점을 사용요령에 미리 명시하였더라도 이 사건 상해로 인한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는 경우<6>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즉 미 기재와 이 사건 상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③ 또 당시 원고가 상판덮개를 연 상태에서 이 사건 기계를 역방향으로 사용 중이었다면, 원고는 역방향버튼(REV 버튼) 사용 시 상판덮개의 개폐 여부와 관계없이 교반날개 회전이 멈추지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았을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기계에는 정지버튼도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역방향 사용을 중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보면, 원고의 주장이나 그 제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기계의 표시상 결함을 인정하기도 어렵다.바) 이와 같이 이 사건 상해의 발생 당시 이 사건 기계를 정상적으로 사용 중이었음이 입증되지 아니하여 제조물 책임법상 결함추정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또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상해가 이 사건 기계의 어떠한 제조상·설계상·표시상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문세(재판장) 박소연 김수연
1일실수입 100,179,926원에서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장해급여 28,212,800원을 공제한 금액
2전완부는 팔꿈치부터 손목 사이를 말하고, 신전근은 손등 쪽에서 손목이나 손가락을 뒤로 젖히는 역할을 하는 근육을, 요골간부는 엄지손가락 쪽의 뼈의 가운데 부분(몸통)을 의미하며, 원위 요골 선상 골절은 손목에 가까운 엄지손가락 쪽 뼈에 금이¦
간 상태를, 척골 경상돌기 골절은 새끼손가락 부근 손목 바깥족에 툭 튀어나온 뼈의 골절을 의미하는데 이는 원위 요골 선상골절시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31분에 6바퀴 회전
4이 사건 상해의 발생시각은 2023. 1. 12. 23:55경으로 추정된다.
5제1심법원의 감정인 I도 '이 사건 기계 관련 사용설명서에 역방향 버튼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거나 이 사건 기계 상태와 다르게 기재되어 있는 문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감정의견을 밝혔다.
6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또는 그 밖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제2조 제2호 다목)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