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C, D, E와 함께 인천 부평구 F 3층에서 상시근로자 29명을 고용하여 'G'라는 상호의 의류임가공업체를 공동운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C, D, E와 공모하여 2013. 2. 14.부터 2013. 6. 12.까지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H의 2013년 5월 임금 1,500,000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20명의 임금 합계 72,092,120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G(이하 '이 사건 사업체'라고 한다)를 운영하던 J로부터 피고인이 2013. 5.초 무렵 위 사업체의 영업을 이미 양수한 상태였는지 및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이 같은 해 8.경 퇴직할 때까지 피고인이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위 사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각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체는 J가 그 배우자인 K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한 후 2013. 봄 무렵까지 경영을 해 온 사실, 피고인이 2013. 5. 9.자로 대표자 K으로부터 공장 임대차의 지위 및 대표자 지위를 양수받았다는 취지가 기재된 '부장직 해임통보서(이하 '해임통보서'라고만 한다)'에 피고인이 날인하여 D에게 내용증명으로 발송한 사실, 피고인이 2013. 5. 9.자로 이 사건 사업체의 사업장인 '인천 부평구 F 소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한 임차인 지위를 위 사업체의 명의상 대표인 K이 피고인에게 양도한다는 취지의 '부동산 임대차계약 양도 양수통지서'가 K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임대인인 L 및 피고인에게 2013. 6. 14.자로 내용증명 발송되었고, 같은 취지의 '부동산 임대차계약 양수받은 통지서'가 같은 달 17. 피고인으로부터 L에게 발송된 사실, 피고인이 2013. 5. 무렵 이 사건 사업체에서 근무할 노동자들을 채용하는 절차에 직접 관여하기도 하였던 사실이 각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2013. 5. 무렵부터는 J로부터 이 사건 사업체를 양수받아 실제로 운영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파악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모아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일자 무렵인 2013. 5.부터 8.경 사이에 이 사건 사업체를 실제로 경영하는 사용자 지위에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본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인 M, J, N, I, D, O의 각 일부 법정진술 또는 공판조서 진술기재는 믿지 아니하며 달리 본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과 이 사건 사업체 실제 경영자였던 J 또는 그 명의상 대표인 K과의 사이에는 위 사업체의 영업 양도에 관련한 계약서나 합의서는 작성된 사실이 없고 사업자 명의 이전 등록도 이루어진 바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 사업체의 사업장인 건물(공장) 임차인의 지위가 2013. 5. 9.자로 양도되었다는 취지의 '부동산 임대차계약 양도 양수 통지서'와 같은 일자로 이 사건 사업체의 대표자 지위가 K에서 A에게 양도되었다는 취지가 포함된 D에 대한 해임통보서가 작성되어 공소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위 각 서류는 ㉮ 각 수신자가 제3자인 D이거나, 영업양도가 아닌 부동산 임차인 지위의 승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것 자체는 영업 양도·양수의 뜻으로 통상 작성하는 문서로 보기는 힘들고, ㉯ D에 대한 위 해임통보서 내용 2항에 '여기에 따른 모든 채권, 채무 등 공장에서 발생된 임금, 세금 포함 일체를 신임대표 A이 책임지기로 한다'는 기재가 있기는 하나, 그 작성 경위에 관하여, J는 경찰 피의자신문시에 '피고인이 D 부장이 이 사건 사업체에 남아 있으면 일이 복잡해지므로 D을 내보내고 대전 군부대에서 4억 원짜리 수주를 받아 돈이 들어오면 자신이 공장을 직접 하던지 폐업을 하고 다른 업체를 설립하던지 하겠다'라고 하며 그러한 논의에 따라 2013. 6. 17.경 P 법무사를 만나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업체 관련 채권·채무를 인수하는 것에 관한 서면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였는데(수사기록 2권 154면~155면), 위 J 진술 취지에 의하더라도 결국 2013. 6. 17.자로 위 해임통보서를 작성하면서 마치 영업 양도가 2013. 5. 9.에 이루어진 것처럼 사후에 날짜를 소급하여 기재한 것이 되고, 이에 더불어 J와 피고인 사이에 오간 대화에 비추어 보더라도 쌍방간에 법적으로 유효한 의미의 영업양도가 구체적으로 존재하였는지 의심스럽다.
J는 이 법정에서 2013. 5. 9.경 피고인과 이 사건 사업체의 영업 양도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증언하였으나, 한편 경찰 피의자신문시에는 '2013. 5.초에 사업체를 넘겨주려고 하였으나, 군부대 오더 문제 때문에 자꾸 시간이 흘러갔던 것 뿐'이라고 진술하여(수사기록 2권 155면) 결국 군부대로부터 수주를 받아 매출이 나는 것을 조건으로 피고인이 공장을 인수하겠다는 취지로만 말했을 가능성이 있고, 앞서 ①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업 및 대표직 양도일자로 기재된 2013. 5. 9.은 D에 대한 해임통보서를 작성할 무렵 위 날짜를 영업양도 일자로 기재한 것일 뿐 실제 위 날짜에 영업양도의 합의가 존재했다는 자료는 이 법원에 제출된 바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J의 위 증언 내용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2013. 6. 이후에는 이 사건 사업체 공장이나 사무실에 사실상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M의 일부 진술기재), 자신이 인수한 사업체에 인수 시점으로부터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는 점 및 이 사건 사업체는 2013. 6.말경 폐업신고된 점 등은 정상적인 영업양도가 이루어졌다고 보기에는 매우 이례적인 사정들이다.
피고인이 2013. 5. 무렵 위 사업체의 근로자 채용 및 임금 지급 등에 일부 관여하였다고 하나 J와 피고인이 업무상 밀접하게 협의하는 관계였던 점을 고려할 때(변호인이 제출한 각 메신저 대화내역 출력 참조), 피고인이 J를 대신하여 위와 같은 업무를 해 주었을 가능성도 있어 이 점을 들어 바로 피고인이 사용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고, 2013. 5. 9. 이후에도 피고인과 J 간에 영업양도가 실제로 이루어졌다면 당연히 오고갔을 법한 대화 내용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기존 업무의 연장선에서 일감수주, 직원 급여 등에 대해서 피고인이 J에게 수시로 문의하였고, J가 지속적으로 관여·지시한 정황이 있다(위 메신저 대화내역 출력 참조).
J는 2013. 5. 중순 이후에도 피고인 명의 농협, 우리은행 계좌로 금전을 수차례 지급하였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지급받은 돈을 J의 지시에 따라 R 등 거래처에 재단비 명목으로 전달하기도 한 사실, J는 2013. 5. 29. 'S급여'를 지급하는 등 이 사건 사업체의 근로자 임금 지급에도 여전히 관여한 사실이 각 인정되는바, 특히 회사 운영에 핵심적인 자금과 관련한 회계 장부나 거래처와의 채권·채무를 J가 피고인에게 인수·인계해 준 정황도 없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J의 위 행위들은 사업체를 이미 넘겨준 전 대표자의 행위로 보기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O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처음에는 관리만 하는 줄 알았는데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일을 시키고 수금, 급여지급 등을 피고인이 한다고 해서 고용주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하였고, M도 '피고인이 임금을 언제 주겠다,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증언하였다(제3회 공판조서). 그러나 ㉮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임금이 최종 체불된 시점인 2013. 8.이후 불과 약 두 달 뒤에 작성된 2013. 10. 13.자 근로자들의 각(진정인) 진술서(수사기록 2권 2면~64면)에 의하면, 대표자란에 'K(J 부인)', '실경영자 : J'로 기재되어 있거나, 'I'가 수기나 인쇄체 등으로 병기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피고인을 실경영자로 지명한 고소장이나 진정서는 드문 점('D 외 28명의 고소·고발장'에도 대표자로 J, I, A이 병기되어 있고, 'H 외 5인의 진정서'에는 실경영자에 '사장 I, 이사 T'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 ㉯ 피고인이 고용주라고 법정에서 증언하였던 O도 관할 노동청에 2013. 9. 17.자로 임금 체불 진정을 할 때에는 '실경영자'란에 'Q(N)' 및 '피신고인'란에 'I'만을 각 기재한 점(수사기록 2권 10면~11면) 등을 비롯하여 제9호 공판기일에서의 증인 U의 진술기재 등 관련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적어도 대부분의 근로자들 시각에서는 피고인이 실질적인 사용자로 인식될 만한 행위를 하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E는 제8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 2013. 5. 9. J가 피고인과 그 남편 I에게 이 사건 사업체를 양도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2013. 10. 7.경 본인이 임금체불을 이유로 인천북부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한 진술서 내용(수사기록 2권 66면)에 따르면 피진정인에 'G J 대표'라고 기재하고 '실경영자'로 지칭하면서 체불임금에 2013. 2.부터 8.까지의 금액을 계산하여 기재하고 있어 위 진술 내용과 모순되고, ㉯ 2013. 4.경 J가 미얀마로 출국한 후 피고인, I, D, E가 J를 사업에서 배제하고 동업 형태로 사업을 유지하기로 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한편 또 동업이라고 명확히 얘기한 바는 없다고 하면서 "나중에 수익금을 나눠 준다 길래 동업이었구나, 그렇게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결국 추상적인 동업 논의가 있었을 뿐, 동업계약의 내용, 방식, 기간 등에 관해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인을 포함한 위 4인간에 구체적 동업 내용에 관한 합의 및 이에 대한 J(또는 사업체 등록 명의자인 K)의 동의 또는 승낙이 없었던 이상 과연 위 4인이 J를 배제하고 법적으로 유효한 의미의 동업계약을 맺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증인 E의 진술에 의하면, J가 2013. 4.이후에 공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D으로부터 투자받은 돈의 변제 독촉을 회피하려는데 일부 이유가 있다는 것이고(제8회 공판조서), I도 J가 2013. 5.경 거액의 채무를 지고 있는 D에게 공장이 넘어갈 수 있으니 명의만 본인에게 이전해 두자고 제의하여 본인이 거절한 바 있다고 증언하였는바(제4회 공판조서), 그렇다면 J가 D의 채권 추심을 면하기 위해 피고인이 영업을 양수받은 외관을 만들자고 제의하여 피고인이 임대차 지위 양수 통지 및 D에 대한 해임 통지를 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에 신빙성을 둘 수 있다.
P의 증언(제8회 공판조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3. 6. 17.경 증인, J와 만나 D에 대한 해임통보서를 작성하여, 이를 내용증명으로 당일 발송한 후 불과 2-3일 뒤에 "피고인이 공장을 인수한다는 것은 잘못됐으니까 D에 대한 해임통고를 취소한다는 내용으로 D에게 등기를 보내달라고 해서 증인이 그렇게 조치를 취해주었다"는 것인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 해임통보서에 2013. 5. 9.자로 대표직을 K이 A에게 양도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위 해임통보서를 발송할 무렵에서야 D이나 이 사건 부동산 임대인인 L 등에게 영업 양도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 이마저도 피고인이 불과 2-3일 뒤에 명시적으로 인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바로 표현함으로써 피고인과 J 간의 조건부 영업 양도 논의가 법적으로 유효하게 성립되기 전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무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조영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