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청구원인
원고는 피고의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하면서 피고와 위임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 업무수행에 있어서는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휘 · 감독을 받는 등 사용종속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기준법이 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에게 채권추심 업무를 위임하였고, 업무수행의 시간, 장소, 방법에 있어서 피고의 관여 없이 원고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사무를 처리하고, 수행한 업무의 내용이나 업무수행 시간과는 관계없이 채권회수 실적에 따른 수수료만 지급하였을 뿐이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는 업무의 편의성과 높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서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였고, 근로소득세에 비하여 월등하게 낮은 세율의 사업소득세만 납부하였으며, 피고도 원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한다는 전제로 모든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수수료율 등을 산정하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가 번의하여 퇴직금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48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
원고와 피고의 계약관계
피고는 채권추심 및 신용조사업무를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한 후 2009. 4. 1.부터 2011. 7. 31.까지 피고의 채권추심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위임계약서에는, 원고는 피고 이외 다른 채권추심회사의 업무를 할 수 없고, 계약기간 중 '위임직 운용규정'이 정한 해지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원고는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수행하고 동 업무실적에 따라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받는 자유직업 종사자로서 고용계약이 아닌 민법 제680조에 의한 위임계약임을 확인하고 본 계약 이외의 취업규칙 등은 적용에서 제외하며, 계약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는 피고가 정한 위임직 운용규정을 적용한다고 되어 있다.
피고가 정한 '위임직 운용규정'의 내용
제12조 (자료제공 및 시설이용) 회사는 위임직에게 위임업무수행활동에 필요한 제자료를 제공하며 사무실, 전화, O/A기기 등 제시설도 이용하게 할 수 있다.
제14조 (회의 및 연수) 위임업무수행활동에 필요한 제지식을 위임직이 습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며 위임직은 이에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제16조 (위임해지)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본 규정 제3장 위임직의 의무를 준수하지 못한 경우
위임업무 실적이 현저히 부진하거나 또는 불법부당 채권추심행위로 인한 민원을 야기 하여 위임직으로서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원고에 대한 업무 배정 및 원고의 업무 수행 방법
원고와 같은 추심원들은 근무기간 동안 피고가 지정한 바에 따라 영업부 내지지점에 배치되어 피고가 배정하는 채권을 할당받아 그 채권의 추심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는 추심원들에게 채무자들과의 교섭, 법적 조치, 현장방문과 현장실사 등의 방법으로 채권추심 업무의 수행을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소속 사무실에서 피고가 부여한 아이디로 피고의 전산망에 접속하여 할당받은 채권에 관련된 채무자의 신용정보를 조회한 후, 회수방법, 회수순서, 회수일정 등을 결정하여 피고가 발급한 신용정보업종사원증을 지참하고 채무자에 대한 재산조사, 소재탐지, 변제독촉, 변제수령 등으로 계약상의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법적 조치나 채무 감면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기안서 등을 작성하여 피고의 결재를 받았다.
피고가 마련한 근무지침 및 업무교육
원고는 통상 9:00경 사무실에 출근하여 18:00경 퇴근하였는데, 피고는 출, 퇴근시간 준수를 요구하였을 뿐 아니라 '주중 20시간 근무와 주말 근무는 필수적으로 동참', '20시까지 연장근무, 토요근무와 일요 현장실사', '토요일 근무에 대한 전달사항 : 근무시간 9시~13시' 등의 근무시간과 관련한 지침을 회사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추심원들에게 지시하였다. 또한 피고는 현장방문 일자를 특정일자로 지정하여 추심원 전원이 단체로 현장방문하도록 지시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추심원들을 대상으로 대환대출이나 리볼빙 등 업무유형에 따른 구체적인 업무수행방식에 관한 사항, 업무사고예방 및 부당 · 불법추심행위 금지 등과 같은 업무수행방식이나 주의사항을 교육하였고, 위 교육의 참석 여부 및 교육내용에 따른 업무수행 여부를 점검하였다. 또한 피고는 '일일 업무내역 필히 전산 입력, 현장방문 후 복귀 확인 원칙, 약속 불이행자에 대한 적극적 추심독려' 등과 같은 근무지침을 만들어 원고에게 준수하도록 요구하였다.
원고의 업무보고 및 피고의 실적관리
피고는, 원고에게 월별 회수예상 명세를 제출하도록 하고 1인당 감면 건수 목표, 법조치 건수 목표, 현장방문 건수 목표 등 추심 업무와 관련된 구체적 목표를 부여한 다음, 매일 업무수행상황(회수실적 관리 및 교섭현황, 현장실사, 등기발송, 법조치 진행, 채무감면 신청)을 전산시스템에 입력 및 등록하게 함으로써 이를 토대로 '회수실적 및 교섭등록 관리대장', '현장실사 관리대장', '법조치진행 및 의뢰 관리대장', '채무감면 신청 관리대장', '장기/단기 분납실적 관리대장' 등 개인별 회수실적 및 업무수행현황을 각종 대장으로 정리하고, 영업점 관리지침을 만들어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하여 수시로 점검하고 평가하였다.
피고는 추심원들의 목표달성률에 따라 지급 수수료율을 달리하고, 신규 채권배정에 있어서도 실적 우수자에게는 배정율을 높이며, 채권회수실적이 저조한 채권추심원들에게는 경고를 하기도 하고 위임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회수실적 목표의 달성을 독려하였다.
원고의 보수 및 업무에 따른 비용의 부담
원고는 고정급이나 기본급이 없이 위 근무기간 동안 목표달성율 등에 따라 정해진 수수료율로 계산된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피고는 원고에게 업무에 필요한 컴퓨터, 전화기 등 사무집기 및 비품을 제공하였고, 우편요금, 주민등록등·초본이나 부동산등기부등본 발급비용 등 각종 비용은 피고가 보전해주었고, 외근시 교통비나 식대 등은 원고가 부담하였다.
원고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피고는 원고의 수수료 소득에서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였다.
판단
원고가 근로자인지 여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근로자의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앞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① 원고는 각 근무기간 동안 피고에게 전속되어 오직 피고가 배정하는 채권의 추심업무만 수행하였고 제3자가 원고의 업무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고 보이며, ② 피고의 위임계약과 위임직 운용규정에는 징계해고나 정리해고 사유에 상응하는 사유들이 계약해지사유로 규정되어 있고, ③ 피고는 원고의 근무 장소와 시간을 지정하고 각종 근태와 관련한 지침을 통하여 사실상 이를 구속하였으며, ④ 피고는 원고에게 업무수행방법에 대한 지시 및 교육을 하고 이를 수시로 점검하여 업무수행방식을 통제하였으며, ⑤ 피고는 원고에게 월별 회수실적 등 업무 관련 목표를 부여하고 원고로부터 업무의 결과뿐 아니라 업무수행의 내용과 과정을 상세하게 보고받아 이를 토대로 개별 업무수행과 실적을 각종 대장으로 정리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평가하였으며, 실적이 저조한 경우 경고하거나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였고, ⑥ 원고는 제공한 근로의 질과 양 즉 채권 회수실적에 따라 매월 정기적으로 수수료를 지급받았는데 위 수수료 외에는 달리 이를 대체할 만한 생계수단이 없었으며, ⑦ 피고는 사무실과 함께 각종 사무집기, 비품 등을 제공하고 통신비, 각종 서류발급비용 등의 업무관련 비용을 부담하였음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이므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인정된다.
퇴직금 지급의무의 발생 및 그 액수
위와 같이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기준법이 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원고가 2009. 4. 1. 입사하여 2011. 7. 31. 퇴사하였고, 원고의 퇴직 전 3개월간 수수료 총액은 합계 11,148,580원(퇴직 3개월전 4,490,620원+퇴직 2개월 전 4,801,180원+퇴직 1개월 전 1,856,78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퇴직 전 3개월간 지급받은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평균임금 3,635,406원(11,148,580원/92일×30일, 원 미만은 버림)에 원고의 계속근로연수를 곱하여 계산한 원고의 퇴직금은 8,482,614원{3,635,406원×(2년+4개월/12개월)}이 된다.
또한 피고에게 위와 같이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지급의무가 발생한 이상 피고가 앞서 든 사유만으로는 원고의 퇴직금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퇴직금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8,475,975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가 퇴직한 후 14일이 경과된 2011. 8.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피고는 퇴직금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상당하므로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시점부터 지연이자를 산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나, 독자적인 견해로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안승호(재판장) 엄철 황보승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