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부분을 각하한다.
원고의 피고에 대한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이며 피고 회사의 과반수 이상의 근로자로 구성된 C 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이라고 함)의 조합원이고, D는 2012. 4. 1.부터 2015. 3. 31.까지 노동조합의 위원장이었다.
피고는 2015. 1. 6. 노동조합과 아래와 같은 내용의 통상임금 관련 조항(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이라고 함)이 포함된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14. 12. 31. 취업규칙의 상여금 지급 방식을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이 퇴직시 근무일수에 따른 일할 정산 방식에서 지급일 현재 재직중인 사원에게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고, D는 위 취업규칙 개정안 동의서에 서명하였다(이하 위 개정을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이라 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을 '개정 취업규칙'이라고 함).
원고는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 당시 노동조합의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퇴직자에 대한 상여금의 일할 정산 방식 대신 지급일 현재 재직중 사원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고, 이는 종전과 달리 상여금의 고정성을 희석하여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도록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해당한다.
그런데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D는 위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한 동의를 하면서 노동조합 집행부는 물론 조합원들에게 위와 같은 취업규칙 변경사항을 알리거나 논의하지 아니하였다. 이는 D의 대표권 남용행위이며 피고는 D의 대표권 남용을 알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D의 동의에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무효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변경된 취업규칙은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피고 주장의 요지
취업규칙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일반적, 추상적 규범의 효력을 다투는 것일 뿐 원고의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대한 다툼으로 볼 수 없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
D는 적법하게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취업규칙 개정에 동의하였으므로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유효하고,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
원고는 취업규칙이 개정되던 시점에 노동조합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취업규칙의 개정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으며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2년 11개월이 지나 노동조합의 선거가 다가오자 이 사건 취업규칙의 무효를 다투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에 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주위적 청구의 확인의 이익
확인의 소의 대상은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에 대한 것이어야 하므로 확인의 소로써 일반적, 추상적인 법령 또는 법규 자체나 단체 내부 규정의 효력을 다툴수 없다(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다13875, 91다13882, 92다13899 판결 참조).
그런데 개정 취업규칙은 작성권자인 피고에 의하여 작성되어 근로자의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이 그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한 일반·추상적인 단체 내부규정으로서 그 작성·시행으로 당연히 효력이 발생하고, 다만 취업규칙상 종전의 근로조건에 비하여 불이익하게 변경되었으나 근로기준법 제97조 제1항 단서의 동의를 얻지 못하였을 때에는 개정 전 규정의 적용을 받던 종전 근로자에게만 그 효력이 없을 뿐이므로(따라서 개정 후에 피고와 새로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는 당연히 개정된 규정이 적용된다), 개정 취업규칙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확인대상의 적격이 없다. 따라서, 설사 개정 취업규칙이 원고에게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적법한 동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개정 취업규칙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대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있다.
예비적 청구의 확인의 이익
다만, 개정 취업규칙이 종전의 취업규칙에 비해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해당 근로자가 이 사건 취업규칙이 아닌 종전 규정의 적용을 받을 지위에 있다는 확인, 즉 이 사건 취업규칙의 적용배제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 점, 원고가 개정 취업규칙이 무효라는 전제 하에 부당하게 감소된 상여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행소송을 개별적으로 제기할 수도 있으나 이 사건 규정이 원고에게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임금 지급시마다 예상되는 분쟁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인 점 등에 비추어 개정 취업규칙이 원고에게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은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예비적 청구는 확인의 이익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본안 판단
대표권 남용으로 인한 무효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인지 여부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그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일 것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이 된다. 그러한 임금은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하는 반면, 그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이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와 같은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그 임금은 이른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그 특정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하면 당해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므로, 고정성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으므로, 이에 따르면 피고의 변경 전 취업규칙 상 당초 고정성이 인정되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었던 정기상여금이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 이후에는 고정성을 결하여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으로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D의 동의가 대표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법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는 법령이나 단체협약 또는 노동조합의 규약 등에 의하여 조합장의 대표권이 제한되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장이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하면 되는 것이지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서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다2507 판결 참조).
판단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갑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D가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를 하면서 사전에 대의원회의 또는 조합원 총회나 집행부 회의 등의 논의를 거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① 노동조합이 규약 등에 의하여 취업규칙 동의에 관한 대표권 행사를 제한하여 사전에 대의원회의 또는 조합원 총회나 집행부 회의 등의 논의를 거치도록 그 방법이나 절차를 정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②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회사는 통상임금과 관련된 단협 제36조 및 제반기준(취업규칙/인사규정)을 동종사와 동일한 내용으로 2015. 1. 1.자로 정비한다'는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D가 조합원들과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을 안건으로 하여 별도의 논의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의 권한을 남용하여 개정 취업규칙에 동의한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위반으로 인한 무효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의 의미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이고(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통상임금 관련 제반 사항은 원칙적으로 동종사와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갑 제1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동종사라고 볼 수 있는 주식회사 E(이하 'E'라고 함)의 경우 피고의 변경 전 취업규칙과 마찬가지로 퇴직자에 대한 상여금 일할정산 규정을 두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일견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이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을 제6, 7, 12,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이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위반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등 관계법령에 따른 등록 또는 신고를 하고 석유(원유, 천연가스 및 석유제품)의 정제, 판매사업 등을 영위하는 이른바 '정유사'로서 F협회의 회원이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서 말하는 동종사는 피고처럼 국내에서 관계법령에 따라 정유업을 주된 업으로 영위하면서 F협회의 회원이기도 한 E, G 주식회사(이하 'G'라고 함), H 주식회사(이하 'H'라고 함)의 3개 회사를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G가 아닌 I 주식회사가 동종사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I 주식회사는 정유공장 및 화학공장 등 국내외 시설의 건설, 소유, 운영 및 석유로부터 물리·화학적 공정을 거쳐 제조되는 제품 중 석유제품을 제외한 유기화학제품인 석유화학제품의 제조, 판매까지 영업분야로 하고 있어 정유업이 주된 영업이라고 보기 어렵고 F협회의 회원도 아니어서 위 회사가 정유업을 일부 영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동종사에 포함되는 회사라고 보기가 어렵다.
그런데 G는 취업규칙에서 재직중 사원을 기준으로 상여금을 지급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연봉제 사원의 경우 퇴직시 상여금 일할계산 규정이 있으나 원고가 문제삼고 있는 개정 취업규칙은 월급제의 경우를 의미함이 명백하다), H는 취업규칙에는 상여금과 관련된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나 단체협약에 16일 이상 근무자에 대해서만 상여금을 지급하되 일할정산은 하지 않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 당시 동종3사 중 두 개의 회사가 상여금과 관련하여 고정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규정을 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증거로 제출된 G의 취업규칙과 H의 단체협약 자체는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 이후 개정된 날짜의 것이기는 하나, 상여금 관련 규정이 개정일자 전에도 위와 같았다는 점에 대하여는 원고도 이를 다투지 아니한다).
피고의 노동조합은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이 체결되기 전인 2014. 9. 16. 사측에 임단협 요구안을 제출하면서 통상임금 기준 항목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하는 것으로 노사합의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교섭결과 실제로 체결된 단체협약 제36조에서는 '통상임금은 기본급과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제수당으로 하며, 통상임금 산정시 월 소정근로시간은 180시간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노조 측의 정기상여금 포함요구가 관철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서도 '통상임금 관련 제반 사항은 원칙적으로 동종사와 동일하게 적용한다. 이를 위해 회사는 통상임금과 관련된 단협 제36조 및 제반 기준을 동종사와 동일한 내용으로 2015. 1. 1.자로 정비한다'고 최종 합의되었다.
이와 같은 단체협약 체결 경위 및 종전과 동일한 규정을 유지할 경우 별도로 '정비한다'는 표현을 쓸 이유가 없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동종사 중 두 곳이 고정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형식의 규정을 두고 있었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이 체결될 당시 일할정산 규정을 통하여 고정성을 인정하던 종전 취업규칙을 다르게 변경하기로 하는 내용의 협의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은 통상임금 정비조항과 별도로 '노사는 공동 TFT를 구성하여 2015. 3. 31.까지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도출한다'는 조항을 두었는데, 이는 통상임금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로 한 2015. 1. 1.보다 이후의 시점을 정하여 상생방안을 위한 TFT 구성을 규정한 것이므로,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TFT가 아니라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 이후의 TFT 구성을 규정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인바, 노동조합과 피고가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에 따른 추가협의 필요성을 상호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피고로서는 앞서 본 전원합의체 판결 및 같은 날 선고된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등으로 인하여 종전에 통상임금에 상여금 지급하여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였고, 근로자들로서는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으로 2014년까지만 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을 기초로 임금을 지급받게 되므로 상호 유불리를 조율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되고, 2017년 말경에 이르러 피고와 노동조합 간에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점과 그와 같은 합의를 지속하여 오면서도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하여서는 노동조합이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고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에 분쟁이 없었던 점은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이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본다면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 당시 동종사 중 하나인 E가 상여금과 관련하여 퇴직시 일할정산 규정을 두고 있었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이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우라옥(재판장) 홍예연 이기웅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