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18. 1. 11. 선고 2017노980 판결

주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사고 현장에 이동식 비계설치가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이와 유사한 차량용 승강기 등을 통하여 더욱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에게 작업발판설치의무가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안전대 착용을 게을리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들이 면책된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를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관련법령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적용법조인 산업안전보건법(이하 '법'이라고 함) 제23조 제1항은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제1호에서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을 규정하고 있고, 제4항은 위 조항에 따라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상의 조치 사항을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이 사건 규칙'이라고 함)<1>은 제32조에서 안전모와 안전대에 관하여<2>, 제42조에서 작업발판에 관하여<3> 각 규정하고 있다.

나.

작업발판 설치의무

먼저 I아파트 경비원들로 하여금 이동식 사다리에 올라 나뭇가지 절단 작업을 하도록 하기 위하여 피고인 A이 안전보건업무를 총괄하는 관리사무소장으로서 취하였어야 할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에 작업발판 설치의무가 포함되는지에 대하여 보건대, 원심은 ① 이 사건 규칙 4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계·설비에서 작업을 할 때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 이 사건처럼 이동식 사다리 등을 이용하여 일정한 높이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항상 포함된다고 해석한다면, 사업주가 언제나 지표와 사다리의 정점 사이의 공간에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른 엄격한 규격에 맞추어 작업발판 등을 설치하도록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부당한 점, ②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의 추락 장소가 작업발판 등을 설치하여야 할 장소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취하였어야 할 법 제23조 제1항의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에 작업발판 설치의무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특히, ③ 피해자가 추락한 나무 바로 옆에는 가로 및 세로가 각 104cm인 맨홀이 지상 높이 33~40cm 정도로 돌출하여 있을 뿐만 아니라 맨홀 반대쪽 측면에 다른 나무한 그루가 더 서있어 비계설치나 차량용 승강기 설치를 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 점<4>, ④ 검사는 이 사건 사고 이후 크레인차량을 이용하여 사고 현장의 나무 세 그루를 밑둥까지 자른 사실이 있으므로 작업발판 설치가 가능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해당 작업을 실시한 조경업체 사장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나무가 위치한 곳 바로 옆에 차량을 주차하기 어려워 16미터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20미터까지 뻗을 수 있는 크레인 버킷을 사용하였다는 것이어서, 그와 같은 크레인차량 사용을 하지 아니하고 사다리로 전지작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을 탓하는 것은 별론, 사다리로 작업을 하면서 작업발판을 설치하지 아니한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작업 당시 민원이 제기된 3그루의 나무 중 2그루의 전지작업을 무사히 마친 후 마지막 나무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서 사다리 작업 자체는 통상적인 작업방법으로 가능하였다고 할 것이고, 안전대의 경우 몸에 착용한 후 별도의 로프를 사람의 몸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의 나뭇가지에 감은 후 안전대에 있는 후크를 걸어 사용하는 것이므로 사다리에서 안전대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추락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안전대 지급의무 위반 여부

원심은, ① 피고인 A이 2016년 2월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피해자를 포함한 경비원들에게 작업시 2인 1조로 하고 안전모, 안전대 등 장비를 착용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정기 안전교육을 실시한 사실, ② 이 사건 작업을 위하여 2016. 3. 16. 안전대 2개를 구입하였고, 작업 당일 관리과장과 경비반장에게 작업자들에게 안전대를 착용시킬 것을 지시하고 안전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 사실, ③ 경비반장 K이 경비원들에게 안전대 착용을 지시하였으나 피해자가 불편하다며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한 사실, ④ 높은 이동식 사다리에 올라가 수동으로 나뭇가지를 절단하는 작업을 희망하는 경비원이 없어 K이 피해자가 아닌 다른 경비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고 작업할 것을 지시하지는 못한 사실 등을 근거로, 피고인 A이 피해자에게 안전대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한편, 피고인 A이 현장에 도착한 시점과 사고가 발생한 시점 사이의 시간 간격이 불분명하여<5> 피고인 A이 피해자가 안전대를 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없지 아니하다. 그러나, ⑤ 피고인 A은 당시 작업현장이 복잡하고 소란스러워 피해자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는지 여부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경비반장 K도 원심법정에서 피고인 A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자가 추락하였다고 진술하여 이에 부합한다. 또한 ⑥ 피고인 A의 도착을 전후하여 K을 비롯한 경비원들은 피해자가 안전대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을 보고한 바 없고, ⑦ 피고인 A이 도착하였을 당시 나무 아래에서는 나머지 경비원 들이 잘라진 가지를 정리하며 움직이고 있었으며, 나무 위의 피해자도 안전모는 착용하고 있었으므로 도착 후 피고인 A의 시선이 분산되었을 것으로 보여 안전대 미착용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였다는 피고인 A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 A이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6>하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이 사건 항소는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지영난(재판장) 양상익 홍예연

각주1) 2017. 3. 3. 고용노동부령 제1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각주2) 제32조(보호구의 지급 등)

①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그 작업조건에 맞는 보호구를 작업하는 근로자 수 이상으로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각주3) 1.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 또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 안전모

각주4) 2. 높이 또는 깊이 2미터 이상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 안전대

각주5) 제42조(추락의 방지) ①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 또는 기계·설비·선박블록 등에서 작업을 할 때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여야 한다.

각주6) 증거기록 34 내지 36쪽

각주7) K의 경찰진술에 의하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은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진술일 뿐만 아니라 원심법정에서 이를 번복하였으며, 피고인 A의 도착 시간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만한 자료도 없다.

각주8) 설령 그와 같은 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작업상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전조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기보다는, 작업 중 인지된 사항에 대하여 지휘·감독자로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적용법조에 업무상 과실치상과 관련된 조항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