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판단유탈
피고인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입주민의 이익을 위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이는 형법 제310조 내지 형법 제20조에 의해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원심에서 위법성 조각사유를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를 판단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점은 인정하나, ① 피해자를 이름을 게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② 피해자 C은 서울 마포구 B(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계약기간 만료로 정당하게 해직되었음에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5개월 분 상당 임료를 받은 후 복직취소 판정에 따른 위 임료를 즉시 반환하지 않는 등 피고인의 공부방 운영 업무를 방해하였기 때문에 게시물의 내용은 허위의 사실이 아니라 진실한 사실이며, ③ 피고인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입주민의 이익을 위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이는 형법 제310조 내지 형법 제20조에 의해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명예훼손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마포구 B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인 사람이다.
피고인은 사실 아파트 내에서 운영되고 있던 공부방에 근무했던 피해자 C이 공부방의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7. 5. 22.부터 같은 달 26.까지 서울 마포구 B 아파트 각 동 23개 출입구 옆 게시판과 승강기 내부, 관리동 관리사무소 내 게시판에 '공부방 전 직원의 지속적인 공부방 업무방해로 공부방 운영을 지속할 수 없어서 폐쇄하기로 결정함'이라는 허위의 사실을 적은 '2017년 5월(정기) 입주자대표회의 결과 공시' 유인물을 부착하고, 2017. 5. 23.부터 같은 달 31.까지 위와 같은 장소 및 아파트 공부방 출입문에 '공부방 전 직원의 끊임없는 업무방해에도 불구하고 운영을 가급적 지속하고자 노력하였으나 부득이 공부방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라는 요지의 허위의 사실을 적은 '공부방 폐쇄 안내문'을 부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인정사실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다투고 있는바,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지 내 주민복리시설인 공부방(독서실)을 직접 관리하였는데, 공부방 직원인 피해자는 2014. 11.경부터 이 사건 아파트 주민이 아닌 외부인을 무단으로 사용자로 등록시켜 공부방을 이용하게 했던 사실이 밝혀졌고, 피고인은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으로서 피해자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할 것을 권고하였다.
위와 같이 단지 내 공부방이 외부인에게 무단으로 이용되고, 공부방 이용 수입 부족으로 관리비로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 등이 발생하자,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2015. 8. 28. 공부방 관리를 위해 정직원을 고용하는 대신 파트타임 근무제로 전환하여 운영비용을 줄이도록 의결하고, 이를 공고하였다.
피고인은 위 의결에 따라 피해자에게 2016. 1. 31.자로 근로기간이 만기됨에 따라 근로계약이 종료되었음을 통보하였으나, 피해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6. 5. 26. 위 근로관계의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이에 불복하여 2016. 7. 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6. 9. 20.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하였다.
피해자는 이에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를 기각하였고(2016구합8623), 피해자는 이에 다시 항소 및 상고하였고, 위 항소 및 상고는 모두 기각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7누66277, 대법원 2018두39430).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여 지급받은 5개월분 상당의 임료를 반환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해자는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피해자를 상대로 위 부당이득금의 반환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으며(서울서부지방법원 2016차4551), 피해자가 위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 신청을 함에 따라 민사소송이 진행되기도 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7가소1984).
위와 같은 분쟁 과정에서, 피해자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피고인을 명예훼손, 근로기준법위반,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배임수재죄로 수 차례 고소·고발하였고,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조사를 받고 모두 기소유예 또는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또한 피해자는 교육청이나 국세청에 이 사건 아파트의 공부방이 사업자 등록이 되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으로 고발하였고,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해명하는 등 이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였다.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2017. 5. 2. 공부방 운영 적자 등 사유로 공부방 운영이 어렵게 되자 공부방을 폐쇄하기로 결정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안내문을 게재하여 공시하였다.
한편,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규약에는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한 경우 회의결과를 지체없이 게시판, 통합정보마당에 즉시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제30조, 제35조).
판단
먼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안내물을 부착함으로써 업무방해를 한 자가 피해자로 특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된 허위사실의 적시행위가 있어야 할 것이나,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한 바 없는 허위사실의 적시행위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 판단하여 그것이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하는바(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1256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오랜 기간 법적 분쟁 등이 있었고, 특히 피해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된 공부방 운영방식 개선안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입주민을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의 서명을 받았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민으로서는 '공부방 전 직원'이 피해자를 특정하는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다음으로, 피고인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면,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는 외부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공부방 이용이 금지되는 것을 알면서도 주소지 허위 기재 등의 방법으로 외부인을 계속 부정등록하여 이를 위반하였던 점, ② 피해자가 피고인의 근로관계 종료통지가 부당해고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구제신청을 인용받아 5개월분 상당의 임금을 지급받았는데, 결국 법원의 판단을 거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위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었음에도, 피해자는 위 임금을 즉시 반환하지 아니하였고, 이는 이 사건 아파트의 공부방 운영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며,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결국 운영 적자 등의 사유로 공부방을 폐쇄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 점, ③ 피해자는 피고인 또는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와의 분쟁 과정에서 피고인 또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수 차례 고소·고발하여 피고인에게 소명자료를 제출하게 하고, 조사를 받게 하는 등으로 피고인의 이 사건 아파트 공부방의 운영 및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수행하는 업무에 지장을 준 점, ④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세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될 수 있으며(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732 판결 등 참조),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아니하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면 족한 것이므로(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도1645 판결 등 참조), 피해자의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 피고인의 공부방 운영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고, 따라서 피고인이 부착한 '피해자가 공부방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취지의 유인물 또는 안내문의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사실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다.
설령 위와 같은 피해자의 일련의 행위가 형사법적으로 업무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장기간에 걸친 여러 행위들로 인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공부방 운영에 지장을 받아 결국 공부방을 폐쇄한 것이므로, 일반인인 피고인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인식하였던 것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명예훼손죄의 허위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더욱이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그 적시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형법 제310조에 의해 위법성이 없으며(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도3191 판결 등 참조), 여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 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믿었고,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규약 제30조, 제35조에 근거하여 이 사건 아파트 입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공부방 폐쇄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피해자가 업무방해를 하여 공부방을 폐쇄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된 안내문을 게시판 등에 부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설령 피고인의 행위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민의 관심과 이익을 위하여 여러 상당한 근거들에 기초하여 그 적시사실을 진실이라고 믿고,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이므로, 형법 제31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피고인이 원심에서 이러한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주장을 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아무런 판단 없이 피고인의 명예훼손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형법 제310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피고인의 위법성조각사유 주장에 대한 판단을 유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도 원심판결은 부당하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유탈을 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판단유탈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중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판단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중 제3항 '당심의 판단' 부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규현(재판장) 심동영 이인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