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A을 징역 1년에, 피고인 B을 징역 10월에 각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피고인 B에 대한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B에 대하여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피해자 C에 대한 사기의 점은 무죄.
사건정보
서울서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9고단2955,2019
판결선고
2020. 8. 12.
서울서부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 A은 2019. 5. 31.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2019. 6. 8.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인 A은 2017. 8.경부터 2018. 3. 말경까지 사이에 피해자 D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 소속 현장총괄관리자(일명 ‘PM')로 근무하였고, 피고인 B은 2017. 10. 1.경부터 2018. 5. 말경까지 사이에 피해자 회사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피고인들은 일용노무자의 출력일수나 일당을 실제보다 부풀려 거짓으로 노무비지급명세서를 작성한 다음 이를 피해자 회사에 제출하고, 일용노무자로 하여금 피해자 회사로부터 초과 지급받은 금원을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금원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들의 공모 범행
피고인 A은 2017. 10. 초순경 성남시 분당구 E에 있는 피해자 회사 사무실에서, F의 G현장(이하 ’G 현장‘이라 한다)에 대한 노무비지급명세서를 작성하면서 일용 노무자 H, I의 노임을 거짓으로 계산하여 피해자회사에 제출하고, 현장소장인 피고인 B에게 ‘위 일용 노무자들에게 지시하여 초과 지급된 노임을 되돌려 받아 나에게 전달해 달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피고인 B은 위 H, I에게 ‘노임이 실제보다 더 많이 지급될 예정이니 초과분을 내 계좌로 이체하라’고 지시하였다.
위와 같은 공모에 따라, 피고인들은 마치 위 H, I의 노임을 정상적으로 청구하는 것처럼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2017. 10. 20.경 위 H, I에게 노임을 지급하게 하고, 같은 날 피고인 B 명의의 L은행 계좌로 위 H로부터 487만 5,430원을, 위 I으로부터 487만 5,430원을 각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3. 28.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합계 1억 468만 9,41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피고인 B
피고인은 2018. 3. 말경 F J 현장 사무실에서, 마치 K의 노임을 정상적으로 청구하는 것처럼 피해자 회사에 거짓 기재된 노무비지급명세서를 제출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같은 해 4. 25.경 K에게 노임을 지급하게 하고, 같은 날 위 L은행 계좌로 K로부터 1,419만 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5. 28.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합계 4,409만 7,61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들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M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N, O, H, P, Q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R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각 수사보고(이체확인서 첨부, 피의자 B 2018년 5월분 계좌내역서 제출 관련)
무통장 입출금 내역, 각 예금거래실적증명서, 입출금 거래내역 조회표, 통장사본, 거래내역조회
각 지출결의서, 급여이체내역, 각 이메일 목록, 문자대화내역
판시 전과: 조회결과서, 처분미상전과확인결과보고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피고인 A: 형법 제347조 제1항, 제30조(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피고인 B: 형법 제347조 제1항, 제30조(판시 제1항 사기의 점, 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형법 제347조 제1항(판시 제2항 사기의 점, 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경합범처리
피고인 A: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경합범가중
피고인 B: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집행유예
피고인 B: 형법 제62조 제1항
사회봉사명령
피고인 B: 형법 제62조의2
피고인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A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A의 주장
피고인 A은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지 않았다. 피해자 회사는 근로자들이 노임을 일당으로 지급받는지, 작업물량을 기준으로 지급받는지와 무관하게 피고인 A에게 작업물량을 기준으로 노임을 지급한 것이고, 다만 근로자들에게 직불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판단
다음의 이유로 피고인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무렵 피고인 A은 피해자 회사의 여러 공사현장의 업무에 관하여 현장소장 등으로부터 보고받고, 피해자 회사에 보고하였으며, 공사현장에 필요한 비용에 관하여 지출결의서의 결재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업무수행에 대하여 피해자 회사로부터 매월 350만 원을 지급받았다.
H, P, Q, N, O 등 G 현장에서 일한 근로자들은 피고인이 아니라 피해자 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이러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A은 피해자 회사와 사이에 이른바 노무도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 회사의 직원으로서 공사현장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 A 스스로도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에 자신이 피해자 회사 직원의 업무를 수행한 것은 사실이라는 취지를 자필로 기재하였다.
한편, 피고인 A은 피해자 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다. 피고인 A은 피해자 회사의 공사현장 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회사의 공사현장을 관리하거나, 자신의 개인적인 영업을 진행하기도 하였고, 그 때문에 피해자 회사로부터 현장소장인 피고인 B의 급여보다 적은 월 350만 원을 지급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 A과 피해자 회사 사이에 서면계약서가 없다거나, 피고인 A이 피해자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일을 병행하였다고 하여 피해자 회사와 피고인 A 사이의 관계를 다르게 보기는 어렵다.
G 현장 역시 피고인 A이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관리하고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 A으로서는 G 현장에 관한 근로자들의 작업과 노임에 관한 사항을 있는 그대로 피해자 회사에게 보고하여, 근로자들의 작업으로 인한 이익과 노임의 지출이 모두 피해자 회사에게 귀속되도록 할 의무가 있었다.
피고인 A이 사실과 다르게 노무비를 보고하여 그 중 일부를 취득하도록 피해자 회사가 묵인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고, 피고인 A 스스로도 경찰에서 피해자 회사와 사이에 노무비 중 일부를 자신이 취득하기로 합의한 적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G 현장의 근로자들은 피해자 회사와 사이에 노임을 일당으로 지급받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 A은 피해자 회사에게 마치 작업물량을 기준으로 노임을 지급하기로 한 것처럼 보고하여,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근로자들에게 일당을 초과한 노임을 지급하게 하고, 피고인 B을 통하여 근로자들로부터 그 초과분을 자신이 돌려받았다. 피고인 A의 이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 회사에 대한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하여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고, 위 초과분을 편취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그로 인한 하자 있는 의사에 기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그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는 것이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필요는 없으므로(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4도9099 판결,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등 참조), 설령 G 현장의 근로자들이 통상보다 많은 작업을 수행하여 그로 인한 이익을 피해자 회사가 얻었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피해자 회사가 처분행위를 한 이상, 사기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피고인 B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B의 주장
판시 제1항과 같이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근로자들로부터 노무비 일부를 반환받아 피고인 A에게 전달한 것은 사실이나, 피해자 회사가 허락한 것이라는 피고인 A의 말을 믿었을 뿐이다.
판단
피해자 회사의 공사현장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에게 노무비를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여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근로자들에게 과다한 노무비를 지출하게 한 다음 근로자들로부터 그 일부를 돌려받는 행위가 부정한 행위임은 현장소장인 피고인 B의 입장에서 당연하고, 피해자 회사가 그러한 부정행위를 묵인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며, 피고인 A의 진술만으로 피고인 B이 피해자 회사의 묵인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피고인 B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가 여러 곳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등의 사정으로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등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이용하여 판시와 같이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노무비 명목의 돈을 편취하였다.
피고인 A의 경우 편취액이 1억 원을 넘고, 그 전부 또는 대부분을 자신이 취득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 A은 피해자 회사가 손해를 입지 않았고 문제될 것도 없다는 식으로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려고 할 뿐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를 회복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향후 피해를 회복하고자 하는 진지한 의사도 없어 보인다. 다만, 판결이 확정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 B은 판시 제1항의 범행을 주도하지는 않았다. 판시 제2항의 범행은 편취액이 4,000만 원을 넘으나, 피고이 B이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그보다 적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B은 대체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피해를 회복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죄 부분(2019고단2955 사건, 피고인 A)
공소사실
피고인은 ‘S’라는 상호로 건설업을 하던 사람이고, 피해자 C은 ‘주식회사 T’라는 상호로 목재, 합판 등 도매업을 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4. 10.경 성남시 분당구 소재 공사현장(이하 ‘분당현장’이라 한다)에서, 피해자에게 ‘D’ 부장 직함의 명함을 교부하면서 “나는 ‘D’의 직원인데, 조만간 D 측에서 연락할테니 D이 진행하는 논산 공사현장에 목재 등 공사자재를 공급하여 달라. 자 재대금은 다음 달에 정산해주겠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은 D 주식회사(이하 ‘D’이라고만 한다)의 직원이 아니고 D으로부터 논산 소재 공사현장(이하 ‘논산현장’이라 한다)의 내장공사를 재하도급받아 공사를 진행하던 상황이어서, 피해자가 논산현장에 자재 등을 공급하더라도 직접 D에 대금을 청구할 수 없었으며, 피고인은 자재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4. 10. 28.경부터 2015. 2. 10.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11회에 걸쳐 합계 6,438만 6,600원 상당의 합판, 목재 등 자재를 논산현장에 공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판단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U은 V로부터 분당 소재 공사현장(이하 ‘분당현장’이라 한다) 공사를 하도급받았다. 피고인은 자신이 U의 부장으로 기재된 명함을 건네주면서 피해자에게 분당현장에 건축자재를 공급할 것을 주문하였고, 피해자는 2014. 9.경부터 분당현장에 건축자재를 공급하였다. 한편 D은 W으로부터 논산현장 내장공사를 하도급받아 이를 그대로 피고인에게 재하도급하였다. 피고인은 2014. 10.경 피해자에게 논산현장에도 건축자재를 공급하도록 주문하였고, 피해자는 2014. 10. 28.경부터 논산현장에 건축자재를 공급하였다.
얼마 후 피고인은 분당현장에서 자신이 D의 부장으로 기재된 명함을 피해자에게 건네주었는데, 당시 피고인은 D의 부장이 아니었다. 2014. 12.경에는 피고인이 고용한 X가 피해자에게 자신을 D의 현장소장으로 지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는 계속하여 2015. 2. 10.경까지 논산현장에 건축자재를 공급하였다.
분당현장에 관한 자재대금은 지급받았으나, 논산현장에 관한 자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피해자 운영의 주식회사 T(이하 ‘T’라고만 한다)는 2016. 3.경 D을 상대로 자재대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인천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그러나 제1심은 2017. 8. 10. T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심도 T는 피고인과 거래하였을 뿐 D과 거래하였다고 볼 수 없고, T가 거래상대방을 D으로 오인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2018. 7. 5. T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그 판결은 2018. 7. 24. 확정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16가단208722사건, 같은 법원 2017나62887 사건).
증거조사 결과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고려하면, 비록 피고인이 D으로부터 논산현장 내장공사를 재하도급받은 사실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아니한 채 D 부장의 명함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다음과 같은 의심, 즉 논산현장 내장공사를 D이 직영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재하도급받은 사실을 피해자가 알았고, 피해자는 피고인과 거래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자재대금을 지급받을 의사로 논산현장에 건축자재를 공급하였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고, 달리 피해자가 논산현장에 관한 거래상대방을 D으로 오인한 채 건축자재를 공급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해자는 당초 피고인으로부터 U의 부장으로 기재된 명함을 받고 2014. 9.경부터 분당현장에 건축자재를 공급하였고, 2014. 10. 28.경부터는 논산현장에도 건축자재를 공급하였다. 그와 같이 논산현장에 건축자재를 공급하는 도중에 피해자는 분당현장에서 피고인으로부터 D의 부장이라고 기재된 명함을 받았다.
피해자는 계속하여 건축자재를 공급하였는데, 분당현장에 공급하는 건축자재에 대하여 뿐만 아니라 논산현장에 공급하는 건축자재에 대하여도 송장에 U을 기재하였고, D은 기재하지 않았다. 논산현장 관련 거래명세서에도 피고인이 고용한 현장소장 X 등의 서명을 받았을 뿐이다.
명함상 피고인의 소속 회사가 전혀 다른 회사로 변경되었는데도, 피해자는 이와 같이 별다른 변화 없이 계속하여 건축자재를 공급하였는바, 피해자가 명함에 기재된 피고인의 소속 회사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것으로 볼 만한 대목이다.
피해자는 건축자재를 공급한 다음달에 대금을 정산받기로 하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하였는데, 2014. 10. 28.부터 2015. 2. 10.까지 11회에 걸쳐 논산현장에 건축자재를 공급하는 동안은 물론, 그 이후 2015년 여름까지도 피고인에게만 자재대금의 지급을 독촉하였을 뿐이다. D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적도 없다.
피고인은 건설업계에 위법한 재하도급이 공공연하게 행하여지고 있고 재하도급업체 운영자는 하도급업체로부터 그 직원으로 기재된 명함을 받아 가지고 다닌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증인 Y도 건설업계에 위법한 재하도급이 빈번하게 행하여진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논산현장 내장공사도 D이 위법하게 피고인에게 재하도급한 것이다. 오랜 기간 공사현장에 건축자재를 공급하는 영업을 하여 온 피해자는 그와 같은 위법한 관행의 존재를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볼 때, 피고인이 D의 부장이 아니라 D으로부터 논산현장 내장공사를 재하도급받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D으로부터 재하도급 공사대금을 받아 그 중 일부를 피해자에게 자재대금으로 지급하거나, D이 임의로 피해자에게 자재대금을 직불한다면 피해자는 원만하게 자재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인바, 피해자는 D과 직접 거래하지 않더라도 그와 같은 경로로 자재대금을 지급받으면 되는 것으로 여겼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진재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