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들은 예술흥행비자(E-6-2 비자)를 소지한 필리핀 국적의 여성들로, 2018년 7월 내지 2019년 7월경 공연이주노동자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 피고 F, 피고 H, 피고 J는 예술흥행비자를 받고 필리핀에서 입국한 여성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공연기획사이고, 피고 G은 피고 F의, 피고 I는 피고 H의, 피고 K은 피고 J의 각 대표자이다. 피고 L, 피고 M는 부부로 함께 동두천시에 위치한 'N 클럽'(이하 '이 사건 클럽'이라 한다)이라는 상호의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원고들은 각자 피고 F, 피고 H 또는 피고 J와 '공연계약'의 명칭으로 공연기획사인 위 피고들이 지정하는 장소에서 공연할 것을 동의하고 그 대가로 일정 금액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고용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 F, 피고 H, 피고 J는 원고들과 위 공연계약을 체결한 이후 이 사건 클럽의 대표자와 사이에, 원고들의 계약기간 동안 원고들을 위 클럽에 파견하여 공연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고 그 대신 일정액의 파견대가를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자 파견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들은 위 파견계약에 따라 이 사건 클럽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주로 위클럽에 방문한 손님들의 접객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2019. 11. 13.까지 근로를 제공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8 내지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불법행위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원고들이 체결한 고용계약은 원고들이 공연노동자로 근무하도록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기획사인 피고들과 파견계약을 체결하여 원고들을 파견받아 실질적으로 사용한 피고 L, 피고 M는 이 사건 클럽 내에서 원고들이 가수로서 공연을 하도록 하지 아니하고 손님들에게 주스와 술을 파는 유흥접객 업무만을 하게 하였다. 특히 공연기획사인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 사건 클럽을 운영한 피고 L, 피고 M만이 일부 임금을 지급하였는데, 그 지급 방식 역시 정해진 노동에 따른 대가가 아니라 원고들이 손님들에게 판매한 주스와 술의 양에 따라 정해지는 포인트(이른바 주스포인트, 이하 '주스포인트'로 칭한다)에 따라 유동적인 금액을 지급하였고, 그나마도 절반의 금액은 '유보금'이라는 명목 하에 실질적으로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아가 피고 L, 피고 M는 원고들에게 주스포인트를 더 많이 올리도록 강요하였고, 정해진 휴게시간과 휴일을 준수하지 아니한 채 고용계약과 다른 내용으로 장기간의 노동을 강요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 L, 피고 M는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노동착취를 통한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공연기획사인 피고들 및 그 대표자들은 파견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방조하면서 원고들에게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위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다.
따라서 원고 A에게는 피고 L, 피고 M, 위 원고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피고 F 및 그 대표자인 피고 G이 공동하여, 원고 B, 원고 D에게는 피고 L, 피고 M, 위 각 원고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피고 H 및 그 대표자인 피고 I가 공동하여, 원고 C, 원고 E에게는 피고 L, 피고 M, 위 각 원고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피고 J 및 그 대표자인 피고 O이 공동하여, 각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1,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원고들은 수시로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스포인트 환산액에 따라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임금만을 지급받았고, 그나마도 '유보금'이라는 명목 하에 절반 가량을 지급받지 못하였으며, 원고 B, 원고 D는 1년 이상 근무하였음에도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으므로, 원고들은 고용계약을 체결한 공연기획사인 각 피고들 및 이 사건 클럽을 운영한 피고 L, 피고 M로부터 최저임금액을 기준으로 야간, 휴일 근로시간을 포함하여 정당하게 산정한 임금 및 퇴직금 중 아직 지급받지 못한 금액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
따라서 원고 A에게는 피고 L, 피고 M, 위 원고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피고 F이 연대하여 11,552,870원, 원고 B에게는 피고 L, 피고 M, 피고 H이 연대하여 63,810,115원, 원고 C에게는 피고 L, 피고 M, 피고 J가 연대하여 12,961,400원, 원고 D에게는 피고 L, 피고 M, 피고 H이 연대하여 56,982,964원, 원고 E에게는 피고 L, 피고 M, 피고 J가 연대하여 22,045,880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단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들이 피고들 불법행위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원고들이 예술흥행비자를 받아 입국한 외국인으로 공연을 하기로 하는 내용의 고용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클럽에 파견되어 손님들에게 주스, 술을 판매하는 유흥접객 업무만을 하도록 강요받았다는 것이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4 내지 7, 13호증, 을가 제5, 6호증의 각 기재, 증인 P(일명 'Q', 이하 'Q'라 한다)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원고들은 물론 이 사건 클럽에서 근무하였던 Q도 방문한 손님들에게 주스나 술 등 음료를 구매해달라고 요청하여 손님들이 이를 구매한 내역만큼 주스포인트가 산정되었고 이를 토대로 일부 금액을 지급받았을 뿐 실질적으로는 이 사건 클럽에서 노래를 하는 등 공연을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② 피고들은 주스포인트를 산정하여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원고들의 개별 근무시간을 작성하여 둔일지(을가 제5호증)를 그 증거로 제출하고 있으나, 위 일지에는 피고들 주장과 같이 '24', '30' 등 240분(4시간), 300분(5시간)으로 추정할 수 있는 기재만이 아니라 '25', '29', '32' 등 일반적인 근로시간의 산정법에는 그다지 부합하지 않는 기재도 함께 되어 있어, 오히려 이는 근로시간이 아닌 주스포인트를 기재하여 둔 일지이거나 아니면 사후에 임금 정산을 위한 자료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는 점, ③ 원고 A가 근무하면서 작성한 주스포인트 수첩(갑 제6호증)의 주스포인트 합계와 위 근무시간 일지에 기재된 숫자의 합계액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점, ④ 피고들도 실질적으로 원고들이 이 사건 클럽에서 공연을 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는데(다만 그 이유로 원고들의 공연이 이 사건 클럽의 분위기나 손님들이 좋아하는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원고들이 유흥업소에서 손님들을 대하며 음료를 사도록권유하는 일 외에는 상당한 근로시간을 채울 정도의 유의미한 업무를 하기 어려웠다고 볼 여지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실제로 유흥접객 업무를 하면서 판매된 주스나 술의 양에 따라 주스포인트가 산정되고 이에 따라 원고들에게 일부 임금이 지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을가 제3, 7 내지 27호증, 을나 제1, 2, 5호증, 을마 제1, 2,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설령 원고들이 그 주장과 같이 공연업무를 하지 못하고 손님들에게 주스나 술을 판매하는 등의 근로만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원고들이 피고들에 의하여 부당하게 노동을 착취당하는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되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원고들 주장과 같이 원고들이 주스포인트 실적 강요, 휴게시간 미준수 등을 비롯한 노동착취의 불법행위를 당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불법행위가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정신적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일수 없다.
설령 원고들이 명칭을 공연계약으로 하는 고용계약을 체결한 후 이 사건 클럽에서 실질적으로 공연을 하지는 못하고 주스나 술을 판매하는 유흥접객 업무만을 담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클럽이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로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을 뿐 아니라 관광편의시설업종으로 지정까지 되어 있었음을 고려하면, 이 사건 클럽에서 유흥접객 업무를 하였다는 사정만을 들어 그것이 곧바로 부당하게 강요된 노동착취 또는 그에 준하는 어떠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유흥접객 업무 자체가 원고들의 의사에 반하여 강요되었다거나 그 과정에서 다른 어떠한 불법적인 행위가 개입되어 있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나 아래 ② 내지 ④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 및 원고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일부 진술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클럽에서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가 피고들에 의하여 부당하게 강요된 노동착취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은 이 사건 클럽에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나 장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지만, 이 사건 클럽 현장을 촬영한 사진에 의하면 공연을 위한 무대나 장비 자체는 충분히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클럽이 유흥주점으로 등록되어 있고 방문하는 손님들이 외국인이며 그 중에서도 주로 미군이 많았음을 고려하면, 필리핀 국적의 원고들이 이 사건 클럽에서 공연을 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대나 장비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원고들이 할 수 있는 공연의 장르가 이 사건 클럽에서 요구하거나 손님들이 원하는 내용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피고들의 주장을 수긍할 여지가 있다.
원고들 외에도 상당수의 필리핀 국적 여성들이 원고들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이 사건 클럽에서 근무하였는데, 이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한 Q를 포함하여 일부 인원들이 이 사건 클럽을 떠나 외국인 지원시설로 향하였으나 그중 일부는 다시 지원시설을 떠나 이 사건 클럽에 돌아와 종전처럼 근무하였다. 이는 이 사건 클럽이 원고들을 외출하지 못하게 감금하여 둔 채로 부당한 노동착취를 계속 강요하였다는 원고들 주장에 반하는 사정이라고 보인다.
원고들은 피고 G, 피고 I, 피고 L, 피고 M 및 피고 J의 이사라는 R(원고 C, 원고 E에 대한 파견계약에서 이 사건 클럽의 직원으로서 '파견근로자를 직접 지휘 명령하는 자'로 지정된 자이고, 피고 K의 아버지인 것으로 보인다) 등을 인신매매, 근로기준법위반,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위 피고들은 모두 불기소처분을 받았다(의정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39425호). 위 불기소처분은 위 피고들이 성매매 및 성착취 목적으로 원고들을 인계받아 인신매매하였다거나, 원고들이 가수로서 일을 하지 못하고 성매매 및 술을 얻어먹는 구걸행위를 하도록 부당한 근로를 강요당하였다거나, 외출을 금지당하였다는 등의 혐의에 관하여 원고들의 진술 외에는 이를 인정할 증거 또는 이에 부합하는 다른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원고들이 위 불기소처분에 관하여 항고를 제기하였으나 근로기준법위반 혐의 외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항고는 모두 기각되었고, 근로기준법위반 혐의에 관하여는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지기는 했지만(서울고등검찰청 2021 고불항 제2711호) 여전히 위 재수사 과정에서 피고들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정황이 밝혀졌다거나 그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이 사건에 제출되지는 않았다.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원고들이 최저임금액을 기준으로 야간, 휴일 근로시간을 포함하여 정당하게 산정한 임금 및 퇴직금 중 상당 부분을 아직 지급받지 못하였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사정들, 즉 ①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원고들의 일 평균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주간 근로 시간과 야간 근로 시간, 휴일 근로 시간을 나누어 각 해당하는 임금액 또는 퇴직금액을 산정한 후 합산한 것인데, 원고들의 진술 외에는 원고들의 실제 근로 시간이 그 계산과 같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심지어 원고들의 진술조차도 대략적인 근로시간에 관한 것일 뿐이어서, 위 계산의 근거가 된 일 평균 근로시간부터가 정당하게 산정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② 원고들은 그동안 근로에 대한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받았고 그에 관한 정확한 내역이 남아있지 아니하여, 원고들이 그동안 지급받은 임금의 금액 및 그에 따른 미지급 임금의 금액이 원고들의 계산과 같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운 점, ③ 원고들은 주스포인트를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 중 절반 가까이를 유보금의 명목으로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도 없는 점, ④ 원고들은 이미 일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며 피고 M를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있으나, 피고 M는 '원고들 진술 외에는 미지급 임금의 유무를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고 일부 미지급 금품이 있더라도 원고들이 사업장을 무단이탈하는 등의 사정으로 인해 지급하지 못한 것이며 그동안 당사자 사이에 약정한 임금을 체불하지는 않았다고 보인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받은 점(의정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6223호), 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일부 피고들을 상대로 인신매매, 근로기준법위반,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고, 그중 횡령의 혐의사실은 위 피고들이 2017년 7월경부터 2019년 12월경까지 정당한 임금을 일부 주지 않고 횡령하였다는 것이었는데, 위 고소사건에 관하여 불기소결정이 내려졌음은 물론 원고들이 제기한 항고에 대하여도 위 횡령 혐의에 관하여는 항고기각 결정이 내려진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일부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태일(재판장) 조수진 오민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