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12. 11. 16.부터 2019. 1. 31.까지 피고가 관리해 온 서울 강남구 E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였다(다툼 없는 사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서(갑 제3, 4, 5호증의 각 1)에 의하면, 원고의 근로형태는 24시간 격일제이고, 휴게시간은 주간 3시간, 야간 6시간이며, 소정근로시간은 1일 15일로 정하여졌다.
원고의 주장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동안 근무지를 벗어난 별도의 제대로 된 휴게공간이 없었고, 각 세대와 인터폰으로 연결되어 시간과 무관하게 발신음이 울렸으며, 새벽시간대에도 반복적으로 매일 30초간 비상벨이 울리는 등 항상 비상대기상태로 정상 수면 및 휴식을 취할 수 없는 등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제1심판결 별지와 같이 계산한 원고의 휴게시간에 대한 수당 총 43,865,7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관련 법리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 등 참조).
판단
먼저, 일부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 5호증의 각 1, 을 제6, 10호증의 각 기재, 을 제5, 9, 14, 16호증의 각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아파트의 내․외부 환경 및 원고의 근무 여건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들이 인정된다.
이 사건 아파트는 1개동 40세대로 이루어진 소규모 아파트이고, 외부에서 위 아파트로 들어올 수 있는 출입구는 ① F에 접한 인도 쪽에서 들어오는 지상 출입구와 ② 위 아파트를 왼쪽으로 끼고 돌아 G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두 곳뿐이며, 위 지상 출입구에서 아파트 부지로 들어가려면 계단을 내려가야 하고 위 계단 밑에서 이어진 통로에는 보도블럭이 깔려 있어서, 일반 차량은 물론 택배 차량이나 음식배달 오토바이도 들어올 수 없는 관계로, 이 사건 아파트에 택배나 배달을 하기 위해서는 F 등 아파트 부지 밖 적당한 곳에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정차하고 사람이 직접 위 출입구로 들어와야 하고, 한편 위 지하주차장 출입구는 입주민 전용으로서 입주민들이 카드를 이용하여 차단기가 올라가게 하면서 진입하도록 되어 있으며, 지하주차장은 지하 1층 내지 3층에 걸쳐 위치하고 있다.
지상에서 각 세대로 출입할 수 있는 현관문은 1․2호 라인과 3․4호 라인 두곳이 있는데, 입주민들은 출입카드를 통하여, 외부인들은 세대 인터폰을 통하여 위 각 현관문에 출입할 수 있고(택배의 경우 수령인이 부재중일 때에는 물건을 위 현관문 앞에 놓고 간 다음 택배기사가 나름의 방법으로 수령인에게 알렸음), 한편 경비초소는 위 지상 출입구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초입 부분에 벽돌조 구조물로 설치되어 있으며, 위 초소에서는 위 각 현관문 등을 비롯한 아파트 건물 전면부를 시야에 두고 살필 수 있다.
원고의 재직기간 동안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를 위하여 근무하던 인원으로는, 관리소장 1인 및 원고를 포함한 경비원 2인(모두 24시간 격일 근무제)이 있었고, 관리소장은 18시에 퇴근하였으며, 관리소장이 근무하는 관리사무소는 위 지하주차장 출입구 안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다.
피고는 일찍이 2006. 12. 18.경 서울지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장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경비원 2인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10조 제4항에 따라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위 법 규정의 적용을 제외하여 달라는 신청(감시적․단속적 적용 제외 신청)을 하여 그 승인을 받은 바 있고, 이를 반영하여 원고의 근로계약서에는 최초 계약시 및 갱신시마다 모두 “근로시간, 휴게, 휴일(약정휴일 포함)에 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피고는 위 경비실 입구에 경비원들의 주간 휴게시간으로 “06:00~07:00, 12:00~13:00, 18:00~19:00”, 야간 휴게시간으로 “24:00~06:00”이라고 부착하는 등의 방법으로 입주민들에게 공지하였고, 원고가 2019. 1. 1. 서명한 ‘휴게시간 고지 확인서’에도, “원고는 위와 같은 휴게시간에 대해 피고로부터 고지받아 충분히 숙지하였음을 확인”하는 한편, “원고는 휴게시간에는 자유롭게 활용, 처분(야간에는 수면도 가능)할 수 있으며, 회사는 근무자의 휴게활동에 대하여 일체의 관여 및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다.
위 경비초소 내에는 경비실과 별도 공간으로 휴게실이 설치되어 있는데, 위 휴게실 내에는 침대, 전기판넬, 에어컨, 냉장고, 전자레인지, 커피포트 등이 비치되어 있고, 경보장치(비상벨) 및 CCTV 모니터, 인터폰 등은 경비실 내에만 비치되어 있다.
위 가.항에서 살펴 본 사정들에 의하면, 인터폰과 경보장치가 경비실 내에만 비치되어 있고 휴게실 내에는 없다 하더라도, 경비실과 휴게실이 같은 경비초소 내에 붙어 있는 이상, 입주민이 전화를 걸거나 경보장치를 작동하였든 고장 때문이든 경비실 내의 인터폰이나 경보장치가 울릴 경우 그 소리가 휴게실로 고스란히 들릴 것이고, 특히 관리소장이 퇴근한 후 야간 휴게시간 동안에는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상황들에 사실상 원고 혼자 대처해야 했을 것이었다는 점에서, 휴게시간 중 원고의 휴식이나 수면이 방해받을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 3.항에서 본 법리를 위 가.항에서 살펴 본 이 사건 아파트의 규모 및 입지, 차량과 사람들의 출입방법, 근무 특성을 반영한 근로계약서의 기재내용, 경비초소 및 관리사무소의 위치(관리소장이 주간 휴게시간에 경비초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는 한 원고의 근무 여부를 육안으로 감독할 수 없는 구조임), 휴게시간의 공지, 별도의 휴게실의 존재 및 내부시설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고, 여기에 을 제15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바와 같이 원고는 1997년부터 서울 강남구 H 아파트(재건축 전), 2004년부터 서울 강남구 I 아파트에서 각 근무하는 등 이 사건 아파트에 근무하기 전에도 오랜 기간 규모가 더 큰 다른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였던 경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아파트에서도 6년 넘게 근무함으로써 입주민들과 안면을 익히고 주변환경에 적응하며 휴식시간을 활용할 노하우도 축적할 수 있었을 것이어서, 이 사건 아파트에서의 근무기간이 누적될수록 업무상 긴장이나 피로도가 경감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보태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아파트 재직기간 동안에는 휴게시간에 관하여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 있었다고 볼 개연성이 충분하고, 위 가.항에서 본 휴게시간 중 원고의 휴식이나 수면이 방해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사정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생빈도가 이례적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그러한 상황들이 휴게시간 중 상당 부분의 자유로운 이용을 방해할 만큼 지속시간이 길었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에서(예컨대, 야간에 지하주차장 차단기에 고장이 발생하였다는 연락을 받았다면 일단 차단기를 올려놓은 상태를 유지한 후 이튿날 관리소장의 지휘 하에 수리 등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비원인 원고의 근무형태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감수하여야 할 사정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라. 위와 같은 사정 하에서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원고가 휴게시간 동안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등으로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에 방해를 받았다는 사정들, 예컨대 사용자인 피고가 휴게시간 중에 원고에게 개별적․구체적으로 경비 또는 순찰을 지시하거나, 휴게시간 중의 근무지침에 관한 포괄적인 지시가 있었던 점, 피고가 원고의 휴게시간 동안의 근무상황을 감독하거나 별도의 보고를 요구하였다는 점, 휴게시간에 입주민들의 인터폰 호출이나 지하주차장 이용 장애나 각종 긴급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증명하여야 할 터인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증명하기에 너무 부족하다.
결국 이 사건 사안은, 원고가 근거 사례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다243078 판결) 및 최근 언론에 보도된 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25845 판결(이른바 ‘J아파트 사건’)의 사안들 즉, 경비원들에게 야간 휴게시간에도 근무복장을 갖추고 의자에 앉아 가면 상태에서 비상대기하도록 요구하고, 그러한 내용이 명문화된 근무수칙이 존재하는 경우, 별도의 휴게공간이나 취침장소가 없어서 지하실에서 수면을 취한 경우, 휴게시간에도 1시간씩 순찰업무를 수행해야 하거나 관리사무소 또는 입주민들에 의하여 지속적인 감시가 있었던 경우, 지하주차장이 없어서 입주민 차량들이 가로로 이중주차를 함으로 인하여 차량 이동 업무가 경비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 등과 확연히 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최성배(재판장) 유창훈 우인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