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학교법인 C(이하 ‘피고 C’라 한다) 산하 의과대학 연구실에서 모야모야병 인지능력과 심리적 상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피고 C의 피용자인 신경외과 교수 피고 B에게 근로를 제공하였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다 갑자기 연구에게 배제되었다.
피고 B은 원고에게 모야모야병 인지능력과 심리적 상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면 의대 편입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위 연구를 주제로 제1저자로 논문을 써서 D에 투고하는 것을 목표로 해보라고 하였다. 원고는 연구실에 최소 주 2일 이상 출근하여 피고의 지도로 연구계획을 수립하고 그 수행과정 및 결과를 보고하기로 하였고 위 연구에 대한 지원비로 인건비를 지급받기로 하였다.
원고는 2017. 4. 4.경부터 피고의 지시, 감독 하에 관련 자료 연구, 발표, 관련 E학회 참가, 모야모야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할 인지검사 및 해석 방법 조사를 하였고, F병원 연구심의위원회에 보고할 연구계획서를 제출하였으며, 연구비 지원을 받기 위해 G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하여 2,000만 원의 연구비 지원이 결정되었다. 15명 이상의 환자에게 웩슬러 지능검사, 위스콘신 카드분류검사, 벡우울증척도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는 등 연구를 수행하였다.
피고 B은 2018. 7. 25. 원고에게 연구실을 나가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하였다. 원고는 2017. 4. 4.경부터 부당해고를 당한 2018. 7. 25.경까지 약 1년 4개월간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으므로 원고가 일부 청구로 구하는 12,851,330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한편 피고 B이 의대 편입이 절박했던 원고의 사정을 이용하여 원고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고 근로를 제공하게 하고 위 연구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음에도 논문저자 자격도 부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연구에서 배제한바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피고 C의 연구윤리지침, 연구비 관리 규정에서 반하는 것이므로 피고 B과 피고 B의 사용자인 피고 C는 공동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또한 피고 B은 원고와 사이에 ‘원고는 연구실에 최소 주 2일 이상 출근하여 연구 수행하고, 피고 B은 연구비 지원을 받으면 원고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며, 피고 B은 원고가 제1저자로 논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약정이 있었음에도 피고 B은 위 약정을 위반한바, 피고 B은 계약 당사자로서 원고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33,187,860원(웩슬러지능검사, STROOP 아동색상-단어검사 관련 원고가 지출한 1,102,000원 + 위자료 20,000,000원 + 피고 B이 제공받은 노무 상당 부당이득금 12,085,86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원고의 위 인건비 청구, 손해배상 청구는, 피고 B이 원고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기로 하였다거나 위 연구에 참여하면 의대 편입이 가능하다거나 제1저자로 논문 작성이 가능하다고 하였고, 이에 원고가 성실하게 연구실에 근무하여 위 연구에 기여하였음에도 피고 B이 일방적으로 원고에게 연구실을 나가라는 통보를 하였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살피건대,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피고 B이 원고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기로 하였다거나 논문 저자로 등재해 주겠다고 하였다거나 원고가 피고 B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연구실을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을가 제3, 6, 7, 8 내지 10호증(각 가지 번호 포함),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증인 H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원고는 의대 편입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여 피고 B의 연구실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원고는 의대 편입을 위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피고 B의 같은 과 동료 교수인 I을 찾아갔는데 I이 연구실 연구가 의대편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피고 B을 소개해 주었다는 것이다. 원고는 I의 도움으로 피고 B을 소개받아 그의 연구실에 출입할 기회를 얻어 연구실 경험을 내세우거나 나아가 위 연구로 작성되는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림으로써 의대 편입을 위한 가산점을 얻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받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연구비 지원을 받으면 인건비를 지급하겠다고 하였다는 것인바, 인건비는 그 지급의무의 발생 자체가 확정적이지 않고 그 액수, 지급방식도 정해지지 않았다. 가사 원고 주장과 같은 인건비 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도 명확하지 않고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연구원도 아닌 원고에게 연구비에서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연구실 내에 원고의 고정된 자리는 없었고 컴퓨터 등 모든 비품은 원고가 스스로 구입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B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
원고는 위 연구에 관련한 연구실적이 없고 웩슬러 지능검사도 연구실에 출입하는 동안 개인적으로 과외를 받았다고 하는 등 임상심리 관련한 자격증이 없다. 가사 원고의 주장대로 원고가 미국 J대학에서 심리학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받았다거나 미국 K에서 연구를 하여 제3저자로 L(미국 M학회가 발간하는 항암제중개연구 분야의 학술저널)에 논문이 게재된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논문의 교신저자에 의하면 원고는 단기인턴으로 원고의 희망에 대한 기회부여를 한 것이어서 아무런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고 제1저자의 선의에 의해 제3저자로 등재된 것일뿐 이라고 하는바, 원고가 피고 B의 위 연구에 참여하기 이전에 연구자로서 관련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습득하였다는 점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갑 제4, 6, 15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위 연구에 연구원으로 기여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원고가 연구원의 자격으로 참여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피고 C의 연구인력 인사규정에 의하면, 위 연구에 종사하는 연구인력으로서 보수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연구책임자의 추천 및 심사 등 채용절차를 거쳐 N 산학협력단장과 계약기간, 보수, 의무 등을 정하여 고용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는데, 원고가 위 규정이 정하고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원고에 대하여 위 규정이 정한 절차도 진행된 바 없다. 원고가 연구원이었다면 웩슬러지능검사, STROOP 아동 색상-단어 검사 관련하여 원고가 그 비용을 지출할 이유도 없다.
이러한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B이 원고에게 함께 연구를 할 것을 제안하였다거나 피고 B의 연구에 원고가 연구자로서 도움을 주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처럼 원고는 위 연구에서 연구원의 지위에 있지 않았고, 실제 연구원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러한 원고에게 피고 B이 원고의 의대 편입에 대한 절박함을 이용하여 자신을 도우면 의대 편입이 될 것처럼 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 가사 원고에게 일정한 연구역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위 연구를 돕고 그로 인하여 어떠한 성과를 낸 후 그 성과를 평가받아 의대에 편입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어디까지나 원고의 노력과 역량에 달린 것이고 피고 B이 이를 보장할 수 없는 것이고, 결국 의대 편입을 위한 소위 스펙쌓기가 필요한 원고에게 피고 B은 그 기회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와 그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따라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판사 최은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