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3. 1. 27. 선고 2021가단252888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 A은 2003. 3. 19. 피고 회사 미술부에 입사하여, ① 2003. 3.경부터 2006. 5.경까지는 계약직, ② 2006. 6.경부터 2016. 1.경까지는 프리랜서, ③ 2016. 1.경부터 2018. 1.경까지는 계약직, ④ 2018. 1.경부터 2018. 8.경까지는 무기계약직을 거쳐 2018. 9.경부터 전문직으로 전환되어 근무하고 있다. 원고 B는 2011. 12. 7. 피고 회사 미술부에 프리랜서로 입사한 후 2018. 9.경 전문직으로 전환되어 근무하고 있다.

나.

피고의 프리랜서를 제외한 직군 체계는 다음과 같이 변경된 바 있다. ① 2004. 5.경 이전에는 일반직(정규직)과 계약직 직원으로 구분되고 있었다. 2004. 5. 31. 노사 합의를 통해서 업무직이라는 직군을 신설하고, 계약직 중 일정조건을 충족한 직원을 업무직으로 전환하였다. ② 2014. 11. 30. 노사합의를 통해서 연봉직이라는 직군을 신설하고, 업무직 직원 중 일정조건을 충족한 직원을 연봉직으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계약직 중 계약기간 2년을 초과한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구분하였다.

다.

피고와 D노동조합은 2018. 9. 13. 피고 회사에 재직 중인 연봉직, 업무직,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불만사항을 수렴하고 단일하고 보편적인 근로조건 확보를 위하여 이들을 ‘전문직’ 직군으로 통합하는 내용으로, 별지와 같은 ‘연봉직․업무직 등의 처우개선에 관한 노사합의서’를 작성하였다(을 제1호증, 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라고 한다).

이 사건 노사합의에 의하면, 2018. 9. 1.부터 연봉직과 업무직을 전문직으로 통합하고, 계약직 중 계약기간 2년을 초과한 무기계약직에 해당하는 직원을 전문직으로 전환하게 된다. 원고들도 이 사건 노사합의 당시 조합원이었다. 이에 따라 2018. 9. 1. 당시 무기계약직이었던 원고 A은 전문직으로 전환되었고, 당시 프리랜서였던 원고 B는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됨과 동시에 전문직으로 전환되었다.

라.

한편 이 사건 노사합의에서는, 연봉직, 업무직, 무기계약직이 되기까지의 경로가 다양했기 때문에 이전까지의 계약기간을 근속연수에 포함하여 산정하는 것은 일관된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 반영되어 호봉표의 근속연수 인정에 있어서, “이 경우 근속년수는 피고와 계약을 체결하여 사번을 부여받은 ‘계약직’ 또는 ‘직원’으로 근무한 기간만을 인정한다.”고 합의되었다(별지 ‘노사 부속합의서’ 제3항).

이에 따라 원고들의 경우, 프리랜서로 근무한 기간은 근속연수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즉 원고 A의 경우에는 프리랜서로 근무한 약 10년간(2006. 6.경~2016. 1.경), 원고 B의 경우에는 프리랜서 입사 이후 전문직 전환시점까지인 약 7년간(2011. 12.경~2018. 8.경)에 해당한다.

마.

원고들은 2020. 6. 12. 노동지청에 위와 같이 근속연수를 인정하지 않은 피고의 처우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진정을 제기했지만 노동지청은 별지 회신결과(을 제2호증)와 같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이후 원고들은 2021. 1.경과 5.경에도 동일한 취지의 진정을 제기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고들은 2021. 11. 29.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내지 11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쌍방의 주장

가.

원고들

①

프리랜서는 피고의 실질적 지휘, 감독을 받아온 근로자이고, 계약직이나 정규직과 비교해도 그 업무는 동일하다. 그럼에도 피고가 이 사건 노사합의에 기하여 원고들의 상근 프리랜서 기간을 근속연수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배된다.<1> ② 원고들의 프리랜서 근무기간은 근속연수에 포함하여 호봉이 재산정되어야 하는데, 2018. 9.경 원고들의 전문직 전환 당시를 기준으로 원고 A은 16호봉, 원고 B는 7호봉에 해당한다.<2> 재산정된 호봉을 기준으로 할 때, 2018. 12.부터 2022. 8.까지 피고가 미지급한 임금은 별지 미지급 임금내역과 같이, 원고 A의 경우 71,969,600원, 원고 B의 경우 48,362,800원이다.

나.

피고

①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른 근속연수 인정과 그에 따른 호봉은, 전체적으로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② 프리랜서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한 사회적 신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상여금 포함)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

한편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의 내용과 그 체결경위, 당시 사용자 측의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다41384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다35309 판결 등 참조).

나.

먼저 갑 제1 내지 17, 19 내지 2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상근 프리랜서 근무기간 동안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의 내용과 정도, 그 과정에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취했던 조치와 그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경우 프리랜서 근무기간은, 피고의 실질적 지휘, 감독을 받은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편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노사합의가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배하거나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취해 온 처우가 위법 내지 부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노사합의 이전에, 피고 회사에서는 재직 중인 연봉직, 업무직,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불만사항을 수렴하고 단일하고 보편적인 근로조건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었다. 피고는 위 직원들의 호봉제 시행 요구에 따라 호봉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전문직 전환대상자인 238명(연봉직 19명, 업무직 140명, 무기계약직 79명)의 채용경로, 숙련도, 업무내용 등이 상이하고 각자의 이해관계도 달랐기 때문에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특히 연봉직, 업무직, 무기계약직이 되기까지의 경로가 다양했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의 계약기간을 근속연수에 포함하는 것은 일관된 기준으로서는 적합하지도 않았다. 당시에도 프리랜서로 근무한 기간이나 경력인정 등의 이슈가 있었지만, 위와 같은 현실적 조건 하에서 호봉제 시행 이전의 피고 회사 근무기간을 호봉표의 근속기간으로 인정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했고, 피고와 D노동조합은 수차례 협의를 거쳐 이 사건 노사합의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 사건 노사합의는, 프리랜서라는 지위 자체를 차별적으로 구분하거나 별도의 논의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2)

이 사건 노사합의 이전에 원고들과 같이 프리랜서의 지위에 있던 직원의 경우에는, 근무기간의 보장이나 근무지에서의 지위 등 현실적 측면에서 비록 그들과 유사한 직군이라 하더라도 계약직에 비해서는 열악한 지위에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노사합의의 합의사항, 즉 전문직 직군 신설 및 통합, 전문직 직군에 대한 호봉제 실시, 호봉제 실시 이전 근무기간의 근속연수 인정 자체는 모두 원고들에게도 유리한 근로조건 변경에 해당한다(이 사건 노사합의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는 3년간 약 154억 원으로 예상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는 전문직 전환 이전에 받던 계약금액이 전문직 호봉별 호봉급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기존의 계약금액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호봉급 수준을 조정함으로써, 원고들의 근무조건 자체가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노사합의 당시에도 프리랜서였던 원고 B의 경우에는, 위임계약을 종료하고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됨과 동시에 전문직으로 전환되기도 하였다.

(3)

원고들은 프리랜서 기간에는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여 업무를 수행해 왔는데(을 제7호증, 각 프리랜서 계약서 참조), 프리랜서의 경우에는 이 사건 노사합의와 관계없이 여전히 프리랜서의 지위에 변동이 없다. 즉 이 사건 노사합의는 프리랜서가 아닌 계약직(앞서와 같이 연봉직, 업무직, 무기계약직)을 전문직으로 전환하고 그에 대해 일정기준을 적용하여 호봉을 신규 책정하는 것이다. 다만 원고 A의 경우는 당시 무기계약직에 있었기 때문에, 원고 B의 경우는 당시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기 때문에 이 사건 노사합의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고, 원고들에게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권리의 변동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이는 새로운 고용형태를 마련하면서 기존의 고용형태와는 다른 근로조건을 설정하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이러한 처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9다230134 판결 참조].

(4)

원고는 대법원 2015두46321 판결을 원용하고 있지만, 이는 국립대학교의 전업 시간강사와 비전업 시간강사 사이에 임금차별을 둔 국립대학교 총장의 처우가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배된다는 취지로서 공법적 처분에 관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노사합의에 따른 처우가 문제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프리랜서 기간에 대해서 향후 퇴직할 경우 그 퇴직금 등 산정에 있어서 재직기간으로 산입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위 기간을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른 호봉 산정의 근속연수로 요구할 수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유창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