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21. 4. 9. 자 해임의 징계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한국고전번역원법에 의하여 설립되어 고전문헌의 수집, 정리, 연구, 번역, 보급 등의 업무를 하는 교육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이다. 원고는 2012. 4. 1. 계약직으로 피고에 입사한 후 2015. 1. 1.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고 2017. 6. 30.부터는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피고 내의 출판콘텐츠실에서 근무한 사람이다.
피고는 2021. 4. 2.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의결하고, 2021. 4. 9. 초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출석한 원고의 진술을 듣고 원고에 대하여 해임처분을 의결한 이후, 2021. 4. 13.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징계의결서가 첨부된 징계처분명령서를 교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2021. 4. 21. 이 사건 징계처분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1. 4. 26. 재심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한 원심의 결정을 확정하기로 의결하고, 2021. 4. 29. 원고에게 다음과 같이 이 사건 징계처분이 그대로 확정되었다는 내용의 재심 징계의결서가 첨부된 징계처분명령서를 교부하였다.
이 사건 징계처분과 관련된 피고의 내부 규정은 별지 관련 규정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3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의 주장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위법하여 무효이므로 그 확인을 구한다.
원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을 위한 인사위원회 심의에 앞서 징계의결 요구서를 송부받지 못하였고,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의결서에도 원고의 비위사실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에는 징계대상자에게 징계사유를 구체적으로 알리지 아니하여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한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
이 사건 징계처분이 징계사유로 삼고 있는 원고의 행위는, 같은 피고 직원인 B(이하 ‘이 사건 피해자’라 한다)의 코트 위 손목 부분을 순간적으로 1회 잡은 것에 불과하여 신체적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고, 당시 원고가 사용한 언어 역시 남녀관계를 희망한다는 뜻이 아니라 정규직 근무가 불투명한 이 사건 피해자의 처지가 안타까워 격려하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어서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하지도 않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피해자에게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성희롱을 하였다고 할 수 없어,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설령 원고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를 해임하도록 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원고의 잘못에 비하여 지나치게 무거운 것으로서 징계재량권을 현저히 일탈ㆍ남용한 처분에 해당한다.
절차상 하자의 유무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 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쉽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지만,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을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81609 판결 등 참조). 징계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된 해고사유가 축약되거나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징계절차의 소명 과정이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국면을 통해 구체화하여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 과정에서까지 그와 같은 수준의 특정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두50642 판결 참조).
판단
원고에게 교부된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의결서에는 원고의 징계사유에 관하여 ‘원고는 이 사건 피해자의 신체를 동의 없이 접촉하고, 남녀관계를 희망하는 취지의 발언으로 성적 굴욕감, 모욕감 또는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는 취지로만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1, 2, 15 내지 1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사실, 즉 이 사건 피해자가 2021. 3. 2. 원고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취지의 고충을 접수한 이후 원고는 2021. 3. 26. 피고가 실시한 피해조사 과정에서 2020. 12. 29. 이 사건 피해자에게 어떠한 언행을 하였는지에 관한 문답을 주고받은 사실, 원고는 2021. 4. 2.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에 출석하여 직접 자신의 입장을 진술한 사실, 원고는 2021. 4. 9.
자 초심 인사위원회 및 2021. 4. 26. 자 재심 인사위원회에도 모두 출석하여 해명할 기회를 부여받았고 직접 자신의 주장을 기재한 진술서 또는 소명자료를 제출한 사실, 원고가 직접 작성한 진술서 및 소명자료에는 원고가 2020. 12. 29. 새벽 3시경 회식 이후 귀가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피해자의 왼쪽 손목 부분을 잡고 “선생님이 신경이 쓰입니다.”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에 대한 원고의 해명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는 사실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고는 이미 자신에 대한 징계사유가 어떠한 것인지를 충분히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고, 나아가 전반적인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 과정에서도 자신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받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에 징계사유를 구체적으로 알리지 아니하여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한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ㆍ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3 내지 5호증, 을 제11 내지 13, 19 내지 26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이 사건 피해자보다 연상의 기혼 남성으로 2012. 4. 1. 계약직으로 피고에 입사하였다가 2017. 6. 30.부터는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피고의 출판콘텐츠실에서 번역서 출판업무를 담당하였다. 이 사건 피해자는 2019. 3.경부터 피고의 출판콘텐츠실에서 계약직 행정원으로 근무하면서 번역서 출판 관련 교정 및 편집관리 업무를 하였고, 평소 원고와 수시로 업무상 협력을 하는 관계에 있었다. 이 사건 피해자는 2020. 3.경 피고의 정규직 채용에 지원하였으나 최종 면접 과정에서 탈락하였다.
원고와 이 사건 피해자는 2020. 12. 28. 18시경 같은 출판콘텐츠실에서 근무하는 C 및 외부 편집위원 D와 저녁 회식을 가졌고, C이 21시경 먼저 귀가한 이후 E역 근처에 있는 D의 집으로 이동하여 2차 모임을 가졌다.
원고와 이 사건 피해자는 2020. 12. 29. 새벽 3시경까지 2차 모임을 한 이후 D의 집에서 나와 귀가를 위해 E역 근처의 택시정류장으로 이동하였다. 원고는 E역 근처에 이르러 주차된 택시를 향해 걸어가던 중 코트를 입고 있던 이 사건 피해자의 왼쪽 손목 부분을 잡고, “선생님, 제가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선생님이 신경이 쓰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이 사건 피해자가 놀란 듯이 원고를 쳐다보자 원고는 이 사건 피해자에게 “아닙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들어가세요.”라고 말하였고, 이 사건 피해자와 원고는 각자 택시를 타고 귀가하였다.
원고는 그 직후 이 사건 피해자에게 “미안해요. 샘, 제가 해서는 안 되는데, 뭔가 솔직하게 한 번 말하고 싶었어요. 저 때문에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미안해요. 조심히 들어가요.”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였고, 이 사건 피해자가 답장을 하지 않자 다음날 아침 다시 이 사건 피해자에게 “샘, 어제 택시 타고 잘 들어갔는지 걱정돼서 톡 남겨요.”라는 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이를 확인한 이 사건 피해자는 “전 잘 들어왔습니다. 어제 하신 일이나 행동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길 바라고 다음주에 회사에서 뵙겠습니다. 답장은 보내지 마세요.”라고 답하였다. 마) 원고와 이 사건 피해자는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한 이후인 2021년 1월 중에도 사내 메신저를 이용하여 업무상 필요한 대화를 나누며 업무협력을 하였다. 그러던 중 원고가 2021. 1. 27. 이 사건 피해자에게 사내 메신저로 “샘, F 책 예쁘게 잘 나왔네요. 작년에 저거 만드느라 수고 많았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이 사건 피해자는 원고를 불러내 왜 말을 했는데도 평소처럼 대하느냐고 화를 내며 항의를 하였다. 원고는 그 직후 이 사건 피해자에게 ‘지난 일로 화를 끼치고 불편하게 해드려 송구한 마음이고, 진심으로 사과한다. 죄송하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이 사건 피해자는 ‘회사에서 계속 얼굴 볼 동료라서 마음 편해지려고 하는 사과 별로 받고 싶지 않다. 저를 진심으로 대해주신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저와 잘 지내려고는 하지 마라. 선생님 감정에 더 이상 휘둘리고 힘들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답장하였다.
원고는 2021. 1. 29. C을 통해 이 사건 피해자에게 사과를 위해 만날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보았으나 이 사건 피해자는 이를 거절하였다. 이 사건 피해자는 2021. 1. 30.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이성적으로 마음이 없고 업무적으로만 대해달라는 뜻을 전하였다.
원고와 이 사건 피해자 사이의 관계가 악화된 것을 인지한 피고의 다른 직원들이 2021. 1. 말경부터 원고와 이 사건 피해자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하였고, 이 사건 피해자가 분리조치를 원하여 원고는 2021년 설 연휴(2월 11일 ~ 2월 14일) 전후로 사무실 위치를 변경하게 되었다.
이 사건 피해자는 2021. 1.경부터 우울증, 불안 등의 증상과 관련된 진료를 받았고 약물 처방을 받았다. 이 사건 피해자는 2021. 2. 5. 상담 과정에서 ‘지난주 동안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 약간의 자해 시도도 하였다. 지금은 좀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직장스트레스가 계속 있고 상대방이 계속 화해를 시도해서 내가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었고, 정식으로 대화를 해서 다가오지 말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의사로부터 입원치료를 권고받기도 하였다.
이 사건 피해자는 2021. 3. 2. 피고에게 성희롱 고충신고를 하였고, 이에 원고와 이 사건 피해자, 주변 직원들에 대하여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이후 2021. 4. 2. 자 고충심의위원회를 거쳐 2021. 4. 9. 자 초심 인사위원회에서 원고에 대하여 해임을 하기로 하는 이 사건 징계처분이 의결되었다.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고가 2020. 12. 29. 이 사건 피해자에게 한 언행은 야심한 시각에 원고와 이 사건 피해자만이 있는 자리에서 동의 없이 임의로 상대방의 신체를 접촉하고 남녀관계를 희망하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서, 이 사건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였음은 물론 객관적으로 이 사건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에게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는 인정되고, 이에 반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원고와 이 사건 피해자는 매우 늦은 시간인 새벽 3시경 단 둘이서 주택이 밀집한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대로변으로 나왔고, 그 시간을 고려하면 당시 주변을 통행하는 차량이나 인적이 많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직장 동료들과의 업무상 회식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던 이 사건 피해자로서는 원고가 갑자기 자신의 손목 부분을 붙잡고 애정을 고백하는 말을 할 것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보이고, 그 직후의 반응이나 원고에게 전송한 메시지의 내용 등에 비추어 원고의 언행에 매우 놀라는 동시에 상당한 불쾌감과 거부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원고가 코트 옷자락 위로 이 사건 피해자의 손목 부분을 붙잡았다 하더라도, 전혀 예견치 못한 신체접촉이 미혼 여성이자 원고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이 사건 피해자에게 순간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피해자는 일관되게 원고의 위 언행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 사건 직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은 내역도 확인된다. 원고가 2021. 1.경 이 사건 피해자에게 사과를 한다는 명목으로 연락을 시도한 것도 이 사건 피해자에게 재차 두려움과 불쾌감, 거부감 등의 정신적 고통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서 근무하던 피고의 다른 직원들도 ‘이 사건 이후 이 사건 피해자가 다른 사람을 경계하는 성격이 된 것 같다’, ‘이 사건 피해자가 점심시간에도 밥을 먹지 않고 책상에만 엎드려 있거나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등, 이 사건 피해자가 상당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음주한 상태에서 손목을 붙잡고 ‘신경이 쓰인다.’고 말한 원고의 언행은 이성인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남녀관계를 원한다는 취지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원고는 2020년 3월경 정규직 임용에서 탈락한 이 사건 피해자의 앞날을 안타까워하고 함께 걱정한 것일 뿐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말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나, 그 자리에서 직접 이를 들은 이 사건 피해자가 원고의 언행이 남녀의 육체관계까지도 포함하는 의미로 느껴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당시 원고가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것 아는데”,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라는 말을 한 것도 직장 선배가 후배를 걱정하는 통상적인 표현을 한 것이 아니었음을 분명하게 나타낸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피해자와 원고가 나눈 메시지의 내용 역시 남녀관계를 전제로 한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고 이에 원고가 사과하려 하는 내용으로 해석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원고의 해명은 그 자체로 납득하기 어렵다.
원고가 이 사건 피해자에게 강압적이거나 직접적으로 남녀관계를 희망한다고까지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은 당시의 시간적, 장소적 정황 및 원고가 연상의 기혼 남성인 점을 아울러 고려하면 일반적인 여성의 경우에도 이러한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을 쉽게 생각하고 무시한다는 인상과 함께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원고는 정규직 직원으로 계약직 직원인 이 사건 피해자에 비해 업무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고, 수시로 이 사건 피해자와 업무상 협력을 해야 하는 관계에 있었으므로, 이 사건 피해자로서는 원고에게 직접적으로 강하게 불쾌함을 표시하거나 원고와의 관계를 곧바로 단절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 사건 피해자는 원고와 있었던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2021년 1월 말경까지 혼자서 이를 감당해야 했고, 일부 주변 사람들이 원고와의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된 이후로는 그들에게 ‘고충신고를 하게 되면 원고가 보복을 할 수도 있지 않냐’는 취지로 두려움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두6101 판결,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의 2020. 12. 29. 자 언행은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 자체는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고를 해임하도록 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원고의 비위사실의 내용 및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무거운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원고의 비위사실은 이 사건 피해자의 코트 옷깃 위로 왼쪽 손목 부분을 붙잡고 ‘신경이 쓰인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서, 그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고 이 사건 피해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 주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접촉 부위가 상대적으로는 덜 예민한 손목 부분인 점, 신체 접촉 시간이 비교적 짧고 일회성에 그친 점, 원고가 이 사건 피해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이고 직접적으로 육체관계를 희망한다는 취지의 태도를 계속하여 보이지는 않은 점, 원고가 이 사건 피해자에게 한 말도 애정을 표현하는 취지이기는 하나 성적인 함의를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원고는 곧바로 이 사건 피해자에게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였고 귀가한 직후에도 미안하다는 의사를 표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비위사실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원고가 이 사건 피해자에게 직접 추가적으로 남녀관계를 희망하는 등의 표현을 한 적은 없고, 원고와 이 사건 피해자가 나눈 대화의 내용 역시 통상적인 업무에 관한 것이거나 원고가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보인다. 비록 이 사건 피해자가 계속하여 원고를 직장에서 마주치며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받았고 원고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고통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이기는 하나, 적어도 원고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식하고 이 사건 피해자에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였다고 볼 여지는 있다. 물론 원고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피해자에게 한 말이 이성적인 의미를 함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수긍할 수 없는 해명을 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고충조사 및 이어진 징계심의 과정에서 성희롱으로 인하여 중한 징계를 받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나름의 변명을 하는 과정의 일환이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와 달리 원고가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피해자가 자신의 진의를 오인한 것이라는 취지로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까지 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이후 원고는 사무실을 옮기게 되어 일단 이 사건 피해자와의 분리조치가 이루어졌고, 피고의 규모나 업무 내용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업무관계 조정 등을 통해 이 사건 피해자가 원고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추가적인 정신적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사건 징계처분은 원고를 더 이상 피고 내에서 근무할 수 없게까지 하는 내용의 조치로서 원고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의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고 보인다.
피고의 징계 및 재심에 관한 규칙 별표 5 ‘징계양정기준’은 성희롱으로 인한 품위유지의무위반의 징계사유에 관하여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파면의 징계처분을,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임의 징계처분을,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에는 정직 또는 감봉의 징계처분을,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는 견책의 징계처분을 각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비위의 정도가 심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며(피고의 고충심의위원회 및 초심, 재심 징계위원회 역시도 모두 원고의 비위의 정도가 심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나아가 성희롱 비위사실의 특성상 위 징계기준에서 말하는 ‘고의’가 반드시 형사법적 의미의 ‘고의’와 동일한 의미라고 볼 수는 없고, 위 ‘고의’, ‘중과실’, ‘경과실’의 개념은 귀책사유의 정도를 유형화한 것으로서 성희롱 피해자가 가해행위로 인하여 겪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식과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는지와 같이 가해의사의 크기나 표출 정도 등을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여 비교적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었고 그 직후 이 사건 피해자가 불쾌한 기색을 표하자 곧바로 사과를 하였던 원고에게 위 징계기준에서 말하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이는 적어도 ‘중과실’ 또는 그보다 가벼운 ‘경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그 경우 원고에게는 해임보다 가벼운 정직, 감봉 또는 견책의 징계처분이 가능하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피고의 내부규정으로 정한 징계기준을 일탈하였다고 볼 수 있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은 그 징계절차가 적법하고 징계사유도 인정되지만, 징계양정이 원고의 비위사실에 비하여 지나치게 무거워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으로서 위법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으므로 원고가 그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태일(재판장) 조수진 오민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