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7. 16. 선고 2021나40727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298,345원 및 그 중 5,279,310원에 대하여는 2018. 9. 8.부터, 19,035원에 대하여는 2019. 5. 3.부터 각 2021. 7. 16.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70%는 원고가, 3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B(1981년생, 남자)은 2017. 10. 17. 21:40경 피고가 서울 중구 C에서 운영하던 ‘D’(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재단기를 조작하던 중 우측 엄지손가락이 눌려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였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이로 인하여 외상성 경지골절단, 절단 끝 괴사 등의 상해를 입게 되었다.

나.

B은 2012년경 이 사건 사업장에서 퇴사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주식회사 E 소속 상용 근로자로 근무를 하고 있으면서도 피고와 친분을 유지해 오던 중, 이 사건 사고 당일 피고에게 속칭 ‘섯다’ 게임을 하기 위해 이 사건 사업장에 들를 것임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알리고 피고의 동의를 받은 다음 20:30경부터 이 사건 사업장 내 방 안에서 일행들과 함께 섯다 게임을 하였고, 이 때 피고는 이 사건 사업장 내 위 재단기를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B이 위 기계를 조작하여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다.

다.

B의 위 상해를 치료하기 위하여 이 사건 사고일부터 F병원 등의 요양기관에서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아 발생한 총 진료비는 20,627,650원인바, 그 중 원고는 B의 본인부담금 4,947,020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15,680,630원을 늦어도 2018. 9. 7. 이전에 요양기관에 지급하였다.

라.

또한 원고는, 본인(피해자)이 연간 부담하는 부담금의 총액이 상한액을 초과한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그 초과 금액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4조 제2항에 따라 B에게 수진자환급금 명목으로 2018. 9. 7.에 1,917,070원, 2019. 5. 2.에 63,450원을 각 지급하였다(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위 수진자환급금의 합계액은 1,980,520원임이 계산상 명백하므로, 원고가 소장 청구원인에서 “1,980,510원”이라고 기재한 것은 오기로 보이고, 위 오기 금액을 기초로 청구취지 금액에 이르기까지 산출된 계산결과 역시 모두 오기라 할 것인바, 이하에서는 이를 바로잡은 금액을 전제로 판단하기로 한다).

[인정근거] 일부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8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을 제4호증의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민법 제758조에 따른 피고의 B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및 범위

가.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1)

민법 제758조 제1항에 규정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다25118 판결 참조).

(2)

위 법리를 앞에서 거시한 증거들 및 위 기초사실에 비추어 살피건대, 위 재단기는 항상 그 칼날에 의한 끼임, 절단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함에 있어서도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등 안전수칙을 준수할 것이 요구되고, 특히 이 사건 사고 당시처럼 이 사건 작업장 내에 피고 혼자만 위 재단기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고 있었고 B을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유희를 즐길 목적으로 이 사건 사업장에 들어와서 작업이나 근로제공과는 아무 관련 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피고로서는 잠시라도 자리를 비울 경우에는, 위 작업장 내 다른 사람들이 호기심에서라도 위 재단기에 접근하여 이를 조작해 보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전원을 끄고 ‘위험’ 문구와 함께 ‘작업자 외 접근금지’의 취지를 기재한 푯말을 놓거나 위 사람들에게 구두로라도 위 재단기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위 재단기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것인데, 피고가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자리를 비우면서 그 주장하는 바와 같이 상단의 스위치를 끄는 것에서 나아가 위와 같은 추가적인 방호조치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3)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재단기는 상단의 스위치를 켜고 하단의 발판까지 밟아야 작동이 되므로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고 있었고, 이 사건 사고 직전 피고가 물을 마시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도 위 스위치를 끄는 등 통상적인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는데도 B이 무단으로 위 재단기를 조작하다가(피고는 B이 일행들에게 과시할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에게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나, 위 기초사실 및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B이 2012년경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였고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이 사건 작업장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해 왔던 이상, 이 사건 사고 당시 일행들과 섯다 게임을 하고 있었던 B은 위 재단기를 조작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숙련도나 집중도는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바, 이러한 경우 B 등이 섣불리 위 재단기에 접근하였다가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더욱 커지게 되고 이에 비례하여 피고에게도 더 높은 수준의 방호조치 의무가 요구된다 할 것이며, 또한 위와 같은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위 사고가 공작물의 통상의 용법에 따르지 아니한 이례적인 행동의 결과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도 어려우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4)

따라서, 피고는 공작물인 위 재단기의 점유자 겸 소유자로서 그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B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책임의 제한

앞에서 본 증거들과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B은 위 재단기의 조작방법과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 일행들과의 다소 들뜬 분위기 속에 충분한 주의를 다하지 아니한 사정이 인정되므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B의 과실을 참작하고, 피고가 위 재단기를 떠나 있었던 시간이 짧았던 사정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함이 타당한바, 이로써 피고가 B에게 책임져야 할 손해액은 6,188,295원(총 치료비 20,627,650원 x 0.3)이 된다.

3.

원고의 구상금채권의 발생 및 범위

가.

관련 법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해배상청구권 대위를 인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의 문언과 입법 취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목적과 사회보장적 성격, 불법행위가 없었을 경우 보험급여 수급권자가 누릴 수 있는 법적 지위와의 균형이나 이익형량, 보험급여 수급권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기왕치료비 손해배상 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한 공단부담금 전액이 아니라 그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고 나머지 금액(공단부담금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대위할 수 없으며, 이는 보험급여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피해자를 위해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법리를 이 사건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가 B의 피고에 대한 기왕치료비 손해배상 채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는 원고가 부담한 보험급여비용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 할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구상금 채무의 범위는 5,298,345원[= 공단부담금 17,661,150원(15,680,630원 + 1,917,070원 + 63,450원) × 가해자 측 책임비율 30%]이다.

4.

원고의 부당이득반환 청구(예비적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이자 관리감독자로서 B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하여 제본작업을 직접 지시하고 그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게 한 사람으로서 B의 사용자에 해당하는바, 피고로서는 근로자 B의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부상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78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피고의 비용으로 요양보상을 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원고의 보험급여 지출로 인하여 법률상 원인 없이 재산상의 이득을 얻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보험급여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살피건대, 갑 제8호증의 기재 등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가 있기 전에 B은 현재 근무 업체의 근무를 쉬는 날 피고가 1일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면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하여 근로를 하고 피고로부터 일당을 수령하곤 하였으나, 이 사건 사고 당일에 관하여는 피고로부터 그러한 근무 제안 연락을 받은 적이 없고 오히려 B이 먼저 피고에게 섯다 게임을 하러 이 사건 사업장에 들르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이 사건 사고 직전까지도 피고와 B 사이에 어떠한 근로제공 합의 또는 작업 지시가 없었던 사실, B이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으나 2018. 7. 4.경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 당시 B은 근로기준법상 피고의 근로자로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결정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B이 이 사건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B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구상금 5,298,345원 및 그 중 5,279,310원[= 17,597,700원(15,680,630원 + 1,917,070원) x 피고의 책임비율 30%]에 대하여는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마지막 지급 다음날인 2018. 9. 8.부터, 19,035원(= 63,450원 x 위 30%)에 대하여도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지급 다음날인 2019. 5. 3.부터 각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7. 16.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 인정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최성배(재판장) 유창훈 우인성

각주1) 피고의 이 사건 추완항소는 적법하게 제기된 것으로 판단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