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3. 5. 25. 선고 2021나51628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에 대하여 퇴직위로금 외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제1심 법원이 그 중 퇴직위로금 청구는 인용하고 손해배상 청구부분은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만이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위와 같이 인용된 퇴직위로금 청구부분에 한정된다.

2.

인정사실

가.

원고는 2019. 12. 9. 피고의 재무이사로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21. 4. 30. 퇴직하였다.

나.

원고는 2021. 4. 26. 피고와 사이에, 퇴직을 앞두고 아래 내용과 같은 합의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

다.

피고는 2021. 5. 13. 원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1,000만 원과 이 사건 합의에 따른 1개월분 위로금으로 5,724,093원을 지급하였고, 그 이후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나머지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라.

한편, 원고는 ‘2021. 5. 11. 14:00경 피고 대표이사 C에게 “퇴직금과 별개로 퇴사 이후 5개월 동안 600만 원씩 분할 지급하기로 약속한 퇴직위로금 3,000만 원을 당장 일시불로 지급해 달라. 그리고 차용증을 쓰는 조건으로 회사자금으로 1억 원을 빌려달라. 당장 돈을 주지 않으면 내일부터 회사가 없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조건이 일주일 안에 실행되지 않으면 내 플랜이 진행될 것이다”라고 말함으로써 이에 응하지 않으면 회사의 분식회계 자료 등 근거로 경찰에 고발할 것처럼 겁을 주어 위 C을 공갈하여 2021. 5. 13. 위 다.항 기재 돈을 받았다’는 범죄사실과 ‘2021. 5.경 및 2021. 6. 2.경 피고에 대한 명예훼손을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약식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8,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에 따른 나머지 금원 22,896,370원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가 퇴사 이후 회사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원고와 이 사건 합의를 하였는데 원고가 관련 형사사건 범죄사실 기재 내용과 같이 이를 어겼으므로 위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또한 원고가 회사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이 사건 합의서 제2조에 이러한 내용을 기재하면서 이 사건 합의를 하였는데 이는 피고의 착오였으므로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합의를 취소하며, 원고가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처럼 피고를 기망하고, 피고 대표이사 C을 협박하여 이 사건 합의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기망과 협박을 이유로 이 사건 합의를 취소한다.

이 사건 합의를 취소할 수 없다면 원고가 관련 형사사건의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금지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이를 이유로 이 사건 합의를 해제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에 따른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나.

판단

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에 따른 퇴직위로금 중 미지급한 22,896,370원(=5,721,093원 × 4개월분)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조건부 합의라는 주장에 관하여

조건은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케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법률행위에 있어서의 효과의사와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의사표시 그 자체이고, 따라서 조건의사가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외부에 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퇴직 이후 회사의 비밀사항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와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위로금을 지급할 의무를 개별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고, 위와 같은 의무 중 어느 하나가 다른 의무에 앞선 선이행관계에 있다거나 원고가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할 것을 조건으로 피고가 금원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할 만한 사정이 전혀 없고, 그 밖에 이와 같은 의사표시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원고에게 부담하는 금원지급의무가 조건부 의무라는 전제에 있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합의를 취소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동기의 착오란 내심적 효과의사의 형성과정에 착오가 발생한 것을 의미하고,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을 때에 취소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가 퇴사 이후에 신뢰관계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오에 빠져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합의서 내용에 따르면 오히려 피고는 원고가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할 것을 염려하였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시킨 것으로 보여 위와 같은 주장과 모순되고, 그 밖에 이 사건 합의에 관한 피고의 내심적 효과의사의 형성과정에 착오가 발생한 동기의 착오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설령 그렇더라도 그 동기가 의사표시의 내용이 되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합의 당시인 2021. 4. 26. 피고를 기망하였다거나 피고 대표이사 C에게 겁을 주어 이 사건 합의를 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이유로 한 취소 주장도 이유 없다(원고가 관련 형사사건에서 피고 대표이사 C을 공갈하였다는 범죄사실은 이 사건 합의 이후인 2021. 5. 11. 범행이다. 피고는 원고가 관련 형사사건에서 위 C을 공갈하여 돈을 받았다는 사실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은 사실을 근거로 이 사건 합의 체결과정에서도 위 C을 협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원고가 이 사건 합의 이후 피고에게 해악의 고지를 하여 돈을 받았다는 사정이 곧 이 사건 합의가 원고의 강박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추단케 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이 사건 합의를 해제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퇴직 이후 회사의 비밀사항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와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위로금을 지급할 의무를 별개로 정한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와 같은 쌍방의 의무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어 피고가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주장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이 사건 합의를 해제함으로써 이미 채무불이행상태에 있는 퇴직위로금지급채무를 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비밀누설금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합의를 해제한다는 전제에 있는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에 따른 퇴직위로금 중 미지급한 22,896,370원(=5,721,093원 × 4개월분) 및 이에 대하여 2회차 분할퇴직위로금의 지급기일 다음날인 2021. 7. 26.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피고는 이 사건 합의에 따른 퇴직위로금은 임금이 아니므로 근로기준법 소정의 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퇴직위로금이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지급의 사유와 시기 및 기준, 근로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여러 사정, 즉 원고가 근로한 기간, 이 사건 합의를 하게 된 경위, 퇴직위로금의 액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합의에 따른 퇴직위로금은 원고가 재직 중 직무집행의 대가로서 지급받은 후불적 임금으로서 보수의 성질을 아울러 갖고 있다고 보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차은경(재판장) 김진철 임민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