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20,013,706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6. 11.부터 2023. 2. 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의료기관의 설치 및 운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법인으로서 E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자이다. 피고는 2017. 1. 3.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때부터 위 E병원 인재개발팀에서 근무를 시작하였다.
피고는 2017. 6.경 원고의 글로벌 전문가 양성을 위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고 한다)에 참여 신청을 하여 대상자로 선정되었고, 2018. 7. 31. 원고에 대하여 ‘파견종료 후 연수기간의 2배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의무복무를 준수하고 위반 시 회사에서 대납한 연수비를 의무복무기간에 비례하여 반환하겠다.’고 약정하였다.
피고는 2018. 8. 15.부터 2020. 9. 18.까지 약 25개월 동안 이 사건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 소재 F(이하 ‘F’라고 한다)의 HR operation부서에 소속되어 해외연수(이하 ‘이 사건 해외연수’라고 한다)를 받으면서 피고로부터 급여 외에 54,242,624원(= 해외생계비 50,515,524원 + 부임항공료 1,368,200원 + 비자수수료 225,500원 + 휴가항공료 2,133,400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피고는 이 사건 해외연수를 마치고 2020. 9. 19.부터 원고의 국제협력실에서 근무하던 중 2020. 10. 6. ‘귀임 후 연수기간의 2배에 해당하는 기간 의무복무 준수하고 이를 위반 시 총 연수비 54,242,624원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약정(갑 제3호증의2 부속계약서<1> 참조, 이하 위 나.항 기재 약정과 함께 ‘이 사건 약정’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피고는 2022. 1. 6. 원고에게 ‘대학원 진학’을 이유로 하는 사직원을 제출하고 2022. 2. 17. 퇴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원고는 피고에 대한 총 지원금 54,242,624원에서 부임항공료 1,368,200원, 비자수수료 225,500원, 휴가항공료 2,133,400원을 제외한 나머지인 해외생계비 50,515,524원(= 54,242,624원 – 1,368,200원 – 225,500원 – 2,133,400원, 이하 ‘해외생계비’라고 한다) 중 피고가 위반한 의무복무기간에 비례한 33,356,177원[= 50,515,524원 × 1,005일 /1,522일, 원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원고의 자회사격인 F에서 단순·반복적 업무에 종사하였는바, 이 사건 프로그램은 사실상 근무장소의 변경에 불과한 것이고 원고가 지급받은 지원금은 사실상 급여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프로그램 참여에 따른 의무복무기간을 설정하고 그 위반에 따른 위약금을 정하고 있는 이 사건 약정은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내용으로서 무효이다(근로기준법 제20조 참조).
이 사건 약정은 피고가 이 사건 프로그램에 따라 출국하기 직전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던바, 그 경위나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의무복무기간이 50개월에 이르는 장기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약정은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관계 형성의 자유 등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민법 제103조)이거나 피고의 궁박한 사정을 이용하여 체결된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민법 제104조)로서 무효이다.
판단
연수비반환 의무의 존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의무복무기간을 위반하여 원고의 사업장에서 사직하는 경우에는 그 의무위반기간에 비례하여 이 사건 프로그램에 따른 연수비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무효 항변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 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할 것인바, 기업체에서 비용을 부담 지출하여 직원에 대하여 위탁교육훈련을 시키면서 일정 임금을 지급하고 이를 이수한 직원이 교육수료일자부터 일정한 의무재직기간 이상 근무하지 아니할 때에는 기업체가 지급한 임금이나 해당 교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되 의무재직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이를 면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근로자로 하여금 상환하도록 한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금지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 아니므로 유효하다. 다만 그 중 임금반환을 약정한 부분은 기업체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한 임금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으로서 실질적으로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직원의 해외파견근무의 주된 실질이 연수나 교육훈련이 아니라 기업체의 업무상 명령에 따른 근로장소의 변경에 불과한 경우, 이러한 해외근무기간 동안 임금 이외에 지급 또는 지출한 금품은 장기간 해외근무라는 특수한 근로에 대한 대가이거나 또는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에 해당하여 재직기간 의무근무 위반을 이유로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 또한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갑 제5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프로그램에 따라 연수를 실시한 F는 원고가 인수한 미국 현지의 종합병원이었던 사실, 원고는 단지 연수대상자로 하여금 F에서의 현장실습을 하도록 정해두었을 뿐이고, 이 사건 프로그램에는 연수방법 등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고 구체적인 연수계획도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 피고는 미국 현지에서 F으로 출근하여 프런트 데스크에서 방문객 안내 업무, 사원증 발급이나 주차시스템 관리 등 업무에 종사하기도 하였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갑 제5,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미국 현지에서의 의사소통능력과 국내 및 미국 현지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를 갖춘 관리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프로그램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던 사실, 피고가 작성한 연수보고자료에 의하면, 피고는 F에서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이나 화재 관련 교육을 수강하고, JBDev, Paragon 등 미국 의료시스템 관련 사용법을 학습하는 등 미국 현지 의료시스템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였던 사실, 원고는 피고의 국내 연봉 외에 해외거주에 다른 물가차액 보전을 위하여 월 100만 원씩을 추가로 지급하였고, 이에 더하여 이 사건에서 반환을 구하는 해외생계비(월 미화 1,707달러)까지 지원하였던 사실, 위 해외생계비는 “이문화 적응 및 해외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연수비”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서 이는 비임상 비의사 조교수 연수지원금 기준과 동일한 수준(월 미화 1,707달러)이었던 사실, 해외생계비는 월 2,169,704원 수준으로 피고의 월급 2,311,000원(근로계약서)에 육박하였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 (나)항 기재 인정사실에 의하면, ① 피고가 F에서의 담당했던 업무는 미국 병원운영 실무 습득 등 이 사건 프로그램 운영의 목적에 부합하는 연수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고, 피고가 F에서 미국 의료시스템 관련 교육을 받기도 하였던 점, ② 이 사건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연수일정의 수립은 피고에게 맡겨져 있었으므로, 원고의 계획 하에 특정 교육이 실시되지 않았다거나 피고가 연수기간 중 특별한 외부 교육 또는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없었다는 사정이 이 사건 프로그램의 성격을 규정짓는 결정적인 요소로 보기 어려운 점, ③ F에서의 근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는 어떻게 정해졌고 그 구속의 정도는 어떠하였는지 등을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 즉 피고가 자율적인 연수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을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가)항 기재 사실만으로 이 사건 프로그램에 따른 연수가 교육훈련 등이 아니라 기업체의 업무상 명령에 따른 근로장소의 변경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기타 무효항변에 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기업체에서 비용을 부담 지출하여 직원에 대하여 위탁교육훈련을 시키면서 일정 임금을 지급하고 이를 이수한 직원이 교육수료일자부터 일정한 의무재직기간 이상 근무하지 아니할 때에는 기업체가 지급한 임금이나 해당 교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되 의무재직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이를 면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근로자로 하여금 상환하도록 한 부분은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해외연수와 관련한 의무복무약정과 이를 위반한 경우를 상정한 연수비 반환은 해외연수를 실시하는 다수의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으로서, 이 사건 약정에 따른 반환의 범위에 임금에 해당하는 부분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고<2>, 의무복무기간도 해외연수기간의 2배 정도로 그것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정도로 현저하게 길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약정이 피고가 이 사건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에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 사건 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거나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약정이 민법 제103조, 제104조를 위반되어 무효라는 피고의 위 항변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연수비반환 의무의 범위
원고는 피고에 대한 해외생계비 50,515,524원 중 피고가 위반한 의무복무기간에 비례한 33,356,177원[= 50,515,524원 × 1,005일(2022. 2. 18. ~ 2024. 11. 18.)/1,522일 (2020. 9. 19. ~ 2024. 11. 18.)<3>, 원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의 해외연수기간은 2018. 8. 15.부터 2020. 8. 14.까지 2년이고, 피고의 나머지 해외체류기간(2020. 8. 15. ~ 2020. 9. 18.)은 F 측의 요청에 따른 추가근무기간이므로, 적어도 위 나머지 해외체류기간만큼은 해외연수기간에서 제외되고 피고의 의무복무기간에는 산입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반환대상이 되는 금전은 31,429,576원[= 50,515,524원 × 909일(퇴직일 익일 2022. 2. 18. ~ 의무복무 종료일 2024. 8. 14.)/1,461일(의무복무기간 2020. 8. 15. ~ 2024. 8. 14.)]으로 계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주장의 연수기간 연장의 경위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를 찾을 수 없고, 오히려 갑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피고의 연수종료 후인 2020. 10. 6. 피고의 연수기간을 2018. 8. 15.부터 2020. 9. 18.까지로 정하면서 그에 따라 의무복무기간도 2020. 9. 19.부터 2024. 11. 18.까지 50개월로 정하였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반환연수비의 감액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약정은 그 약정의 경위나 내용상 피고가 연수기간 종료 후 약정한 의무복무기간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원고가 피고의 연수를 위해 비용을 지출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하여 약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있다. 설령 이 사건 변상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의 경위나 내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상 민법 제398조 제2항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반환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이를 감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앞서 인정한 사실들 및 이 사건 변론과정에 나타난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이 사건 약정의 목적, 체결 경위 및 내용, 의무복무기간의 정도, 피고가 이 사건 연수 중 상당한 정도의 단순 업무를 부담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원고가 구체적인 연수계획 수립도 없이 연수를 실시한 데에 일부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해 보면, 이 사건 약정에 따른 피고의 책임을 60% 정도로 제한하여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연수비 반환액을 20,013,706원(= 위 33,356,177원 × 0.6, 원 미만 버림)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20,013,706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의 퇴사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2. 6. 11.부터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3. 2. 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용근
각주1) 위 부속계약서에는 총 연수비에 부임출장비 3,304,560원이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실제로 지급되지 않았고, 원고는 반환청구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으므로, 위 3,304,560원은 이 사건 약정에 따른 반환의무의 범위에서 제외된 것으로 본다.
각주2) 원고는 연수지원금 외에 물가보전비 등 생활비 지원을 위한 금원을 별도로 지원하였고, 이 사건으로 위 연수지원금 중 의무복무기간 위반의 비율에 상당하는 금원의 반환만을 구하고 있다.
각주3) 이 사건 약정에 따라 피고의 해외연수기간 2년 1개월의 두 배인 4년 2개월이 의무복무기간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