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4. 5. 17. 선고 2023가단244843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갑 제1 내지 3호증, 갑 제5 내지 7호증, 갑 제12 내지 16호증(가지 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들은 택시 여객 운송사업을 하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택시 운전기사로 근무하다 퇴직하였다.

나.

원고들은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기준 운송수입금(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며, 이에 더하여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다.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는데, 위 법률 부칙 내지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서울특별시에서도 2009. 7. 1.부터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었다.

라.

피고는 2015. 12. 28.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2016. 1. 1.부터 2016. 12. 31.까지 적용) 1일 6시간 40분이던 기존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40분으로 단축한 이래 2017. 8. 28. 임금협정(2017. 8. 1.부터 2017. 12. 31.까지 적용)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30분으로 단축, 2018. 12. 21. 임금협정에서 4시간 40분으로 단축하였다가 2019. 임금협정(2020. 1. 1.부터 2020. 12. 31.까지)부터는 다시 6시간 40분이 되었다(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위 각 임금협정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이라 한다).

2.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함으로써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원고들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소정근로시간은 단축 전의 6시간 40분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일 소정근로시간 6시간 40분에 따라 산정된 최저임금 및 이에 근거하여 산정된 퇴직금과 실제 지급한 임금, 퇴직금 간의 차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의 적용

앞서 든 증거, 갑 제10, 11, 17, 18호증, 을 제2 내지 6호증(가지 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소정근로시간은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정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을 뿐이다.

②

원고들은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면서 이른바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피고에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원고들이 갖는 방식으로 근무하였다.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원고들의 운행시간 중 근무 여부나 운행형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고, 이러한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따라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었다.

③

앞서 본 규정들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노사는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간뿐만 아니라 실제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이익 또는 불이익 및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요소들도 함께 고려하여 노사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노사가 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④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전에는 기본급 외에 초과운송수입금도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을 것이고, 이에 2015년 전까지는 소정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인 1일 8시간의 범위에서 형식적으로 1일 6시간 40분(1주 법정근로시간 40시간 ÷ 6일)으로 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체결되었고,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이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⑤

피고를 비롯한 서울특별시를 사업구역으로 한 택시운송사업자들로 구성된 H조합은 구성원들의 위임을 받아 서울지역 택시운수종사자들로 구성된 I단체 서울지역본부와 약 2∼3년에 한 번씩 소위 ‘중앙임금협정’을 체결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1일 사납금을 인하하거나, 기본급 혹은 기타 급여를 인상하며,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연료공급량을 늘리는 등의 근로조건의 개선내용을 포함하였는바, 서울특별시는 위 중앙임금협정에 자신들의 정책이 반영되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서울특별시를 사업구역으로 한 택시운송사업자들에게 위 중앙임금협정(2016년에는 중앙 임금교섭 기준)을 준수하여 각 사업장별 임금협정을 체결할 것을 행정지도 내지 권고하였으며, 2017년 3월경에는 택시운수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사납금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초과하여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며, 택시운송사업자가 유류비를 전부 부담하는 내용으로 개별 임금협정을 체결하도록 지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장지도, 행정명령 등을 통해 중앙임금협정에 준하여 일반택시운송사업이 이루어지도록 개입하였다. 피고는 서울특별시의 위와 같은 행정행위 또는 비권력적 사실행위 등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의 단축, 고정급의 인상, 사납금의 인하 내지 제한적 인상 등과 같은 중앙임금협정의 주요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여 피고의 노동조합과 사이에 개별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이러한 각 임금협정 체결 전후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취지를 잠탈하기 위하여 중앙임금협정이나 피고의 위 각 임금협정이 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은 피고의 개별적인 사정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서울시 중앙임금협정의 내용을 반영하여 체결되었다.

⑥

이 사건 특례조항에 따라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됨에 따라, 피고로서는 소정근로시간을 실제 근로시간으로 산정할 경우 수익구조 악화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여 1일 사납금 기준액을 인상하거나 근로자 몫의 초과운송수입금 없이 운송수입금 일체를 피고가 지급받는 형태의 전액관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고, 원고들을 비롯한 택시운전근로자들도 사납금 인상 또는 전액관리제 도입으로 인해 실제 수입이 오히려 감소할 것을 우려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특별시는 행정지도 등을 통하여 사납금의 인상을 억제하고자 하였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이러한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피고와 노동조합은 2015년부터 각 임금협정 당시 노사 양측의 이익을 고려하여 1일 사납금 기준액 인하 또는 그 인상폭 축소나 승무수당 인상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고정급 비율 강화라는 최저임금법의 정책 목표가 있다고 하더라도, 노사 모두 각자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교량한 후 최저임금법의 규정에 반하지 않는 임금 구조를 만들기 위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합의를 한 것이고, 그 결과가 전체적으로 근로자들에게 불리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⑦

이 사건 임금협정이 체결된 기간 동안 서울 지역의 택시요금은 2013년경 기본요금이 3,000원으로 인상되면서 시계외 할증을 전면 확대하였고, 2019년에는 기본요금이 3,800원으로 인상되는 등 택시요금이 인상되고, 앱택시의 이용 활성화로 승객을 탑승시키기 위해 빈차로 돌아다니는 시간이 줄게 되는 등 운행여건의 변화도 있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택시물류과는 2017. 4. 13.경 ‘택시기본요금이 인상된 후 택시운전근로자의 1일 평균 운송수입이 증가하고, 1일 평균 영업건수가 감소하였다’는 취지의 조사결과를 밝힌 바 있다.

⑧

원고들은 자신들의 실제 운행시간에 큰 변동이 없었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의 운행시간에는 사납금을 벌기 위한 시간과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시간이 모두 포함되는데 사납금을 벌기 위한 시간이 줄어든 만큼 택시운전근로자들이 더 많은 초과운송 수입금을 벌기 위해 자의에 따라 실제 근로시간을 단축하지 않고 유지하였을 가능성도 있는 점, 2015년 임금협정과 2017년 임금협정의 각 제4조 제1항 단서는 1일 배차시간을 오전과 오후 각 10시간으로 하되 소정근로시간을 제외한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하여 근로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원고들의 운행시간에 큰 변동이 없었을지라도 이는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것으로서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전반적인 근무여건 및 근로조건이 개선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따라서 원고들의 실제 운행시간에 큰 변동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2015년 임금협정 또는 2017년 임금협정이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다.

소결

원고들의 주장은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부분이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임을 전제로 하나, 위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부분이 유효함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부분이 유효함에도 최저임금법에 위반되는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이 존재한다는 점에 관하여 원고들의 구체적인 주장, 입증이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판사 최은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