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원심판결의 이유 중 제2면 제6행 내지 제7행의 "몸을 밀치고 밖으로 끌고가려는"을 "몸을 밀쳐"로 경정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 당시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와 피해자 E 사이의 근로관계는 이미 종료된 상태였으므로 이 사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피고인이 E이 매고 있던 가방 손잡이를 잡아당기며 E을 밀치기는 하였으나, 이는 회사 영업비밀이 담긴 자료가 외부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근로관계 종료 여부
관련 법리
근로자가 사직서를 작성하여 사용자에게 제출한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직서는 사용자와의 근로계약관계를 해지하는 의사표시를 담고 있는 것이므로 당사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사용자가 그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하여 합의해지(의원면직)가 성립하거나 민법 제660조 소정의 일정기간의 경과로 그 사직서 제출에 따른 해지의 효력이 발생함으로써 종료된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누776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당시에는 아직 D와 피해자와 사이의 근로관계가 완전히 종료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바, 이 사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을 적용한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해자는 2022. 11. 8. 피고인에게 퇴직서를 제출하였고, '근로자가 퇴직하고자 할 때에는 퇴직희망 예정일 1개월 전까지 사용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는 근로계약 제9조 제1항에 따라 2022. 12. 8. 퇴직하기로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이 발생한 2022. 12. 7. 당시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합의해지 또는 피해자의 2022. 11. 8.자 퇴직 통보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이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퇴직의사를 표시하여 이를 승인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다. 오히려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폭행을 하면서까지 피해자의 퇴거를 적극적으로 막은 점, 이 사건 폭행 이후 피해자에게 '완벽하지 않은 거 도와 달라'고 하면서 다시 회사로 나오라고 하였고(증거기록 18면 참조), 당시에는 피해자도 피고인의 위 요구를 수긍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피고인은 피해자의 2022. 12. 7.자 퇴직 통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은 근로관계 종료를 전제로 피해자에게 법인카드 및 차량 등에 대한반납을 요구한 것이므로, 피해자가 퇴직의사를 표시한 시점에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피해자가 D를 위한 업무라고 볼 수 있는 법인카드 등의 반납을 위하여 다시 회사를 방문하기로 한 이상 D와 피해자 간의 근로관계가 이미 종료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 성립 여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피해자와 회사 4층 회의실에서 대화를 하다가 피고인의 발언에 피해자가 모욕적인 행동(손가락 욕)으로 대응하고 나가자 피해자를 따라 승강기를 타고 내려오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이 폭행 이전에 피해자의 가방에 USB 저장매체(이하 '이 사건 저장매체'라 한다)가 들어있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대한'방위의사'로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하였다.
당심의 판단
어떠한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당성이 있어야 하므로, 위법하지 않은 정당한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때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인지 여부는 침해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와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도3606 판결,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9307 판결 등 참조).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410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퇴사 의사를 밝히고 귀가 중이던 피해자를 다시 전화로 불렀고, 피해자는 이에 자발적으로 응하여 사무실로 복귀하여 회의실에서 피해자와 면담하기도 하였으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자료반환 요구를 거부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바(오히려 피해자는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개인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저장매체를 피고인에게 주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면서까지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저장매체를 받아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② 위 회의실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언쟁이 있었고, 피해자가 이에 반발하여 회의실에서 이탈하자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가서 이 사건 폭행을 한 것으로 보이는바, 위 폭행은 영업비밀의 반출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해자와의 감정 다툼의 연장선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저장매체에 D의 업무관련 자료가 일부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위 자료가 영업비밀로서 외부에 반출할 경우 피고인의 법익이 크게 침해된다거나, 피해자가 위 자료를 외부에 반출하여 이용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점, ④ 이 사건 폭행 현장이 촬영된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방을 잡고 피해자의 반발을 강하게 억압하면서 2분 이상의 시간 동안 피해자를 불상의 장소로 끌고 가려고 하는 모습이 확인되는바,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피해자의 법익이 작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폭행이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폭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1회의 벌금형 외에는 처벌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방을 붙잡아서 피해자를 밀치거나 끌면서 상당시간 동안 피해자의 신체자유를 제한하였는바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 피고인이 피해회복을 위하여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하였다. 근로기준법 제8조에서 사용자는 '사고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를 폭행을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는바, 사용자의 폭행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위 규정의 취지를 존중하여야 한다. 달리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관련하여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만한 새로운 사정을 찾을 수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인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따라, 원심판결의 이유 중 제2면 제6행 내지 제7행의 "몸을 밀치고 밖으로 끌고가려는"은 "몸을 밀쳐"의 오기임이 분명하므로<1> 이를 고치는 것으로 경정하기로 한다).
판사 임민성(재판장) 백현민 김기민
각주1) 원심 제1회 공판조서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