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사건의 개요
피고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얻어 신용조사업 및 민원용역대행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피고와 신용조사원 업무위임계약을 체결하고 2010. 12. 6.부터 2023. 3.31.까지 임대차 현황 및 가격조사 업무(전입세대열람, 임대차 현장조사, 직장인 및 사업장현장조사, 대출서류 수령대행, 부동산 가격조사 등)를 담당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9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2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원고는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 · 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한 퇴직금 54,049,01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는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여 위임사무를 수행하였을 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의 지휘 · 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 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채권추심회사에 근무하는 채권추심원, 임대차조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채권추심원, 임대차조사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당해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 등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6998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40612, 40629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과 앞서 든 증거, 갑 제3, 6 내지 9, 11 내지 14, 19 내지 33호증, 을 제1 내지 4, 7, 9, 12, 2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피고와 업무위임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업무위임계약서 제4조는 원고와 피고의 관계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상호간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된 고용관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하고, 위임업무의 성취여부에 따라 약정된 수수료만을 지급받음을 확인한다'고 정하고 있다. 원고와 피고는 6개월 단위로 위임계약서를 작성하였고, 2019년부터는 제4조 아래에 본인확인란을 만들어 원고가 자필로 서명하였다. 원고가 피고의 업무를 수행한 기간 원고를 포함한 임대차조사원에게는 피고의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데(민법 제689조 제1항), 원고는 위임계약서 제9조에 따라 '피고가 위임업무를 충분히 의뢰하지 못하여 원고가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진 경우' 피고에게 통보하고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고, 원고와 피고는 일방의 사정으로 계약유지가 어려울 경우 1개월 전까지 해지의사를 통보함으로써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2016. 12. 5.자 위임계약에 따르면, 원고는 개인사정으로 2주전 통보하고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고, 피고는 1개월 전까지 통보함으로써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으나, 이후 원, 피고 모두 1개월 전까지 통보하여 해지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원고는 2023. 3. 20.경 피고에게 위임계약 해지를 요구하였고, 2023. 3. 31. 위임계약해 지원을 작성, 제출하여 피고와의 위임계약을 해지하였다.
피고는 금융기관이나 권리조사 서비스 회사들(이하 '원 위임회사')로부터 부동산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실행 관련 담보물 조사업무 등과 같은 임대차조사업무를 위탁받아 원고 등 임대차조사원에게 위임하였다. 피고는 임대차조사원에게 피고의 전산시스템 접속 권한을 부여하고, 위 전산시스템을 통하여 원고 등 임대차조사원들에게 임대차조사업무를 배정하고, 임대차조사원들은 수행한 조사업무내역을 전산시스템에 입력하였다. 이는 단기간 다수의 업무에 대한 위임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임대차조사업무의 특성상 효율적으로 업무위임을 하고, 위임업무수행결과를 원 위임회사에 제출하도록 하며, 수수료 지급 기준이 되는 위임사무 진행내역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민법 제683조도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가 전산시스템에 입력된 내용을 원고의 업무수행 과정을 평가하는 자료로 사용하였다거나, 전산시스템을 이용하여 원고에게 업무지시를 하거나 불이익을 가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
원고는 한 달에 1,000건에서 3,000건 가량의 임대차조사업무를 수행하였고, 이중 어떤 업무를 먼저 수행할 것인지, 언제 대출신청자 등을 만날 지 등의 구체적인 조사방법을 스스로 결정하여 조사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 측 담당직원은 조사업무가 지연되거나 원 위임회사에서 요청할 경우 원고에게 연락하여 조사업무일정을 문의하기는 하였으나, 거래처에서 요청한 양식이나 특이사항을 전달하는 것 외에 원고에게 개별조사업무의 구체적 내용 내지 방법을 특별히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원고 등 임대차조사원들을 대상으로 원 위임회사별 임대차조사업무 시유의사항, 개인정보보호 관련 유의사항, 모바일 기기 및 전산시스템 사용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임대차조사원의 위임업무수행을 용이하게 하고, 각 원 위임회사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지키기 않아 수수료 지급이 거절되지 않도록 안내하거나, 임대차조사원들이 업무상 취득하게 되는 대출신청인 등의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것과 관련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에 따라 개인정보처리자로서 임대차조사원을 교육, 감독한 것으로 보일 뿐, 피고가 정한 일정한 업무양식이나 방법을 요구하는 등 위임업무 처리에 필요한 관리를 벗어나 원고의 업무수행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피고는 원고와 업무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수료율(기본 수수료율 및 특정 원 위임회사별 수수료율)을 정하였고, 위 수수료율에 원고가 수행한 임대차조사업무 건수를 곱한 수수료를 정산하여 원고에게 지급하였다. 원고는 근무기간 동안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지 않았고, 2019년까지는 정착지원금, 업무비 명목으로 월 10만 원 내지 20만 원을 지급받기는 했으나 이후에는 이를 지급받지 못했고, 근무내용이나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오로지 수행한 조사업무 건수에 따라 위임 계약 시 정한 수수료만 받았다. 그 수수료는 실적에 따라 매월 큰 편차가 있었는데, 가장 많은 월에는 10,255,484원(2019.12. 지급총액 기준), 가장 적게는 394,655원(2019. 1.)의 수수료를 각 지급받아 그 차이가약 30배에 이른다(원고가 원 위임회사별 수수료 지급 시기에 따른 편차를 조정하여 정리한 자료에 따르더라도 2019, 2020년 원고가 지급받은 수수료 중 최대액과 최저액의 격차는 2배에 이른다).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임대차조사업무를 완성하지 못하면 수수료를 받지 못하였고, 원고에게 지급된 수수료는 원고가 수행한 조사업무실적과 각 수수료율에 따라 산정되었다는 점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라기보다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업무 중 처리한 성과에 대한 대가로 보인다. 또한 피고가 원고의 위임업무태도나 업무수행실적 등을 평가하여 건별 수수료율을 조정하거나 성과급을 지급하였다거나, 업무수행실적이 부진하다고 하여 원고 등 임대차조사원과의 위임계약을 해지하거나 재계약을 거절하는 등 손해를 주었다는 사정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원고는 피고의 본사나 지점 사무실에 출·퇴근을 하거나 원격으로 출·퇴근을 보고하지 않았다. 원고는 배정된 임대차조사업무별로 정해진 기한 내에만 그 사무를 수행하여 피고 전산시스템을 통해 원 위임회사에 제출하였고, 배정된 업무량에 따라 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가 임대차조사원들에게 다른 조사원배정을 위해 휴무일을 사전에 고지해달라고 요구하였으나 그 외 원고에게 휴일이나 근무일에 관한 특별한 제한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전산시스템에 접속하기 위한 원고의 통신요금, 휴대폰 이용료를 원고에게 지급할 수수료에서 공제하였고, 임대차조사업무를 교통비, 유류비, 통행료, 식비, 각종 공부 열람·발급 비용 및 기타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였다.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임대차조사원에게 신용정보업종사원증을 발급해주었다. 신용정보법 제22조의7 제2항은 신용조사업에 종사하는 임직원이 신용정보를 조사하는 경우에는 신용조사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표를 지니고 이를 상대방에게 내 보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원고는 위 법률 규정을 근거로 원고가 피고의 임직원, 즉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원고의 근로자성은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신용정보 조사를 포함한 임대차조사업무에 필요한 신용조사업 종사 증표를 제공하였다는 점만으로 원고를 피고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
원고가 피고의 전산시스템을 이용하여 업무를 확인, 수행하고, 피고로부터 수임받은 업무를 제3자에게 대행하게 하지 못하였으나, 전산시스템을 통해 업무 배정 외 구체적인 업무지시나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고가 수행하지 못하는 업무는 다른 임대차조사원이나 피고의 근로자에게 배정하여 수행한 점에 비추어, 이는 신용정보 등 개인정보를 취급하며 신용조사업 종사 증표가 필요한 업무의 성격에 따른 것으로 보일 뿐, 원고가 피고와 종속적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임계약상 다른 업무는 물론 임대차조사업무에 관하여 원고의 겸직을 제한하는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원고는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피고를 사업자로 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결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동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