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관계 및 판매위임계약의 체결
원고는 과학기술 분야 도서출판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원고와 피고는 1999. 8. 26. 피고가 원고를 대신해 구매자에게 광고 상품 판매를 주선하고 그 대가로 원고로부터 일정 비율의 판매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판매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원고 회사의 광고영업부 에이전트로 활동하였다.
이 사건 계약 제7조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지급받는 판매수수료 및 기타 제수당을 합한 금액의 10%를 '책임이행적립금'으로 원고에게 예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고국 미수금 관리 규정의 존재
원고 회사는 광고영업 에이전트들이 유치한 광고 거래처에서 광고료 미수금이 발생할 경우의 처리 기준으로 정한 '광고국 미수금 관리 규정'을 시행하고 있었는데, 위 규정에 따르면 미수광고료가 발생한 후 8개월이 도과한 시점에서 해당 업체를 원고 회사의 법제감사국으로 이관할 수 있으며, 이관 후 업체가 부도·폐업 등으로 수금 불능이 되더라도 영업 담당자의 책임 비율을 30%~50%까지 감액할 수 있으나, 광고 게재 후 9개월을 초과한 뒤 법제감사국에 수금을 의뢰한 뒤 수금이 불가한 경우 100%의 개인변상 책임을 져야 한다.
피고의 급여자 전환 및 퇴사
원고 회사는 2016년경부터 기존의 에이전트 영업 방식을 월급여제 방식으로 점차 전환하였고 피고는 이에 동의하여 2017. 5. 1. 고정 급여를 지급받는 급여자로 전환되었다.
피고는 급여자로 전환된 이후에도 기존 에이전트 기간에 관리하던 미수업체들에 대한 채권추심 및 수금 독촉 업무를 계속 수행하다가, 2020. 12. 31. 원고 회사에서 퇴사하였다.
미수 금액 확인서 작성
피고는 퇴사를 앞둔 2020. 12. 31.경 원고에게 원고 회사의 요구에 따라, 자신이 에이전트 기간 동안 유치하였으나 변제되지 않고 남아있던 광고미수금 거래처들의 현황을 정리한 '미수 금액 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위 확인서에는 75개의 거래업체별 게재금액, 수금액, 미수잔액이 기재되어 있고비고란에는 '법제이관, 전담당자 미수, 부도, 행불, 정상거래' 등 미수 발생 원인이 구체적으로 분류되어 있다.
내용증명우편의 발송 등 정산 요구
원고는 2023. 11. 16. 피고에게 미수금 정산절차를 이행하기 위하여 면담 가능한 일정을 통지하여 줄 것과 미수금 중 피고가 면책받을 수 있는 소명자료를 준비하여 제출할 것을 고지하는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였고, 위 우편은 2023. 11. 17.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이후 원고는 2023. 12. 12. 피고에게 '피고는 2017. 5. 1.부터 급여자로 전환되었으므로 미수광고료를 변상할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일관하고 있으나, 다른 에이전트들도 광고미수금을 정산한 후 잔여 이행적립금을 수령하였는바, 미수금액을 재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가지고 내방할 것을 최고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재차 발송하였고, 위 우편은 2023. 12. 13.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내지 8,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피고는 이 사건 계약 및 원고의 미수금 관리 규정에 따라 광고영업 후 발생한 미수금을 변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가 작성 및 제출한 미수확인서를 기초로 피고의 귀책비율을 적용하여 산출한 책임 금액은 별지와 같이 102,143,383원이고 여기서 피고의 책임이행적립금 16,797,064원과 과입금된 정산수당 435,705원을 공제하면 84,910,614원이 남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84,910,61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정산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광고국 미수금 관리 규정은 피고에게 고지되거나 설명된 바 없어 이 사건 계약 내용으로 편입되지 않았고, 설령 편입되었다 하더라도 에이전트의 수수료를 넘어서는 손실까지 책임지게 하는 것은 사업자의 위험을 전가하는 것으로 민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피고는 2017. 5. 1. 이전 에이전트 기간에도 실질적으로 종속적 지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였으므로, 피고에게 미수금을 부담시키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위약금 및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가사 청구금 채권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원고는 미수금 발생 시점 내지 피고가 급여자로 전환된 2017. 5. 1.로부터 5년 이상이 경과한 후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위 채권은 상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다면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책임이행적립금 16,797,064원, 미지급 퇴직금, 2024년도 다이어리 영업수당 2,473,500원의 채권이 있으므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채권과 상계한다.
판단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3.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항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민법 제104조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민법 제104조에서 규정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한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에이전트가 광고 수주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취득하는 구조에서 광고주의 미납 위험을 예방하고 거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귀책사유에 따라 일정한 변상 책임을 분담하는 이 사건 계약 및 미수금 관리 규정이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거나 피고의 궁박·경솔·무경험을 이용하여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피고는 원고 회사가 피고로 하여금 8시 30분까지 출근하여 국장과 미팅을 하도록 하였고, 업무일지 작성 및 보고를 의무화하였으며 전시장에서 책자 운반을 수행하도록 하는 등 종속적 관계를 형성하였다고 주장하나, 갑 제1, 13,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 회사의 근로자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①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 회사의 출근 및 보고체계는 원고 회사가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피고에게 사용자로서 직접적·구체적 지휘·감독을 가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에이전트들이 유치한 광고 계약의 수금 현황과 업무 실적을 공유하고 미수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업무 협의의 성격이 강하다. 일일결산 및 주간업무 보고는 피고를 포함한 에이전트들과 원고 회사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피고가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처리를 일일이 지시받았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피고가 매일 업무일지를 작성하고 보고한 것은 광고 상품 판매를 주선하는 에이전트로서 자신의 실적을 증명하고, 수금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회사의 미수금관리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절차에 해당한다. 이를 두고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엄격히 지정하여 노무 제공을 통제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광고 업무 외 전시장 근무에 관하여, 이는 원고 회사가 발행하는 광고 책자의 효율적인 판매 및 영업 활동을 돕기 위한 부수적·지원적 업무에 해당하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근로기준법상 종속적인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피고는 수십년간 에이전트로서 자신의 영업 능력과 책임 하에 자유롭게 거래처를 관리하였고, 실적에 비례한 수당을 지급받아 온 점에 비추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자율성을 상당 부분 보장받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소멸시효 항변 및 채무승인 재항변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산금 채권은 상사채권으로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원고 회사의 위 청산금 채권은 상행위로 발생한 채권으로서 상법 제64조에 따라 5년의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2024. 5. 29.을 기준으로 볼 때 피고가 에이전트에서 급여자로 전환된 2017. 5. 1. 또는 각 미수금 발생 시점으로부터 이미 5년이 도과하였음은 역수상 명백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청구권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가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퇴사 직전인 2020. 12. 31. 원고에게 자신이 관리하던 미수금 내역을 정리한 미수 금액 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함으로써 채무를 승인하였으므로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재항변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바,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하며,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등 참조). 을 제4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2020. 12.31. 원고의 요구에 따라 원고에게 자신이 관리하던 거래업체별 미수 금액을 원 단위까지 기재하고, 비고란에 '법제이관, 부도, 관리태만' 등 미수금 발생의 현 상태를 구별하여 명시한 확인서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는 위 확인서가 거래처에 대한 채권을 정리한 단순한 업무 보고용 문서일 뿐이라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 제7조가 피고가 판매한 상품 중 고객의 부도나 파산 등으로 판매금의 회수가 불가능한 때 피고가 책임을 진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고, 이를 구체화한 원고 회사의 광고국 미수금 관리 규정의 존재를 피고도 알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퇴사를 앞두고 원고의 정산 요구에 응하여 자신의 영업과 관련된 미수금의 액수와그 회수 불능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제출한 행위는 비록 그 문서에 피고의 최종책임액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원고에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계약 및 광고국미수금 관리규정에 기초하여 정산될 미수금 채무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음을 표시한 채무승인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채무승인 재항변은 이유가 있다.
원고가 위와 같이 소멸시효가 중단된 2020. 12. 31.로부터 5년이 경과하기 전인 2024. 5. 29.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가 없다.
상계 항변
원고가 청구금액을 산정함에 있어 피고의 책임이행적립금 16,797,064원을 이미 공제하고 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는 피고의 상계 항변은 이유 없다.
피고가 자동채권으로 주장하는 미지급 퇴직금에 관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2017. 5. 1. 급여자 전환 이전 기간에 대하여 피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고, 이후 기간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퇴직금 미지급 액수에 관한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받아들이 지 아니한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2024년도 다이어리 영업수당 2,473,500원의 채권이 있음은 원고가 명시적으로 다투지 아니하므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 항변은 이유 있다. 피고는 자동채권의 변제기에 관하여는 주장하고 있지 않으나 채권의 내용상 그 변제기는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고, 계산의 편의상 상계적상일을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4. 6. 18.로 하면, 원고의 채권은 위 상계적상일에 피고의 위 채권액인 2,473,500원과 대등액의 범위에서 소멸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최종 잔존 채무는 81,414,114원(=83,887,614원 - 2,473,500원)이 된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정산금 81,414,114원 및 이에 대하여 상계적상일 다음 날인 2024. 6. 19.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25. 7. 8.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가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가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나 피고만 항소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제1심판결을 항소인인 피고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항소만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성학(재판장) 박석근 이석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