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위 취소 부분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원고의 부대항소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제1, 2항과 같다.
부대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다음에서 추가로 지급을 구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11,405,784원 및 이에 대한 2002. 4. 4.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3, 갑 제2호증, 갑 제5호증의 1 내지 5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C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여성용 내의를 전문으로 제조, 판매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1991. 1. 29. 원고 회사에 입사하여 연구실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2001. 5. 11. 퇴직한 후 그로부터 약 3개월 후인 2001. 8. 16.경 동종 업종의 주식회사 D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원고 회사는 피고를 비롯한 디자이너들을 새로운 제품의 연구 및 개발을 위하여 외국에 연수여행을 보내는데, 위 기간 동안 연수 대상 디자이너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프로그램이나 훈련과정은 설정되어 있지 아니하였고, 단지 해당 디자이너들은 위와 같은 기회에 새로운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하여 전시회에 참가하거나 백화점 등 판매장소를 둘러보고, 필요한 제품의 견본을 수집하는 등 주로 패션의 경향과 시장조사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이는 원고 회사의 신제품 개발 업무에 있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원고 회사는 위 연수여행과 관련하여 연수 대상 디자이너들로부터, “본인은 회사의 특별한 배려로 선정되어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 경영상의 기술 또는 정보를 취득하고 본인의 능력을 배양하기 위하여 국외 여행을 하는 사람으로서 최근 여행 귀국 후 3년 이내에 퇴사하여 유사한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에는 퇴사일로부터 소급하여 만 3년까지의 기간 동안 본인이 사용한 합계 금액은 물론,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손해배상금조로 본인이 사용한 합계 금액의 3배를 배상할 것을 서약한다.“라는 내용의 “국외 참관견학 연수여행 서약서”(이하 이 사건 서약서라 한다)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한편, 피고는 위와 같은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고 퇴사일인 2001. 5. 11.을 기준으로 소급하여 3년간 원고 회사의 비용으로 별지 기재와 같이 짧게는 4일간, 길게는 8일간의 일정으로 연수여행(이하 이 사건 각 연수여행이라 한다)을 다녀온 바 있다.
당사자들의 주장 및 판단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서약서와 같은 내용의 손해배상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에 따라 위 여행경비의 3배에 해당하는 금원인 금 28,514,460원(금 9,504,820원×3)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위약예정금지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와 같은 규정의 취지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데 있다 할 것인바, 돌이켜 이 사건에서 보건대, 을 제4호증의 1 내지 8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C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각 연수여행을 포함한 원고 회사 소속 디자이너들의 수차례에 걸친 해외연수여행에 있어 그 참가여부 및 장소 등에 관하여 연수 대상 디자이너들의 선택권이 상당 부분 제한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연수여행의 기간도 4일 내지 8일간으로서 매우 단기간으로 한정되어 있었던 사실, 연수여행에 참가하기 위하여는 의무적으로 이 사건 서약서와 같은 내용의 “국외참가견학 연수여행 서약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여야 하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자신의 자발적인 동의에 기하여 원고와 사이의 이 사건 약정을 수락하였다기보다는 사용자의 업무상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지고, 나아가 앞서 본 이 사건 각 연수여행의 내용 등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각 연수여행의 기간 및 빈도 등에 비하여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경업금지의 약정 기간이 과도하게 장기간인 점, 위 약정을 위반하는 경우에 정하여진 배상의 범위도 퇴사일로부터 소급하여 만 3년까지의 기간 동안 피고가 사용한 합계금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한 점등을 인정할 수 있는 반면, 피고 등 원고 회사의 디자이너가 연수여행을 다녀온 후 3년 이내에 퇴사하여 유사한 업종에 종사한다고 하여 원고 회사의 영업비밀을 유출한다고 곧바로 단정할 수 없으며, 원고 주장과 같이 위와 같은 약정이 원고 회사의 영업비밀침해를 방지하는데 있어 필수적이고 불가피한 방법이라고 볼만한 별다른 사정도 찾을 수 없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약정은 원고 회사가 위와 같은 금전배상을 통하여 피고로 하여금 일정기간 동안 근무할 것을 강제하기 위하여 근로계약의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 예정을 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근로자의 자유로운 직장선택의 자유 및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고자 하는 위 근로기준법 제27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약정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사용종속관계가 종료된 이후의 법률관계를 정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위약예정금지 조항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 볼 아무런 근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또한 원고는, 피고가 퇴사할 당시 자신이 입사시나 재직시에 제출한 서약서나 각서의 내용을 준수할 것을 재차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소송에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규정을 내세워 이 사건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다툰다.
살피건대,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의 1, 2, 갑 제8,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 회사를 퇴직할 당시 원고에게 원고 주장과 같은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서 이 사건 약정의 이행을 재차 서약한 사실은 인정된다 할 것이나, 이 사건 약정이 앞서 본 바와 같이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위반하여 무효인 이상 위 인정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이 사건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사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피고가 약정 기한 내에 유사한 업종에 종사하게 되는 경우 피고가 퇴사일로부터 소급하여 만 3년까지의 기간 동안 피고가 사용한 여행경비에 대하여 그 원금 상당액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연수여행이 그 기간이 매우 단기간에 불과할 뿐더러, 그 또한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졌던 점, 위 각 연수 기간 중 특별한 교육프로그램이나 훈련과정이 설정되어 있지 아니하였던 반면, 위 연수 기간의 대부분이 신제품에 적용할 디자인 개발에 필요한 정보수집이나 견본의 확보 및 시장조사를 위하여 소요되었던 점, 나아가 이와 같은 활동이 원고 회사의 제품 개발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중요 업무 중 하나에 해당하는 점등을 감안하면 위 연수여행은 원고 회사의 단순한 출장업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위 연수여행의 성격이 위와 같다면, 피고가 원고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연수여행비용은 피고의 출장업무에 대하여 원고가 지급한 금품에 해당할 뿐 원래 피고가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원고가 우선 부담함으로써 피고에 대하여 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 할 것이어서 따라서 위 금원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 역시 이유 없음에 귀착된다 할 것이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 하는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부분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며, 원고의 부대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지형(재판장) 신우진 전연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