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명예퇴직의 실시 배경
피고는 C 그룹의 계열 회사로서 홍콩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서울에도 지점을 두어 증권 및 기업 인수·합병에 관한 자문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피고의 서울 소재 지점(이하 '피고 지점'이라 한다)의 경우, 지점장인 D를 중심으로 그 조직이 '증권', '은행' 및 '지원'부서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 지원 부서는 다시 '인사부', '준법감시부', '위험관리부' 등의 하위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원고는 1996. 12.경 피고 지점에 입사한 후 인사부 소속 담당자(인사부 소속으로는 이사인 원고가 유일하였다)로 근무하여 왔다.
C 그룹은 국제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사업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오던 중, 경영위기에 대한 타개책으로 2012. 1. 그룹내 '주식영업' 및 '인수·합병' 등 사업 부문의 철수 또는 매각 계획을 발표하였고, 이에 피고 지점은 2012. 3. 기존의 업무 중 증권 관련 업무를 중지하고 관련 인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게 되었다.
피고 지점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2012. 3. 20.부터 26.까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신청을 받았는데(이하 '1차 명예퇴직'이라 한다), 폐지대상 부서의 인원들 중 일부만이 명예퇴직을 신청함에 따라 같은 해 4. 25.부터 30.까지 또 명예퇴직을 실시하였다(이하 '2차 명예퇴직'이라 한다). 당시 공고된 명예퇴직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A. 목적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피고 지점(이하 '회사)은 일부 영업부문을 제외하고 한국 내에서의 사업을 폐쇄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회사는 자진하여 사직하고자 하는 자격을 갖춘 직원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명예퇴직프로그램(Early Retirement Program, ERP)을 실시한다.
B. 자격
ERP는 자진하여 회사를 퇴직하고자 하는 모든 정규직 사원들이 신청할 수 있다. 단, 회사는 재량으로 퇴직신청을 예외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회사의 현재 진행중인 업무에 필수적인 사원들로부터 접수된 퇴직신청은 회사가 거절할 수 있다.
D. 신청방법
모든 ERP 신청은 회사(지역본부 및 로컬 경영진)의 검토를 필수적으로 거져야 하며, 이들의 최종 승인에 따른다. 회사가 현재 진행중인 업무의 필수 인원에 대한 신청은 회사가 수락하지 않을 수 있다.
명예퇴직 신청의 경위
한편 위와 같은 구조조정 방침에 대응하여 2012. 3. 피고 지점에 노동조합이 설립되어(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 회사 측과 명예퇴직 대상자 및 명예퇴직금액 등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였으나, 상호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였다.
2012. 3. 실시된 1차 명예퇴직 신청이 예상외로 저조하자, 피고 지점은 구조조정 대상 직원들이 명예퇴직의 방식으로 자진하여 퇴사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정리해고를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하였다. 이에 피고 지점은 이 사건 노동조합과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 등을 협의하는 한편, 법률사무소에 위 선정기준에 대한 자문을 구하였는데, 이에 해당 법률사무소는 2013. 4. 6. '정리해고 선정기준 (2안)'이라는 제목으로 원고를 포함한 20여 명의 정리해고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여 원고와 E(C 그룹의 계열사인 C 은행 소속의 인사담당 상무로서, 피고의 인사업무에도 관여하고 있다)에게 송부하였다.
피고 지점은 2012. 4. 25. 2차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동시에, 구조조정 대상자들 중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직원들을 위주로 20여 명을 선정하여 이들에게 정리해고 예고통보를 하였고, 같은 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해고예정인원을 '20명'으로 기재한 '해고계획 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고에 대한 2012. 4. 26.자 해고예고통지서(해고예정일 같은 해 5. 29.)가 D 명의로 작성되었는데, 원고는 그 무렵 명예퇴직을 위한 사직서를 작성하여 2012. 4. 26. D의 승인을 받았다.
한편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2. 4. 27.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였는데, 그 결과 노사 양측은 같은 해 5. 10. 제시된 조정안, 즉 ① '회사는 해고예고통보를 받은 직원들을 위하여 이미 시행한 ERP와 동일한 조건하에 2012. 5. 11. ERP를 실시하며, ERP를 신청한 직원들에게는 해고예고통보를 철회하고 2012. 5. 11.자로 퇴직처리할 것'과, ② '회사는 위 ERP 실시기간 동안 해고예고통보를 받은 직원들 전체가 ERP를 신청하는 경우 별도로 3개월의 기본급여를 퇴직시에 지급할 것'에 합의하였다.
2012. 7. 13.자 사직서의 제출 경위
이에 피고 지점은 2012. 5. 11. 이 사건 노동조합과 합의된 내용에 따라 3차 명예퇴직을 실시하였고, 애초 구조조정 대상자들 중 당시까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13여 명의 직원들이 모두 명예퇴직을 신청하여 위 합의에 따른 명예퇴직금을 수령하였다(피고 지점이 위와 같이 3차에 걸쳐 실시한 명예퇴직을 통칭하여 이하 '이 사건 명예퇴직'이라 한다).
그런데 다른 신청자들과는 달리 원고에 대해서는 명예퇴직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자(당시 피고 지점 '준법감시부'와 '위험관리부'에서 각각 근무하던 F 이사와 G 상무도 명예퇴직을 신청하였으나, 필요인력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으로 신청이 거부되었다), 원고는 2012. 7. 11. 피고 지역본부의 인사책임자(McLaren)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같은 달 17.까지 명예퇴직을 승인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같은 날 위 인사책임자로부터 '여러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할 것이며, 명예퇴직이 아닌 임의의 사직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이후 원고는 같은 달 13. 퇴사 예정일을 같은 해 8. 12.로 한 사직서를 피고 지점에 제출하였다.
원고는 2012. 8. 29. 피고로부터 명예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2013. 6. 18. '명예퇴직금 지급요건에 대해 다툼이 있어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제36조) 위반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위 진정사건을 종결처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 10 내지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3, 9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증인 H, E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원고는 피고 지점으로부터 정리해고예고통보를 받고 명예퇴직을 신청하였고, 당시 지점장인 D가 별다른 이의유보 없이 이를 승인하였으므로, 그에 따른 명예퇴직금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심사 및 결정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보되어 있으나, 위와 같은 권한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는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명예퇴직은 소속 정규직 직원들 모두에게 신청자격을 부여하면서, 단지 예외적인 경우에만 회사가 이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한 점, ②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 지점이 합의한 내용에 의하더라도, 원고를 포함하여 해고 예고통보를 받은 직원들을 위해 기존과 동일한 조건으로 ERP를 실시하기로 한 점, ③ 그럼에도 원고를 제외하고는 명예퇴직을 신청한 근로자 모두가 명예퇴직금을 지급받은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명예퇴직 불승인은 부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명예퇴직급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명예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외에 피고의 위와 같은 명예퇴직금 지급 거부의 부당성 또한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청구에는 피고의 부당한 명예퇴직 불승인으로 원고가 지급받지 못하게 된 명예퇴직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취지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
명예퇴직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고 지점 경영진과 더불어 피고 지역본부 차원의 승인이 필요하므로, 설령 원고가 지점장인 D의 양해를 얻었다고 할지라도 지역본부의 승인을 받지 못한 이상 명예퇴직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원고는 결국 2012. 7. 13.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자발적으로 퇴사한 셈이 된다. 한편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승인 여부는 회사가 재량에 따라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 피고가 기타 직원들의 경우와는 달리 원고의 명예퇴직을 거부한 것은 제반 사정을 종합한 합리적인 근거에 따른 것이므로, 위 명예퇴직 불승인 처분을 부당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명예퇴직금청구 부분
명예퇴직이란 근로자가 명예퇴직의 신청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이를 승인함으로써 합의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사법상 계약으로서, 이는 정년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계속근로로 받을 수 있는 수입의 상실이나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한 비용지출 등에 대한 보상으로 명예퇴직금을 지급함으로써 구조조정 등 기업의 경영방침에 따른 근로자들의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성격을 갖는다.
원고는 명예퇴직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과 관련하여, '피고 지점 지점장인 D가 해당 지점의 운영 일체에 대한 적법한 대표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지점장의 승인만으로 명예퇴직은 유효하게 성립하였다'라고 주장한다.
원고가 제출한 명예퇴직 신청에 대해 D가 2012. 4. 16. 이를 승인하는 취지로 서명하였음은 앞서 보았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과 갑 제2호증, 을 제6 내지 8, 14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명예퇴직은 '지역본부 및 로컬(피고 지점) 경영진'(Regional & Local Management)의 승인을 명예퇴직 성립요건으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어, 특별한 사정 없이 그와 같은 명문규정을 완화하여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 ② 특히 C 그룹과 피고와의 관계, 피고 지점이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된 배경 등 이 사건 명예퇴직이 실시된 앞서 본 바와 같은 경위를 고려할 때, 이 사건 명예퇴직을 승인하는 과정에 피고 내지 지역본부가 관여하는 것이 불합리하거나 불필요한 절차로는 보이지 않는 점, ③ 피고의 임원인 D, E은 물론 심지어 원고까지도 한편으로 지역본부의 명예퇴직 심사권한을 인정하는 취지의 언급을 하였던 점(예컨대 i) D의 경우, 앞서 본 원고의 진정에 따라 개시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 과정에서 '명예퇴직이 처리되려면 로컬과 지역본부 승인을 다 받아야 하는데, 제가 승인은 해 주었지만 지역본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본인의 서명만으로는 명예퇴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원고에게 지역본부의 승인을 잘 받아보라고 이야기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ii) E의 경우, 2012. 5. 원고와 주고받은 메일을 통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거나 명예퇴직을 하기 위해서는 그룹 인사책임자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하였다. iii) 원고의 경우에도 위 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 과정에서 명예퇴직 신청 절차를 묻는 근로감독관의 질문에 대해 'C의 업무 절차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본부까지 보고하고 승인받으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명예퇴직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고의 주장과 같이 지역본부 차원의 승인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판단된다(한편 '지역본부의 최종 승인하에 명예퇴직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이 사건 명예퇴직 안내문이 피고 지점의 명의로 작성되어 공지된 이상, 원고가 주장하는 지점장의 대표권 유무는 본건 쟁점과 무관하다).
결국 원고 스스로도 지역본부로부터는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하였음을 인정하고 있는 이 사건의 경우, 피고와 사이에 명예퇴직약정이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명예퇴직금청구는 이유 없다.
명예퇴직금 상당의 금원지급청구 부분
명예퇴직은 기본적으로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의 합치에 따라 성립하는 사법상 계약이므로, 소속 근로자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심사하여 그 승인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에게 유보되어 있다. 다만 사용자의 이 같은 명예퇴직 심사·결정 권한은 명예퇴직제도의 도입 경위, 다른 대상자들과의 형평성, 명예퇴직 신청의 동기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적절하게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며, 객관적 자격을 갖춘 근로자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하여 부당한 사유를 내세워 수리를 거부하는 등으로 이를 남용하여서는 안된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보건대, 피고 지점과 자문계약을 맺은 법률사무소가 2012. 4. 6. 원고 등에게 송부한 정리해고 대상자(안)에 원고가 포함되었으며, 같은 달 26. D 명의로 원고에 대한 해고예고통지서가 작성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갑 제9호증, 을 제15, 16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당시 피고 지점은 명예퇴직금 액수 등 구조조정의 추진방향에 대해 이 사건 노동조합의 협조를 얻지 못한 상태여서 객관적 기준에 따른 정리해고의 실시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던 사실, D와 E 등도 그 경위는 별론으로 하고 당시 원고가 정리해고 대상자에 포함되었다는 점 자체는 명백히 부정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및 해고예고의 통지절차라는 외형이 존재하기는 한다(이 점에서 이러한 외형조차 부인하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과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고 지점의 원고에 대한 해고예고통보 및 그 전제로 이루어진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은 단지 형식적이거나 잠정적인 조치에 불과하였고 원고 또한 그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결국 피고가 원고에 대한 명예퇴직을 승인하지 않은 것이 피고에게 부여된 명예퇴직 심사·결정 권한을 남용한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보기 어렵다.
명예퇴직 실시의 배경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명예퇴직은 피고 회사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목적으로 실시되었다. 그런데 원고는 당시 폐지가 예정된 사업부서(증권부문)와는 업무상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는 자로서, 당초 구조조정의 대상인원에서 제외되었다(원고 스스로도 이를 다투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사건 명예퇴직은 구조조정 대상자들의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되었던 것으로서, 피고 지점의 인사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하여 온 원고까지를 염두에 두고 실시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의 경위
피고 지점이 2012. 3.경 1차 명예퇴직을 실시하였으나, 명예퇴직을 신청한 인원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였고, 이에 구조조정 대상자들 중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자들에 대한 해고와 관련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과 협상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협상 과정에서 해고기준의 공정성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자, 피고지점은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얻어 '근태', 근속연수', 부양가족' 등의 요소도 일부 고려하여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을 마련하였고, 결국 원고에 대해 정리해고예고통보를 하게 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피고 지점의 위와 같은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은, 증권사업 부문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실질적인 목적 또한 애초 의도한 구조조정의 완료에 있었다고 보인다. 한편으로 피고 지점은 정리해고예고와 함께 2차 명예퇴직을 사실상 동시에 실시하였는데, 결국 피고 지점으로서는 명예퇴직이라는 자발적 퇴직 제도를 이용한 이른바 구조조정의 '연착륙'을 일차적으로 의도하였으며, 예고된 정리해고는 명예퇴직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였을 경우에 부득이하게 고려될 2차적이고도 잠정적인 조치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원고는 애초 구조조정 대상자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사정까지를 고려하여 보면, 명예퇴직이 아닌 정리해고의 실시, 나아가 구조조정 대상자들이 아닌 원고에 대해 정리해고가 단행되는 결과는, 애초 피고 지점이 예상하거나 기대하였던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다.
원고가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된 경위에 대한 위와 같은 평가는, E 상무와 D 지점장의 진술을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즉, 이들은 이 사건 증인신문 등에서 '원고는 피고 지점의 유일한 인사 담당자로서 구조조정 대상자가 아니었고 정리해고를 통해 내보낼 생각도 전혀 없었다'거나 '객관적 기준 및 노동조합의 요구 등을 반영한 결과 원고 또한 정리해고 대상자에 포함되긴 하였으나, 원래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었던 탓에 명예퇴직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정리해고예고 통지는 적어도 피고 지점의 입장에서는 형식적이거나 예비적인 조치에 불과하였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이와 달리 원고가 실질적인 구조조정 내지 정리해고의 대상이었다면, 피고 지점이 다른 직원들과는 달리 유독 원고에 대해서만 명예퇴직을 승인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 2차 명예퇴직 및 노사 합의에 따라 실시된 3차 명예퇴직의 과정에서 구조조정 대상자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결과, 피고 지점으로서는 더 이상 정리해고를 진행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원고에 대해서도 2012. 5. 29.로 예고되었던 정리해고 조치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한편 원고 역시 자신이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된 위와 같은 경위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원고는 피고 지점의 인사담당 이사로서, 정리해고의 범위 및 방법 등을 둘러싼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협상 과정에 계속하여 회사 측 담당자로 참석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리해고 대상자의 선정은 물론, 지방노동청에의 정리해고 신고 등의 실무를 직접 담당하기까지 하였다. 이와 같은 제반 사정을 이 사건 명예퇴직의 실시 등 앞서 본 피고 지점의 구조조정 추진 경위에 더하여 보면, E의 증언 내용과 같이 원고 또한 자신이 실질적인 구조조정 내지 정리해고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기타 불승인 처분의 합리성
'준법감시부' 소속 이사인 F과 '위험관리부' 소속 G 상무 또한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음에도 사업운영상 필요 인력이라는 이유 등으로 명예퇴직이 승인되지 않았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원고에 대한 피고의 명예퇴직 불승인이 그 당시 상황에 비추어 이례적인 조치라고 단정할 수 없다.
F과 G가 소속된 준법감시부 등은 구조조정이 실시된 이후에도 피고 지점에서 여전히 조직이 유지된 반면, 원고가 소속된 인사부는 사실상 폐지되었다(갑 제6호증의 기재 및 증인 E의 증언에 의하여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인사 부서의 유일한 담당자였던 원고가 퇴직을 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한 현상으로 보일 뿐, 해당 부서가 불필요하다거나 애초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폐지될 운명에 있었다고 볼 정황과는 거리가 멀다(증인 E은 '원고가 퇴사한 후 C 은행 측 인사 담당자들이 서비스 협정을 통해 피고 지점의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원고는 피고 지점을 퇴사한 직후 같은 시기에 퇴사한 일부 직원들과 함께 CIMB 증권으로 이직하였다(증인 H, E의 각 증언에 의하여 인정된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구조조정 등 기업의 경영방침에 부응하여 자발적으로 퇴직함으로써 직장의 상실과 그에 따른 수입의 상실 등을 보상하기 위한 제도인 명예퇴직금의 성격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에 대해 명예퇴직을 승인하거나 명예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필요성 내지 당위성은 그만큼 저감될 수밖에 없다.
한편 앞서 본 2012. 5. 10. 노사합의의 효력이 비조합원인 원고에게까지 미친다고 볼 수 없지만, 설령 달리 본다 하더라도, 위 합의에 따라 원고로서는 결국 피고 지점이 기존에 실시한 것과 동일한 기준의 명예퇴직제도를 적용받는 것이어서, 명예퇴직의 승인 여부에 대해 피고로부터 합리적 수준에서의 재량적 심사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김나나 성준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