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2. 15. 선고 2015가단5189491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들 및 그 관계 개요

1)

피고는 「번역업, 무역업, 지적재산권에 관한 상담·조사·컨설팅」 등을 주 목적으로 하여 설립되고 활동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지적재산권 관련 분야에서 일본어로 된 특허명세서 등 문헌을 영어로 번역할 수 있는 전문성과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특허번역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를 직접 운영한 적도 있다.

2)

원고는 전항의 특허번역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를 운영할 당시 고객이었던 피고로부터 채용 제의를 받고 2006. 8. 14. 구두로 고용계약을 맺은 다음 피고의 이사 직책을 부여 받아, ① 피고의 의뢰를 받은 프리랜서 번역자들이 피고에게 납품한 번역물에 대한 완성도 점검, 간단한 번역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 및 양성 업무를 주로 하는 한편, ② 이와 병행하여 원고의 희망을 수용하여 피고가 허락해 준 '번역 업무'도 함께 수행해왔다.

3)

그러던 중 원고는 2007. 7월경에 이르러 피고와의 새로운 합의에 따라서 위 ①의 업무를 내려 놓고 ②의 번역 업무만을 지속하여 수행해 오다가 2014. 12. 22. 그 업무를 마무리하고 피고회사와의 업무상의 관계를 종료하였다.

나.

2007. 7월 이후 업무의 내용과 보수의 성격

1)

원고는 2007. 7. 이후 2014. 12. 22.까지 피고가 개별적으로 의뢰하는 일본어 등 외국어로 기재된 특허명세서를 포함한 특허 관련 문헌 등을 영어 또는 한글로 번역하는 번역 업무를 맡아서 수행하고, 그 대가로서 번역 결과물의 1 단어당 80원 또는 85원 등으로 합의하여 정한 기준 금액을 번역된 단어의 수에 곱하여 산출한 금액을 보수로서 지급받았고, 그 이전까지 지급받아오던 매월 3,000,000원의 고정급과 급여는 더 이상 지급받지 않았으며, 다만, 원고 스스로의 요청에 따라서 몇 차례 위 번역 보수의 선급금으로서 3,000,000원, 5,000,000원 등을 한꺼번에 지급받은 경우만 있었다.

2)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합의된 단어 당 단가를 번역된 양에 반영하여 산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으나, 약속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한 경우에는 그 번역의 대가로 지급받기로 한 보수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 상당을 지체상금으로 공제받은 바 있다.

다.

업무의 요청과 수락, 구체적 진행 방식

1)

원고에 대한 번역 작업의 의뢰는, 피고 회사의 총무기획실 담당직원이 사안별로 번역을 완성하여 그 결과물을 납품할 납기일을 정하여 통상 이메일 교신을 통하여 의뢰하였고, 그 번역시 참고할 자료로서 번역의 의뢰인인 기업들이 원하는 번역의 방식과 유의점 등을 기재한 의뢰서를 함께 제공하였다.

특히 이러한 번역 작업의 의뢰시에는 대부분의 경우에 피고 회사의 위 담당직원이 원고에게 납기일과 함께 번역의 대상이 속하는 기술 분야와 분량도 함께 알려주고 원고에게 수락 의사를 물었고, 원고는 이러한 기술분야에의 친밀도, 내용의 난이도, 분량의 적절성 등을 검토하고 여기에 본인의 기존 업무 일정 등도 감안하여 수리 또는 불수리의 회신을 보내었으며, 그러한 원고의 회신을 반영하여 피고의 최종적인 번역작업 의뢰의 결정이 내려졌다.

2)

원고는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접수한 번역 의뢰 건을 위 의뢰서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존중하여 번역을 하되, 약속한 납품기일에 이르기까지 진행 중인 번역 자체의 내용이나 그 작업의 방식에 대하여 어떠한 형태로도 피고로부터 구체적 지시를 받지 않았고, 단지 납품하는 번역 완성물에 대하여만 그 완성도나 품질 등에 관하여 의뢰인인 피고의 상당히 엄격한 검토와 확인을 받았다. 또한 원고는 번역 업무수행의 태도에 대하여 또는 그 업무와 관련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지켜야 하거나 반대로 삼가야 하는 특정의 규율을 제시받거나 그 준수를 요구당한 일도 없다.

3)

원고는 번역 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컴퓨터 등의 도구를 직접 본인의 비용으로 조달하여 사용하였고, 원고가 번역 업무를 수행하는 장소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자택을 포함한 어느 공간에서도 자유로이 할 수 있었으나 그 선택의 한 내용으로서 피고 회사에서 희망자에 한하여 사용하게 하는 피고 회사 입주 건물의 4층에 마련된 공간에 빈번하게 나가서 번역 작업을 수행하여 왔다.

원고가 작업을 빈번하게 수행하던 피고회사의 위 4층 공간은 피고회사의 주된 업무 공간인 1층 내지 3층과는 구분되는 공간이며 이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그 입실시점이 전자적으로 기록되나, 나갈 때에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나갈 수 있으므로 퇴실 시점이 반드시 기록되지는 않으며, 피고회사에서 원고를 포함한 번역업무 수행자들의 출입 자체나 출입시간을 통제한 바는 없다.

라.

소득세 징수, 고용보험 등 처리

1)

피고는 2006. 8. 14. 원고의 입사 당시부터 2007. 7.경까지 원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하였고, 위와 같이 원고의 업무 등이 크게 바뀐 2007. 7. 이후에도 원고의 요청을 수용하여 이를 계속 유지해왔다. 그러나 2008. 7.부터는 원고의 부인 명의로 '예 특허'라는 사업자 등록이 이루어짐에 따라 2008. 12.까지는 위의 4대 보험계약을 종료시켰다가, 다시 원고의 필요가 생기고 요청이 있으므로 이를 수용하여 2009. 1. 2.부터 2012. 7. 31.까지 4대 보험을 부활시켜 유지하여 주었으나, 원고가 번역 외주업무를 하고 있으므로 근로자임을 전제로 4대 보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세무관청의 세무조사시의 지적사항을 반영하여 2012. 7. 31. 위 보험계약을 종료하였다. 피고는 원고를 위한 위 보험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원고로부터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여왔다.

마.

취업규칙 등의 미적용

피고회사에는 통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채용 및 퇴직, 복무, 징계 등에 관한 취업규칙이 있으나, 원고에게 이를 적용하거나 그에 기초하여 어떠한 조치를 한 바는 없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2 내지 10, 14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원고는 피고에게 최초로 고용된 2006. 8. 14.부터 피고와의 업무상의 관계를 종료한 2014. 12. 22.까지 근로계약상의 고용관계를 유지하여 왔다. 특히 2007.7.경에 이르러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이 일부 달라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담당하는 번역 업무와 관련하여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이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관계가 고용관계라는 점에서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미지급된 퇴직 전 3년 동안의 연차휴가근로수당 10,143,352원, 미지급된 퇴직금 98,041,527원의 합계 108,184,879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원고는 2007. 7.부터는 기존의 고용관계를 종료하고 프리랜서로 전환하여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개별적으로 의뢰받은 번역 업무를 수행하여 왔으므로, 원고들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미 지급한 수수료와는 별도로 연차휴가근로수당이나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3.

판단

가.

근로자성 판단기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노무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노무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노무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6998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40612(본소), 2013다40629(반소) 판결 등 참조}.

나.

근로자성 인정여부

원고가 2007. 7.부터 피고와의 업무상의 관계를 종료한 2014. 12. 22.까지 앞서 인정한 사실에 기초하여 파악되는 원고와 피고의 관계에 관한 아래와 같은 사정을 근로자성 여부의 판단 기준에 따라서 볼 때,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1)

원고가 수행하는 번역 업무는 피고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고가 본인의 사정을 주로 감안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하였고, 그 결정에는 원고 입장에서 본 개별 사안의 수익성 여부를 포함한 원고의 주관적 사정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2)

원고가 번역 업무의 대가로서 지급받아온 보수는 수행한 번역의 결과물의 분량에 정확하게 비례하여 미리 약정된 단가를 반영하여 지급되어온 것으로서 개별적인 약정에 기초한 급부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노동 자체의 대가로서 기본급이나 고정급으로서 원고에게 지급된 돈은 전혀 없었으며, 원고는 자신의 계산으로 위 번역업무를 수주하고 수행하여 왔고, 따라서 번역 업무의 제공으로 인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은 전적으로 원고 본인이 안고 있었다고 보인다.

3)

피고가 편의상 희망자에 한하여 사용할 수 있는 업무공간을 제공해 준 것 이외에 원고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원고가 이에 구속을 받은 일이 없고, 비품이나 작업도구 등을 원고 스스로가 조달하여 사용하였으며, 앞서 본 작업 형태와 결과물의 검수 과정을 놓고 보면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는 대체 인력을 찾을 수 있다는 피고와는 무관한 조건이 충족되면 원고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였다.

4)

피고가 번역 작업을 의뢰하면서 납품기일을 중시하고 이에 관하여 그 준수 가능 여부를 엄격하게 확인하였고, 번역의 결과물에 대하여 품질 등의 확인을 엄격하게 하였으며, 위 납품기일을 어긴 경우에는 일정한 비율의 지체상금을 지급할 보수에서 공제한 점에 관하여 보면, 이는 특허출원 등의 절차에서 정해진 시한을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사항이고, 번역 대상물이 특허 권리의 창출 등의 근거가 되므로 그 번역의 정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며, 그와 같은 확인 작업은 원고가 피고에게 종속된 관계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로 하여금 도급계약상의 채무의 올바른 이행을 담보하고 촉구하기 위하여 행한 확인 및 검수절차라고 봄이 상당하고, 지체상금을 비율로 적용하여 보수에서 공제한 것도 자신의 계산으로 한 일의 완성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받는 보수의 일정 부분을 납품기일의 중요성을 전제로 하여 스스로 약정에 따라 공제한 것으로서 통상의 고용관계에서의 임금 산정에서 볼 수 없는 방식이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적 조치와도 구별되는 것이다.

5)

피고가 번역결과물에 대한 납품기일 준수 여부 및 의뢰한 바에 따른 품질의 충족 여부 등을 엄격히 검수한 이외에, 원고의 번역 업무 수행과정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근태관리를 한 바 없다.

6)

피고가 원고를 피보험자로 한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을 2007. 7. 이후에도 유지한 바는 있으나, 그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존재하는 법률관계의 실체와는 무관하게 원고의 편의를 위하여 유지시켜 준 측면이 강하게 나타나며, 한편 원고 스스로도 피고와의 고용관계가 지속된다고 주장하는 기간 중의 일부에는 피고가 체결한 위 보험계약들을 종료시키고 다른 사업자에 고용된 것으로 처리하여 위 보험계약들을 그 전제가 되는 고용관계의 실체가 존재하는 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편의적으로 이용하여 온 사정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고용보험 등의 존재 사실이나 그 전제로서 원고의 소득이 사업소득으로서가 아니라 근로소득으로서 신고되고 피고가 원고로부터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사실 또한 그것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 기간 동안 고용관계가 존재하였다고 볼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다.

소결론

원고가 2007. 7. 이후에도 피고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근로자성이 지속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연차휴가 근로수당 및 퇴직금지급 주장은 다른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영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