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 6월에 처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약 1~2억 원을 받은 사실이 있을 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3억 5,2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
피고인은 D 주식회사의 대표로서, 피해자와의 계약 내용에 따라 금광사업을 추진·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충분하였으므로, 기망행위라고 할 수 없고, 편취의 범의 또한 없었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2년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2년 6월)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직권 판단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검사는 당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01. 11. 20. 1,000만 원"을 "2001. 11. 21. 1,000만 원"으로, "2002. 2. 19. 1억 6,000만 원"을 "2002. 2. 19. 2억 6,000만 원"으로, "2002. 2. 28. 1억 5,200만 원"을 "2002. 2. 28. 5,200만 원"으로 각각 변경하는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 대상이 변경되었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살펴본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취득한 돈의 액수에 관한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합계 3억 5,2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는 2001. 10.경 피고인이 대표로 있던 D 주식회사에 입사하였다. 피해자는 2003년 7월경 피고인을 고소한 이후,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및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의 권유에 따라 대여금 명목으로 총 1억 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총 2억 5,200만 원을 피고인에게 건네주었고, 위 대여금 1억 원은 나중에 R 명의의 투자금으로 전환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의 진술 중 돈을 건넨 시기나 방법 등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는 일부 불일치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으나, 피해자의 진술이 2003년 7월경 피고인을 고소하였을 무렵부터 2015년 10월경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매우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소한 불일치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동기 또한 찾아볼 수 없다.
반면, 피고인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의 액수에 관하여 일관성 없거나 불분명한 진술을 하고 있다.
피해자는 2003년 7월경 피고인을 고소하면서 차용증, 투자약정서, 영수증 및 투자확인서를 제출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돈을 건네줄 무렵 위 서류들을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위 서류들에는 돈을 건넨 시기와 액수가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의 서명 또는 기명과 함께 개인 도장이 날인되어 있거나, D 주식회사의 법인 인감이 날인되어 있다. 위 각 서류에 기재된 돈의 액수, 시기 등은 피해자 진술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피고인에 따르면, 당시 D 주식회사의 법인 인감은 O이 보관하고 있었는데, O은 피고인의 배우자이자, D 주식회사의 부회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O은 피해자가 제출한 일부 차용증에 직접 서명하기도 하였고, 투자약정서에는 D 주식회사의 '배석참고인'으로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한편 피고인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R 명의의 2002. 3. 26.자 1억 원 투자약정서는 피해자가 임의로 법인 인감을 날인한 것이지만, 나머지 차용증과 투자약정서 등은 자신이 작성한 것으로,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은 모두 2억 5,200만 원이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여, 피해자가 제출한 서류 대부분이 진정하게 작성된 것이라는 점을 자인하였던 적도 있다.
이러한 사정들은 결국 피해자가 제출한 위 각 서류의 진정성, 그리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
피해자는 피고인 명의로 작성된 2003. 1. 28.자 현금보관증을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 피해자는 이에 관하여, '피고인이 돈을 돌려주겠다면서 직접 작성하여 건네준 것으로, 분기별로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기재 내용을 일부 수정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이 사건 고소 직후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진술하였다. 작성 경위에 관한 피해자 진술에 수긍이 되는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현금보관증에 기재된 '분기별로'라는 부분과 하단의 영문 서명 부분은 검사가 제출한 여러 증거들과 피고인이 직접 작성하여 제출한 탄원서의 피고인의 필적과 매우 흡사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에는 '내 글씨가 맞는 것 같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현금보관증을 보니 받은 돈이 3억 5,200만 원인 것 같기도 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적이 있는데, 당심 법정에서는 자신의 필적과 유사하다면서도, 단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사실 인정과 판단은 옳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은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망행위의 성립 여부 및 편취의 범의 존부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D 주식회사를 운영하면서 멕시코 금광 사업을 추진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은 2001년 3월 초순경 멕시코 현지 광산회사와 S, T 광산의 지분을 미화 1,5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하는 광산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에 따르면, 피고인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계약금 미화 30만 달러를 지급하여야 하고, 이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자동적으로 계약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피고인이 자금 부족으로 위 계약에 따라 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실 자체는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는데, 이로써 위 계약의 효력은 피해자가 2001년 10월경 D 주식회사에 입사하기도 전인 2001년 4월 초순경 이미 상실된 것으로 판단된다(피고인도 최초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이를 자인하였다가, 검찰에서는 '계약을 1년 연장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였으나, 근거 서류는 제출하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위 광산 이외에도 다른 광산이 많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적어도 이 사건이 문제된 2001년 10월경부터 2002년 2월경까지 개발 계획이 구체화되어 개발이 시작되거나 임박한 광산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도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 당시 D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 번도 금을 채굴한 사실도 없고, 수익이 난 사실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이 사건 당시에는 금광 개발을 위한 전제가 되는 사실적·법률적 여건 자체가 마련되지 않았던 셈이다.
피고인은 2001. 11. 21. '1개월 후에 회사의 수익금으로 변제하겠다.'면서 피해자로부터 1,000만 원을 차용한 것을 비롯하여 2002. 2. 19.경까지 4회에 걸쳐 총 1억 원을 차용하였다. 그러나 당시는 D 사업 추진을 위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사업 초기 상황이었을 뿐이고, 금광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도 않았으며, D 주식회사는 별다른 수입원도 없었다. 실제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위 각 차용금을 전혀 변제하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2002. 2. 19.경부터는 기존의 차용 형식과는 달리 '투자약정서'를 작성하여 피해자로부터 1억 원을 투자받은 것을 비롯하여, 2002. 2. 28.경까지 3회에 걸쳐 총 2억 5,200만 원을 투자받았고, 2002. 3. 26.경에는 기존에 피해자로부터 차용하고 변제하지 못한 1억 원을 투자금으로 전환하기도 하였다.
당시 작성된 투자약정서에는 D 주식회사가 S, T, U 광산의 지분을 인수하였고, 설비 투자 등 개발을 위한 투자금이 투입될 경우 막대한 수익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즉, 위 투자약정은 문언상 3개 금광의 지분 인수계약이 체결된 것을 전제로 한 개발을 위한 투자약정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위 3개 금광 중 S, T 광산 지분에 대한 인수 계약은 피고인이 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이미 효력이 상실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설령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계약이 연장되었다고 하더라도, 계약금은 지급되지 아니한 상황이었다. 한편 피고인은 U 광산 지분 인수 계약에 관하여는 어떠한 서류도 제출하지 못하였다.
금광 개발 사업에 투자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사실적·법률적으로 개발 및 채굴이 가능한 금광이 존재하는지는 투자 의사결정의 기초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러한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고, 오히려 유효한 지분 인수 계약에 따라 광산이 확보되어 있는 것처럼 말하여 피해자로부터 투자금을 받았다. 이는 단순한 묵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산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그러한 사항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주장은 신빙성 있는 피해자 진술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일반의 거래관념에도 반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D 주식회사는 별다른 수입원이 없었고, 피해자를 비롯한 직원들의 월급이나 사무실 임대료로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등 일상적인 회사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피고인은 2013년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 1,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는데, 이는 2001년~2002년경 D 주식회사에서 경리 직원으로 근무한 G에 대한 임금 체불사건이다.
위에서 본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2000년경부터 멕시코 금광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이 분야에 뛰어들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당시 자금 부족으로 광산인수 계약의 계약금조차도 지급하지 못하여 계약이 좌절되는 등 금광 사업의 정상적 진행 자체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일상적인 운영마저도 어려웠던 상황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러한 사정을 알리지 않았고, 더 나아가 마치 실제로 S, T, U 3개 광산의 지분을 인수하였고 조만간 막대한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며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및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 따라서 이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고, 편취의 범의 또한 충분히 인정된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사실 인정과 판단은 옳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