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3. 31. 선고 2015노2295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정상적인 변제의 자력이 없었고 대관비와 식사비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행사를 진행하였던 것이므로 편취의 범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0. 11. 16. 서울 서초구 C에 있는 피해자 D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E에서 E 판촉부 과장인 F에게 "내가 운영하는 G 주식회사가 SK CNC에서 주관하는 행사를 대행하게 되었다, 회의장을 대관해주고 식사를 제공해주면 대관비와 식사비로 10,335,000원을 지급하겠다"라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운영하는 G 주식회사는 당시 임금과 세금이 장기간 체납되고 있었고, 회사 운영을 위해 신청한 중소기업 정책자금 융자도 세금 체납 등을 이유로 거절되어 회의장을 빌리더라도 대관비와 식사비를 지급할 경제적 능력이 없었고, 행사를 주관하는 SK CNC로부터 행사 대행비를 받더라도 밀린 임금을 변제하는데 사용할 의도였지 대관비와 식사비를 지급할 의사가 없었다.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4,335,000만 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받고, 1일 이용료 6,000,000원 상당의 회의장을 이용하여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판단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인 고의로도 족하다 할 것이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4도3490 판결 등 참조).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이 사건 대관비와 음식비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회의장을 대관하여 이용하고 음료를 제공받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①

피고인은 과거 ㈜잡코리아, ㈜커리어 등에서 인사 및 채용 서비스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전문성을 인정받아, 영업상 어려움을 겪고 있던 G㈜(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되어 2010년 9월부터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 주식의 35%를 스톡옵션 등으로 요구하면서 위 회사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욕을 보였고, 그 직원들 역시 전문경영인의 영입에 큰 기대를 표시하며 다시 한 번 회사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피고인의 취임 이후 가톨릭대학교, 한남대학교, 우송대학교, 강원대학교 취업캠프 등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이에 따라 매출이 매달 2억 원 가량에 이르게 되었다. 피고인의 대표 취임 시점과 경위, 취임 이후의 영업경과 등에 비춰 보면, 2010년 10월 또는 11월 당시 피고인이 회사의 기본경비조차 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임을 예상하면서 대표이사의 직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피고인의 영입 당시 이 사건 회사는 영업부진으로 인해 임금 체불, 세금체납이 발생하고 있었고 채무가 자산을 초과하는 상태였다(2010년 12월 기준 이 사건 회사의 자산 총계는 22억 원, 채무 총계는 34억 원 가량이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다만 매출과 운영 수익 측면에서 볼 때, 이 사건 회사의 매출이 정상적으로 발생되지 않고 있었다거나, 지속적으로 적자가 발생하여 매출수익으로 운영경비조차 충당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J는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회사의 연간 매출이 15억 내지 30억 가량이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G㈜의 전문적인 사업영역을 개척함으로써 매출과 기업가치를 증대시키고자 노력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시도가 위 회사의 변제자력이나 사업진행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합리적인 사업수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③

이 사건 회사의 실 소유자인 J와 O, 새로 대표이사로 취임한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에 일정한 수준의 운영자금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그 경영이 원활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이에 따라 2010년 9월 이후 J의 보증하에 피고인이 5,000만 원을 차용하여 이 사건 회사의 운영경비로 투입하였고, 그 밖에도 안정적인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였다.

④

이 사건 회사는 그 무렵 SK CNC로부터 'H' 교육행사를 약 5,280만 원의 대행료에 수행하는 것으로 수주하였고, 그 담당직원이 2010. 10. 26.경 E의 회의장 대관과 식음료 제공 등 예약 업무를 처리하였다. 그 후 위 행사는 2010. 11. 16. 약 5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정상적으로 진행되었고, SK CNC는 2010. 11. 19. 이 사건 회사에 위 대행료 5,280만 원을 지급하였다(한편 인원이 초과 참석한 데 따라 발생한 초과 식비 360만원은 SK CNC가 E 측에 직접 지급하였다).

⑤

이 사건 회사는 SK CNC로부터 위 5,280만 원을 지급받은 이후, 해당 금원으로 이 사건 행사 관련 출판비 약 137만 원, 기념품 제작비 약 800만 원, 홍보 마케팅비 165만 원 합계 1,102만 원을 지출하였고, 그 외에 전북대학교, 삼육보건대, 강원대 취업캠프 등 관련 비용, 회사의 기본 운영경비, 4대 보험료를 비롯한 인건비 등 명목으로 나머지 돈을 지출하였다. 당시 이 사건 회사는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기존 채무 중 시급성이 인정되거나 변제기가 먼저 도래한 채무부터 순차적으로 변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⑥

이 사건 회사가 E과 회의장 대관 및 식음료 제공 예약을 하거나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관비와 식사비 10,335,000원의 지급기한이 명확하게 제시되거나 합의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증인 F, M 법정진술 참조). 이 사건 회사의 자금운용 상황에 의할 때 각종 행사비용의 변제는 약 한 달 정도의 기한을 두고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회사가 SK CNC로부터 받을 돈으로 이 사건 대관비와 식사비를 즉시 전액 지급할 것을 약정하였다고 볼만한 근거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⑦

이 사건 회사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 1억 5,000만 원 대출을 신청하였으나 부가가치세 미납을 이유로 대출이 거절되어 2010. 11. 16. 거절통지가 이루어졌다. 아울러 임금 체불에 따른 형사절차가 진행되고 그 해결을 위하여 강제적으로 체불임금 지급이 이루어진 결과(이 사건 회사의 실 소유자인 J에 대하여 임금 등 체불에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고단2690호로 2010. 9. 13. 기소가 제기되었다가 근로자들과 합의됨에 따라 공소가 취소되고 2010. 10. 26. 공소기각결정이 이루어진 바 있다) 위 회사의 자금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2010년 12월 이후부터 운영자금이 급격히 고갈되게 되었다. E에 대한 변제 역시 이러한 과정에서 계속 후순위로 밀리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위 행사가 개최되었던 2010년 11월 중순 시점에서는 이 사건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사정이 구체화되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헌숙(재판장) 호성호 심동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