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6. 7. 8.자 전보명령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2009. 12. 31. 인터넷 뉴스 정보 제공 및 모바일 서비스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C언론가 운영하는 온라인 언론매체이다(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
원고는 1993년 C언론에 기자로 입사하여 사회부 차장으로 근무하다가 2015. 8. 5. 피고 회사의 편집국 선입기자(부장급)로 입사하였다.
피고는 2015. 10. 7. 원고를 피고 회사의 편집국 산업1부 부장으로 발령하였다. 산업1부 부장은 산업1부 소속 재계팀, 자동차팀, 유통팀, 법조팀을 총괄하고, 약 14명의 소속 기자를 지휘하면서 소속 기자에 대한 취재지시, 기사작성과 출고, 기자 평가, 출입처 배치, 포상, 징계 청구, 휴가 승인 등과 관련된 권한을 가진다.
피고는 2016. 7. 8. 원고를 편집위원으로 발령하는 내용의 전보명령(이하 '이 사건 전보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편집위원은 피고 회사의 편집국이 아닌 별도 건물에서 근무하고, 소속 기자가 없으며,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및 본부장이 주재하는 부장단 회의에 참석할 수 없고, 매주 편집국 간부들이 공유하는 중요 정보에 접근할 수 없으며, 취재, 기사작성과 출고, 출입처 등과 관련하여 독자적인 권한이 없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전보명령은 인원배치의 필요성 등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단지 피고 회사가 소문에만 의존하여 원고가 저지르지 않은 성희롱, 폭언 등을 이유로 원고를 종국적으로 퇴출하기 위해 단행한 전보명령의 형식을 이용한 징계처분에 해당한다.
이 사건 전보명령으로 인해 원고는 소속 기자도 없고 평기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우를 받는 등 큰 불이익을 입었고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전보명령을 하기 전에 원고와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전보명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피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전보명령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취임한 후 경영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조직 전체에 대한 통상적인 인사조치 중 하나이다. 원고의 폭언과 독선적 태도 등으로 인해 소속 부서 기자들이 퇴사하는 등 조직 내 불만이 제기되어, 피고 회사는 원고를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과 접촉이 많지 않은 편집위원으로 발령한 것이다. 피고 회사는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간의 인화 등을 도모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고, 이 사건 전보명령으로 인해 원고의 급여와 근무환경 등 근로조건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 원고가 받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크다고 할 수 없으며,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전보 명령 과정에서 원고와 신의칙상 요구되는 최소한의 협의절차를 거쳤다. 따라서 이 사건 전보명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해당하여 유효하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전보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데 반하여 근로자에게는 큰 생활상의 불이익을 주는데다 전보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면 그 전보발령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갑 제1 내지 7, 12 내지 15호증, 을 제3호증(가지번호 있는 증거는 가지번호 포함)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 회사 취재본부 소속 기자들로 이루어진 D협회 E지회는 이 사건 전보명령이 있기 얼마 전인 2016년 6월 하순경 피고 회사 경영진에게 원고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피고 회사의 본부장은 이 사건 전보명령이 있기 약 10일 전인 2016. 6. 27.경 원고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면서 소속 기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원고는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이 없으니 공식 기구를 통해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하였다.
D협회 E지회의 대표자였던 F는 2016. 7. 4. 피고 회사에 원고의 리더십 부족, 폭언, 성희롱 혐의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였다. 다만 그 무렵에는 원고의 부적절한 언행의 내용, 정도, 상대방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는 않았고, 원고가 취재, 기사 작성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 소속 부서 기자를 포함하여 다른 직원들에게 인격적 모독, 폭언, 성희롱 발언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하였다는 점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다.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는 원고와 다른 기자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몇 몇 기자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대표이사 주재 부장단 회의에서 원고에게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의욕이 앞서다 보니 갈등이 빚어진 것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원고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 회사는 2016. 7. 8. 부장급 인사를 실시하면서 원고를 편집위원으로 발령하였다.
그 후 피고 회사는 기자, 직원 등으로부터 원고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사례를 수집하여 원고의 비위행위를 특정한 다음 2017. 1. 16. 원고의 성희롱 발언 6건, 폭언 5건 등을 이유로 원고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판단
피고 회사는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 전보명령을 할 수 있고, 여기에는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전보명령 당시 피고 회사가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을 위해 원고를 소속 기자들과 분리시켜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전보명령 무렵에는 원고의 폭언과 성희롱 발언 등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내부적인 불만이 제기되고 있던 상태이기는 하였으나 그에 대한 소문이나 정황만 있었을 뿐 원고의 비위행위나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된 상태는 아니었다.
피고 회사는 원고의 성희롱 발언 6건, 폭언 5건 등을 제시하면서 이 사건 전보명령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전보명령 이후에 밝혀진 사실관계로서, 피고 회사는 위 사유를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는바, 위 징계처분과 달리 이 사건 전보명령 단계에서는 원고의 부적절한 발언의 내용, 상대방 등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편 그 무렵 원고의 폭언과 성희롱 발언, 독선적 태도 등으로 인해 산업1부 소속 기자들이 피고 회사에 원고의 거취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또한 D협회 E지회가 원고의 전반적인 언행에 대한 개선을 넘어 원고를 소속 기자들과 분리하거나 다른 부서로 변경해달라는 등 원고의 거취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원고가 편집위원으로 전보된 이후에 급여, 출퇴근 거리 등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편집위원은 기사 작성과 출고에 관한 재량권, 피고 회사 내 중요 회의와 중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 소속 기자에 대한 지휘권, 출입처 등과 관련하여 산업1부 부장이 가진 권한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동안 원고가 기자로서 쌓은 경력, 기자라는 직업에게 기사의 작성과 출고, 정보의 수집 등이 가진 중요성, 언론사에서 편집국 산하 부서를 총괄하는 부장과 편집위원의 신분은 일반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로서는 급여나 출퇴근 거리 등의 차이에서 오는 불이익보다 이러한 권한의 차이에서 오는 불이익, 그로 인한 박탈감이 더 클 수 있고, 원고가 이 사건 전보명령으로 인해 받는 직장 내 불이익이 적다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는 사전에 원고와 협의하는 등 이 사건 전보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피고 회사 내에서 원고의 폭언 등 부적절한 언행이 문제가 된 것은 이 사건 전보명령이 있기 약 10일 전으로, 피고 회사는 당사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 없이 그러한 소문 내지 정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전보명령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 회사가 조직 전체에 대한 인사를 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정황에 따라 원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조치가 필요했었다면 대기발령 등을 한 다음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원고의 비위행위가 특정된 후 이를 기초로 전보명령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 회사는 원고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고 원고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전보명령을 한 다음 사후적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원고의 비위행위를 특정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 회사의 본부장과 대표이사가 원고에게 소속 기자들과의 갈등에 대해 사과할 것을 제안한 적은 있으나, 원고의 거취 등에 대해 협의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에게 동료와 소속 기자들에게 사과하고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전보명령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고지한 적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원고는 피고 회사에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이 없으니 공식적인 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하여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기다리고 있던 상태에서 갑작 스럽게 이 사건 전보명령을 받게 되었다.
피고 회사가 원고와 사전에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전보명령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9. 7. 22. 선고 97다18165, 1817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 사건은 이 사건 전보명령 당시에 원고의 부적절한 언행 등에 대한 정황만 존재하여 피고 회사가 전보명령을 할 업무상 필요성이 그다지 크지 않았던 반면 이 사건 전보명령으로 인해 원고는 직장 내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전보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전보명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전보명령은 무효이고,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전보명령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이상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인정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상용(재판장) 이고은 김현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