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8,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5. 3. 31.부터 2017. 8. 16.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지급하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피고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2013년 9월경부터 2015년 5월 말경까지 C센터의 계약직 위촉 연구원으로서 컨설팅 분야 외부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하던 자이고, 피고는 2006년 6월경 D에 입사하여 C센터의 선임전문위원으로 근무하며 컨설팅 팀장으로서 원고에 대한 업무상 관리·감독 등을 수행하는 상급자로 근무하던 자이다.
원고가 D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기간 중 피고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신체적 접촉 내지 발언이 있었다.
원고는 2014. 4. 3. 22:00경 피고 및 같은 팀원과 함께 저녁회식을 마치고 나와 팀원은 먼저 집에 가고 원고와 피고 둘이서 서울 서초구 E 소재 노래방을 가게 되었다. 피고는 위 노래방에서 원고와 함께 노래를 부르다가 원고를 안고 춤을 추고, 원고를 뒤쪽에서 끌어안았다. 원고는 노래방에서 나온 후 피고와 함께 전철역으로 가는 길에 피고에게 "오늘 일은 술에 취해서 실수한 것이라 생각할게요. 내일부터는 우리 일만 하는 거에요"라고 말하였다.
원고는 2014. 4. 29. 22:00경 저녁 회식을 마치고 나오면서 발을 헛디뎌 발목을 접질렸다. 피고는 회식 장소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 위 장면을 목격하고서 원고를 위해 택시를 잡아주고 그 택시에 동승하였다. 원고 집으로 향하던 택시 안에서 피고는 택시기사에게 "모텔 앞에서 세워달라"고 말하였고, 이에 택시기사가 택시를 모텔 부근에 세웠다. 피고는 원고에게 잠시 쉬었다 가자며 택시에서 내리라고 하였으나 원고는 택시에서 내리지 않고 집으로 가겠다고 하여 그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원고는 2015. 1. 14. 새벽 1시경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부서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하여 택시에 탔는데, 피고는 원고를 데려다준다고 하며 함께 택시에 탑승하였다. 피고는 원고 집으로 향하던 택시 안에서 도중에 모텔이 보이자 택시를 정차시키고는 원고가 거부의사를 밝힘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내가 당신의 온몸을 안고 싶어, 같이 하자, 한번 좀 같이 하자"고 말하면서 원고의 팔을 잡아당겨 택시에서 끌어내리고, 손바닥으로 원고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원고의 뒤에서 원고를 안은 상태에서 양 손으로 원고의 배와 어깨부위를 잡고 원고를 모텔 입구까지 끌고 가려 하다가 원고의 저항으로 모텔에 들어가지는 못하였다.
원고는 2015. 3. 31. 피고와 함께 인천에서 외부업무를 마친 후 저녁식사를 하며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③항 기재 일을 언급하며 "그 날 네(원고)가 화를 내고 가서 택시에서 너를 생각하며 자위를 했다. 너한테 너무 박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원고는 2015. 5. 29. D 감사팀에 위 ① 내지 ④의 사실에 대해 신고하였다. 위 신고 사실에 관한 감사팀의 조사 과정에서 피고는 2015. 6. 5.자로 사직서를 제출하여 퇴직처리 되었고, C센터장 F에 대하여 감봉 3개월, 미래경영컨설팅본부장 G에 대하여 감봉 2개월의 징계가 이루어졌다.
한편 원고는 D에서 프로젝트가 수주되면 해당 건별로 기간을 정하여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여 왔는데, 마지막으로 수행하던 프로젝트 관련 계약이 2015. 5. 31.자로 만료되었고, 추가적으로 프로젝트 수주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그 이후로는 D와 사이에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하였다.
형사고소 및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원고는 위 나. 기재 ①, ③ 사실에 관하여 피고를 형사고소하였고, 나. 기재 ②, ④ 사실에 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였다.
피고는 위 나. 기재 ①, ③ 사실에 관하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위 형사사건의 제1심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고단8316)은 ① 사실에 관한 공소내용인 '피고가 원고와 노래를 부르던 중 양팔로 원고를 끌어안고 손으로 원고의 엉덩이를 만져 고용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원고를 위력으로 추행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원고가 강제추행의 피해를 실제보다 과장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원고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추행을 당하였다는 진술을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③ 사실에 관하여는 유죄를 인정하여 피고에 대하여 벌금 300만 원 및 24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를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제1심 판결에 대하여 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검사가,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가 각 항소하였다. 항소심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2016노3455)은 위 나. 기재 ① 사실과 관련하여 노래방에서 피고가 원고를 뒤에서 안는 등 신체적 접촉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이나 그러한 신체적 접촉이 업무상 위력으로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는 이유로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한편,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의 항소도 기각하였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위 나. 기재 ②, ④ 사실에 관하여 피고가 "모텔 앞에서 세워주세요", "지난번 네가 화를 내고 가서 택시에서 너를 생각하며 자위를 했다, 너한테 너무 박고 싶다"는 등의 말을 한 것은 원고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와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이므로, 이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에서 정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관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과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2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권고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8, 9, 11호증의 각 기재,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는 D에서 계약직 위촉연구원으로 근무하던 만 28세의 미혼여성으로서 같은 직장의 직속 상사이던 피고로부터 1년 8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차례에 걸쳐 성희롱 및 추행을 당하였는바, 그로 인하여 원고는 D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어 8,703,000원(2015. 5. 31. 이후 일을 하지 못하다가 2015년 9월부터 H대학교 산업협력단의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하게 되었으므로 원고가 근무하지 못한 약 3개월간 D에서 원래대로 일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급여 상당액임)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극도의 스트레스, 성적모욕감, 자괴감에 빠졌고, 피고에 대한 형사사건 진행 과정에서도 피고가 전혀 반성하는 기색 없이 마치 원고와 연인관계였던 것처럼 주장하는 태도를 보여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왔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성희롱, 강제추행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80,000,000원(재산상 손해 8,703,000원 + 위자료 71,297,000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관련 법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는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2조에서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의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있다. 위 법에서 규정한 '직장 내 성희롱'의 전제요건인 '성적인 언동 등'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나아가 위 규정상의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앞의 1.의 나. ① 내지 ④ 기재 피고의 발언 및 행동들은 원고의 직장 상사인 피고가 만 28세의 미혼여성으로서 계약직 연구원 지위에 있던 원고에게 직장 내 상급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한 행위로서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에서 금지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각 발언 및 행동들은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앞의 1.의 나. ① 내지 ④ 기재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D에서 원고와 피고가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저녁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루어졌고, 원고는 D에서 계약직 연구원의 지위에서 거의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미혼의 여성으로서 자신의 상급자인 피고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고 사회생활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개개의 사건들에 대해 대외적으로 문제제기를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의 1.의 나. ③ 사실에 관하여는 피고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가 유죄로 인정되어 벌금형이 확정되었다.
앞의 1.의 나. ① 기재 사실에 관하여 원고가 피고를 형사고소하였고,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 ① 기재 사실 즉, 노래방에서 피고가 원고를 뒤에서 안는 등의 신체적 접촉이 있었던 사실 자체는 인정할 수 있고, 다만 그러한 신체적 접촉이 업무상 위력으로 이루어져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던 것인바, 원고와 피고의 직장 내 지위, 위 ① 기재 사실 직후 원고가 피고에게 "오늘 일은 술에 취해서 실수한 것이라 생각할게요"라고 말하여 피고의 행동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혔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우회적으로 경고한 점, 그러나 피고가 그 이후에도 위 ②, ③, ④ 기재 각 사실에서 적시한 바와 같이 반복적으로 원고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명목으로 택시에 함께 타고 가다가 모텔 앞에 세워달라고 하거나 원고에게 노골적인 성적 발언을 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위 ① 기재 사실이 형사적으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원고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로서 직장 내 성희롱에는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는, 원고가 피고와 대학원 선후배 사이로서 평소 매우 친밀한 관계에 있었고, 피고와 키스를 하기도 하고, 외근을 나가서 손을 잡고 다니는 등 원고가 피고로 하여금 남녀관계라고 생각하도록 행동하였으며, 원고가 성희롱 내지 강제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이 일어난 직후에도 피고에게 사과를 요구하거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적인 대화를 계속하였음에도, 원고가 D에서 더 이상 용역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되자 피고에 대하여 앙심을 품고 각종 신고와 고소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다투고 있으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가 대학원 선후배 내지는 직장 상사와 팀원으로서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키스를 나누거나 손을 잡고 다니는 등의 연인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원고로서는 직장 상사인 피고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고 사회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개개의 사건들에 대해 즉각적으로 사과를 요구하거나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하므로,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재산상 손해
원고는 D의 계약직 위촉연구원으로서 프로젝트 수주에 따라 건별로 기간을 정하여 용역계약을 체결하고서 업무를 수행하여 왔으나 원고가 마지막으로 수행하던 프로젝트 관련 계약이 2015. 5. 31. 만료되었고, 추가적으로 프로젝트 수주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그 이후로는 D와 사이에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하였음은 앞의 인정사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바, 원고의 주장대로 원고가 D와의 계약 만료 이후 다른 직장을 구하기까지 3개월가량 일을 하지 못하여 급여를 받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D와의 계약 종료 이후 프로젝트 수주가 되지 않아 추가 계약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기 때문일 뿐 피고의 원고에 대한 성희롱 내지 추행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재산상 손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위자료
원고가 피고의 위와 같은 성희롱 및 강제추행으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로서는 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고, 원고의 나이, 성별, 직업, 이 사건 성희롱 및 강제추행의 태양, 횟수, 정도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의 액수는 8,000,000원으로 정한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8,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최종 불법행위일인 2015. 3. 3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7. 8. 1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지급하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혜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