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 B 유한회사(이하 '피고 B'라고 한다)는 의료용품 및 의료장비의 종합무역업, 도·소매업 등 사업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 C 유한회사(이하 '피고 C'이라고 한다)는 다국적 기업인 D(D, 이하 'D'이라고 한다)가 전세계에서 운영 중인 법인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 법인의 총괄을 담당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피고 B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기 위해 2017. 7.경부터 같은 해 10.경까지 피고들과 아래와 같이 접촉하였는데, 2017. 10. 30. 피고 C 인사팀 부서장인 E(E, 이하 'E'이라 한다)으로부터 대표이사로 취임할 수 없다는 내용의 통지를 받았다.
원고는 2017. 7. 4.부터 같은 해 9. 5.까지 사이에 피고 C의 인사담당자, 부사장, 인사팀 및 재무팀 부서장, 사장과 5차례에 걸쳐 면접을 실시하였다.
피고 C 사장 F은 2017. 9. 8. 원고에게 채용의사를 밝히면서 원고와 사이에 업무 개시일에 관하여 협의했고, 원고는 같은 달 14. E에게 같은 해 11. 6.부터 피고 B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이에 관해 승낙을 받았다.
피고 C은 2017. 9. 18. G을 통해 원고에게 고용계약서를 전달했고, 원고는 위 고용계약서에 서명한 뒤 G을 통해 이를 피고 C에 전달했다. E은 같은 달 20. 원고에게 '우리의 제안을 수락한 것을 확인하였고, D에 온 것을 환영한다(I have received your acceptance of our offer would like to welcome you to D.)'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E은 2017. 9. 21. 피고 B의 직원 H에게 원고를 피고 B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소개하였고, 이후 H은 원고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E은 2017. 10. 17. 원고에게 피고 B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날인 2017. 11. 6.부터 같은 해 12. 4.까지의 일정을 알려주었다. 해당 일정에 따르면 원고는 2017. 11. 6.에 싱가폴로 출장을 가서 피고 C 사장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제품 생산 공정, 공급망, 마케팅 등에 관한 전반적인 교육 및 견학을 하게 되어 있었다. E은 2017. 10. 17. 원고에게 서울에서 일할 2명의 직원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으며, H은 원고의 싱가폴 출장과 관련하여 싱가폴 항공권 및 호텔 예약 등 업무를 했다.
위와 같이 원고의 업무 및 향후 일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던 중, E은 2017. 10. 30. 원고에게 '추가 검토 후, 회사가 다른 방향의 리더십으로 나가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회사가 총지배인의 직책에 대한 제안을 취소한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게 되어 유감이다(After further consideration, a strategic decision was made that the Company would move forward in a different leadership direction. Accordingly, we regret to inform you that the company hereby revokes the offer to you for the position of General Manager).'라는 내용이 기재된 이메일을 보내면서 피고 B의 대표이사로 취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17. 9. 18. 피고 B의 고용계약서에 서명한 뒤 이를 피고 C에 전달하였고, 이후 피고 C 인사팀으로부터 입사를 환영하는 내용의 답장을 받았다. 이로써 원고는 피고 B의 근로자가 되었는데, 피고들은 2017. 10. 30. 원고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피고들이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이므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2017. 11. 6.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고용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더라도 피고들은 피고 B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기로 한 원고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임명 약속을 취소하여 손해를 입혔는바,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예정된 업무시작일로부터 약속의 이행 시까지 급여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들의 주장
피고 B의 대표이사는 회사와 위임관계에 있는 직책으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는 해고의 상대방이 될 수 없다.
또한, 피고 B는 사원총회를 개최하는 등 원고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위임계약도 성립되지 않았다. 피고 C 인사팀은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직 후보군에 대한 서류를 검토하고 면접을 진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후보자를 선정하여 각 현지 법인 및 D에 업무 수행에 적합한 사람을 추천하는 업무를 수행할 뿐 임명권자가 아니다.
판단
피고 B의 대표이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므로, 대표이사로서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여 실제 경영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수를 지급받았음에 그쳤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두1440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 B의 대표이사가 피고 C 등에 업무에 관하여 보고를 하거나 승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다국적 기업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 B의 대표이사가 실제 경영자 내지 D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근로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수를 지급받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그 밖에 피고 B의 대표이사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오히려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B의 정관에는 대표이사가 회사를 대표하고 회사의 제반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 B의 대표이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위 대표이사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해고무효확인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고용계약 내지 위임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는 원고가 피고 B의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피고들과 사이에 고용계약 내지 위임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급여를 구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고용계약 내지 위임계약이 성립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B의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대표이사로 예정된 사람으로부터 취임승낙서를 받고, 총사원의결권의 과반수를 가지는 사원이 출석한 사원총회에서 그 의결권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원고가 고용계약서에 서명한 뒤 이를 피고 C에 전달하였더라도 해당 계약서에 피고 B의 서명이 없는 점, 피고 B가 원고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로 하는 내용의 사원총회를 개최한 사실이 없고, 사원총회의 결의도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C의 인사담당자가 원고의 입사를 축하하고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원고를 피고 B의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로 하는 고용계약 내지 위임계약이 확정적으로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원고는, 피고들 내부의 사원총회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
따라서 고용계약 내지 위임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급여지급청구는 이유 없다.
계약교섭의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계약교섭의 부당한 중도파기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그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일방이 신의에 반하여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교섭을 파기함으로써 계약체결을 신뢰한 상대방이 입게 된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서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었던 것에 의하여 입었던 손해 즉 신뢰손해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신뢰손해란 예컨대, 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계약준비비용과 같이 그러한 신뢰가 없었더라면 통상 지출하지 아니하였을 비용 상당의 손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등 참조).
판단
살피건대, 비록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대표이사 취임계약에 관하여 명확하고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에 이르지는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인정한 기초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그 계약의 교섭단계에 있어 D의 아시아·태평양 지사들을 총괄하여 운영하는 피고 C의 사장과 인사팀 부서장 등이 원고를 상대로 피고 B의 대표이사 직에 관해 면접을 하고 원고로부터 고용계약서를 받은 점, E은 고용계약서를 받은 이후 원고에게 D의 일원이 된 것을 축하하면서 원고와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한 점, E은 피고 B의 직원 H에게 원고를 대표이사로 소개하면서 원고의 업무를 돕도록 했으며, 원고에게 대표이사로 업무를 개시하는 2017. 11. 6. 이후 일정을 알려주면서 한국에서 일할 직원을 추천해 줄 것도 요청한 점, H은 원고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있을 싱가폴 일정을 준비하기 위해 교통수단 및 숙박시설을 예약해 주기도 한 점, E의 위와 같은 행동이 피고 C에 대한 보고나 승인 없이 개인의 독자적인 판단 하에 행해질 수는 없는 것인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다. 결국 피고들은 위와 같은 행동을 통해 원고에게 대표이사 취임이 확실하게 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였고, 피고들과의 계약체결을 신뢰한 원고는 다른 회사로의 취업을 준비하지 않고 피고 B 대표이사의 역할과 업무만을 준비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와 사이에 고용계약 내지 위임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다만, 피고들의 계약교섭 부당파기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는 신뢰손해에 한정되므로 보건대, 원고가 손해라고 주장하는 피해액은 피고 B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지급받기로 한 급여 상당으로 신뢰손해를 넘어선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에서 구하는 손해는, 계약체결을 신뢰한 원고가 입게 된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할 수 없어 피고들에게 위와 같은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없다(그 외 원고가 계약체결을 신뢰함으로써 입은 손해가 있음을 뒷받침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도영(재판장) 신동주 이효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