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이 사건 (재)하도급 계약
H 주식회사(이하 'H'이라 한다)는 I대학교 측에서 발주한 J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받았고, 원고는 H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수장공사 1공구 공사를 하도급받았다.
원고는 2016. 3.경 H으로부터 제시받은 이 사건 하도급 공사의 설계도면, 시방서 등에 기초한 자재발주서로 종류·규격·수량 등을 적시하여 피고 주식회사 B(이하 '피고 B'라 한다)에게 STUD나 RUNNER 등의 경량철골자재 제작을 주문하였다.
피고 B의 제조·공급 등
피고 B는 위 주문에 따라 2016. 3.경 13,294,682원, 2016. 4.경 17,932,703원, 2016. 5.경 32,281,392원, 2016. 6.경 9,097,877원, 2016. 7.경 14,172,177원, 2016. 8.경 1,265,400원 합계 96,848,654원(부가세 포함) 상당의 경량철골자재를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납품하였다.
피고 B는 원고로부터 2016. 3.분 납품대금 지급명목으로 액면금 16,478,734원의 약속어음을 교부받았고(피고 B의 K 공사 현장에 대한 일부 납품대금이 포함되어 있음), 지급기일인 2016. 8. 13.경 위 금액을 결제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납품대금 지급명목으로 교부된 각 약속어음은 원고의 자금난이나 아래 포괄적 금지명령 등으로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못하였다.
원고의 회생절차 및 피고 B의 직접 청구
원고가 2016. 9. 13.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회합100233호로 회생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16. 9. 20. 포괄적 금지명령을 발령·공고 및 송달에 갈음하는 공고결정을 하였으며, 2016. 10. 16.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였다. 2017. 8. 8. 회생계획인가결정이 있고 난 뒤 2017. 11. 20. 회생절차가 종결되었다.
피고 B는 원고가 회생절차에 이르게 되자 2016. 9. 13. H에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라 한다) 제14조 제1항 제1호 및 제3호,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3호 및 제4호(같은 법 제32조 제4항) 등에 근거하여 경량철골자재 대금 96,848,654원(이미 지급받은 2016. 3.분 납품대금 13,294,682원도 포함됨)의 직접지급 요청을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였고, 위 내용증명우편은 발송 당일 H에 도달하였다.
H의 공탁
원고의 H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과 관련하여, H은 위와 같은 피고 B의 직접지급요청 이외에 아래와 같은 통지를 받거나 결정을 고지받았다.
2016. 8. 29. : 원고로부터 위 공사대금 채권 중 6,600,000원을 피고 C(L회사)에게 양도하였다는 채권양도통지
2016. 9. 19. : 하도급법에 의한 피고 D의 16,273,400원 및 피고 주식회사 E의 19,694,334원의 직접지급 요청
2016. 9. 20. : 원고로부터 위 공사대금 채권 중 282,843,347원을 피고 F 주식회사에 양도하였다는 채권양도통지
2016. 10. 11. : 피고 G, 청구금액 17,787,000원의 채권가압류 결정문
H은 2017. 11. 2. 민법 제487조 및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을 근거로 하여 피공탁자를 원고와 피고들로, 공탁 원인을 위와 같은 원고의 채권자들에 의한 공사대금채권의 직접지급 청구 및 채권양수, 채권가압류 등의 경합으로 공사대금 42,053,000원을 혼합공탁하였다(이하 '이 사건 1차 공탁'이라 한다).
H은 또, 2018. 2. 8. 민법 제487조 후단을 근거로 하여 피공탁자를 피고 G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과 원고로, 공탁 원인을 과실없이 정당한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로 하여 나머지 공사대금 28,224,900원(=위 직접지급 요청일인 2016. 9. 13. 기준 원고 주장의 공사대금 70,277,900원-이 사건 1차 공탁액 42,053,000원)을 변제공탁하였다(이하 '이 사건 2차 공탁'이라 한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8, 11호증의 각 기재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다른 현장의 대금과 합산하여 매 익월 원고 발행의 은행도 어음으로 피고 B에 대한 자재대금을 결제하였는데, 이는 자재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교부한 것으로 봄이 마땅하고, 원고 발행의 어음들이 지급을 위하여 발행·교부된 것이 명백한 이상 피고 B의 이 사건 자재대금 채권은 어음금 채권으로 전환된 것이다. 따라서 피고 B와 관련한 위 금원은 건설산업기본법 제32조 및 제35조 제2항 제4호 등의 각 규정에 따른 직접지급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84조에서 건설업자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도급금액 중 당해 공사의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노임에 상당하는 금액에 대하여 압류를 금지한 것은 근로자의 생존권을 최소한도로 보장하려는 헌법상의 사회보장적 요구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근로자의 임금 등 채권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규정과 함께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또 다른 규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 B의 직접지급 청구권은 이 사건 공사 현장과 관련한 미지급 노무비 215,973,600원보다 우선하는 변제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피고 B는 2016. 11. 2.자로 회생법원에 이 사건 금원을 포함하여 모두 369,203,835원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여 당시 원고의 관리인은 위 신고 금액 중 신용보증기금이 대위변제한 48,000,000원을 공제한 321,203,835원을 회생채권으로 시인하였고, 원고가 이에 근거한 회생계획안으로 회생인가를 득한 이상, 이 사건 금원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52조 및 제255조에 따라 원고의 인가된 회생계획의 적용을 받는 회생채권으로 봄이 마땅하고,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4호의 규정에 따른 직접지급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3항에 의하면,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여야만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지급채무와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가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보게 되는데, H이 피고 B에 실제로 위 대금을 지급하지 전까지는 원고의 H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은 소멸하지 않고 잔존한다.
원고가 H에 대하여 하도급채권이 발생한 것은 H에 하자보수보증서를 제출한 2017. 12. 11.인데, 피고 B가 H에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요청을 한 것은 그 전인 2016. 9. 13.이라서 이 사건 제2차 공탁금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B는 원고로부터 규격을 지정한 건설에 소요되는 자재를 제조위탁 받은 경우로서 하도급법 제2조 제6항의 제조위탁자에 해당되고, 한편 피고 B가 직접지급을 요청할 당시 원고는 부채(약 72억 원 상당)가 자산(약 14억 원 상당)을 훨씬 초과하고 운영자금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러 회생절차 신청에 이르게 되었는바, 이는 원사업자인 원고에게 지급정지와 유사한 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수급사업자인 피고 B는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에 의하여 발주자인 H에 대하여 82,224,504원 상당{피고 B가 지급받았다고 자인하는 14,624,150원(2006. 3.분 포함)을 공제한 금액}의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청구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고, 원고 발행의 이 사건 어음들이 자재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발행·교부된 것이라도 그 채권의 변제기를 유예하는 정도를 넘어 채권 자체가 소멸한 것은 아니며, H이 피고 B에 직접지급한 범위 내의 채권에 대하여는 원고의 H에 대한 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그 이후에 직접지급을 요청하거나 채권을 양도 내지 가압류하더라도 그 채권자들이 피고 B에 대항할 수 없다(피고 C의 채권양도 통지는 피고 B의 직접지급 요청일보다 빠르지만, 확정일자 증서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아 피고 B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하도급법 제14조는 수급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직접지급 청구권을 규정하고,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는 하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직접지급 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양 직접지급 청구권의 법률요건 및 효과{특히 발주자가 수급사업자(하수급인)에게 직접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및 발주자(도급인)와 원사업자(수급인)의 채무소멸시기 등}은 일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도급법 제2조가 규정하는 '하도급거래',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등 법률개념의 외연 및 그에 따른 하도급법의 적용범위와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가 규정하는 '하도급',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등 법률개념의 외연 및 그에 따른 건설산업기본법의 적용범위도 서로 같지 않은바, 하도급법 제14조의 직접지급 청구권과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의 직접지급 청구권은 법조경합이 아닌 청구권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하도급법 제34조는 "「건설산업기본법」이 이 법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양 법이 상충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도급법이 우선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 B는 하도급법 제14조에 기한 직접지급 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원고 주장의 노임이 도급계약서 또는 하도급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갑 제10호증의 기재만으로는 215,973,600원 상당이 원고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의 노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2016. 9. 13. 기준으로 원고의 H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에 원고가 이 사건 공사의 근로자에게 지급할 노임액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및 그 범위를 특정하기도 어렵다.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1호, 제2항은 원사업자의 지급정지나 파산 등으로 인해 영세한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지 못함으로써 연쇄부도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두게 된 규정으로, 수급사업자의 자재와 비용으로 완성된 완성품에 대한 궁극적인 이익을 발주자가 보유하게 된다는 점에서 원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도급대금 채권은 수급사업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채권과 밀접한 상호관련성이 있는 반면 원사업자의 일반채권자들이 원사업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그러한 관련성이 없다는 것에 근거하여, 원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도급대금채권 중 수급사업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채권액에 상당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일반채권자들보다 수급사업자를 우대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인바, 영세한 수급사업자의 보호를 위해 원사업자가 파산한 경우에 인정되는 이러한 직접지급 청구제도가 원사업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라 하여 배제될 이유는 없는 것이므로, 원사업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회생채권에 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회생계획에 규정한 바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변제하거나 변제받는 등 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라고 정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31조에 의하여 하도급법 제14조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다17758 판결 참조).
살피건대, 피고 B의 직접지급 요청이 원고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 이전에 도달하여 H이 피고 B에 하도급대금을 직접지급할 의무를 부담함과 동시에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하도급대금 채무가 그 범위 내에서 소멸하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비록 그 이후에 피고 B의 하도급대금 채권이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으로 시인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소멸된 피고 B 의 원고에 대한 하도급대금 채권이 부활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 B가 원고의 회생절차에서 신고한 회생채권에 관하여 회생계획에 따라 지급받는 금액을 정산해야 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피고 B가 직접지급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채권이 이중으로 양도된 경우의 양수인 상호 간의 우열은 통지 또는 승낙에 붙여진 확정일자의 선후에 의하여 결정할 것이 아니라, 채권양도에 대한 채무자의 인식, 즉 확정일자 있는 양도통지가 채무자에게 도달한 일시 또는 확정일자 있는 승낙 일시의 선후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채권양수인과 동일 채권에 대하여 가압류명령을 집행한 자 사이의 우열을 결정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므로, 확정일자 있는 채권양도통지와 가압류결정 정본의 제3채무자(채권양도의 경우는 채무자)에 대한 도달의 선후에 의하여 그 우열을 결정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각 공탁 당시 원고가 H에 대하여 공사대금 채권을 갖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원고가 피고들과의 사이에서 그 공탁금출급청구권도 가지게 되는지 여부는 이러한 법리에 따라 다시 결정해야 한다.
위 1의 라.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제2차 공탁 역시 이 사건 제1차 공탁과 마찬가지로 H은 그 당시 이미 발생한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액을 한도로 하여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하도급대금을 직접지급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갑 제2호증의 기재만으로는 공사대금 채권 자체가 원고가 H에 하자보수보증서를 제출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유보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공탁금에 대한 정당한 출급청구권자가 원고임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남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