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26. 선고 2018가단5054893 판결

2018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1) 정부는 1994. 10. 경 실시한 '통합공과금제 분리시행 정책'에 따라 C 검침, 요금청구서 송달 및 체납요금 수금업무 등을 D공사로 이관하였고, D공사는 지분을 전액 출자하여 설립한 자회사인 E 주식회사(이하 'E'이라 한다)와 수의계약 형식의 업무용역계약을 체결하여 그 중 검침업무를 위탁하였다.

2)

정부는 위 통합공과금제 정책의 시행에 즈음하여 1994. 9. 경 종래 공무원 신분인 검침원들의 E로의 소속 변경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D이관검침원 처우대책'을 마련하여 정년, 승진제도 및 퇴직금 등에 있어 이관으로 인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이에 위 통합공과금 정책의 시행시점을 기준으로 당시 공무원이던 약 7,000여 명의 전체 검침원들 중 약 2,100여 명이 D공사로의 이관을 신청하여 소속이 변경되었다.

나.

1) 이후 정부는 경쟁을 통한 검침업무의 효율성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국회 및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을 통해 '제한경쟁입찰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2011년경 실시한 제한경쟁입찰 결과 E이 위 입찰에서 탈락하는 대신 F(이하 'F'라 한다)가 D공사로부터 기존의 검침업무를 수주하였다.

2)

위 입찰 당시 D공사가 작성한 '제안요청서'에는 입찰업체가 제출하는 제안서의 평가기준으로 '현장원 고용승계' 항목을 두어 '기존 검침회사 현장원의 고용승계 방법과 임금보전 방안 등의 계획에 대한 평가 결과에 따라 최대 10점(위 점수를 포함한 '기술능력평가' 항목에는 80점이, 나머지 '입찰가격평가' 항목에는 20점이 각각 배정되었다)을 부여하도록 하였다. 한편 D공사는 위 입찰과 관련하여 계약상대자는 소속 회사가 변경된 현장원에 대해 변경 전 회사에서 받던 업무량 대비 급여수준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특수조건'을 정하기도 하였다.

3)

F는 위 입찰에 참여한 후 D공사의 위와 같은 지침 등에 따라 '검침용역계약 기간 동안 현장원 개인별 월평균 1,774,210원(장려금 제외) 이상을 임금으로 지급할 것'과 '기존 회사와 비교하여 업무량 대비 급여수준을 보장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조건 이행확약서'를 제출하였으며, 2011. 7. 28. E과 사이에 임금은 불이익이 없이 승계되고 기존 회사의 임금수준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긴 '고용승계에 따른 근로조건에 관한 합의사항'(이하 '이 사건 합의사항'이라 한다)을 작성하였다.

4)

F가 위 입찰을 통해 D공사로부터 검침업무를 위탁받은 이후 검침원들은 E을 퇴사하여 F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당시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임금의 경우 F의 '보수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내용이 명시되었다.

다.

1) 검침원들은 종래 직원연봉규정 제12조 제2항 등이 정하는 바에 따라 E로부터 반기별로 배전상여금을 지급받았으나 F로 소속을 옮긴 이후부터는 동일한 명목의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였다. 또한 검침원들은 직원연봉규정 제12조 제1항 및 직원연봉규정 시행세칙 제15조 등에 따라 E로부터 '기본상여금'을 지급받았으나, F로의 전적 당시 전적일까지의 근무일수를 반영한 상여금은 별도로 지급받지 못하였다.

2)

E은 2011. 9. 20. F에 공문을 발송하여 '배전상여금' 등 일부 급여항목을 전적한 검침원들의 보수에 반영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같은 해 10. 6. 에도 공문을 통해 같은 취지의 요청을 하였다.

3)

한편 검침원들 일부가 2013. 4. 10. F를 상대로 '체불된 배전상여금을 지급하여 달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진정을 제기하였는데 해당 지청은 2013. 11. 11. F에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을 시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4)

이후 검침원들 일부는 D공사, E, F를 상대로 배전상여금 및 G수당 추가 인상분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89858, 2014가합14547(병합) 사건, 이하 '종전소송'이라 한다}, 2015. 1. 23. 청구기각 판결을 받자 이에 항소하였고, 항소심에서 2017. 7. 11. F가 검침원들에게 E과 F의 임금차액으로 계산된 금액의 40%를 지급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됨으로써 소송이 종결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5나2014나00, 2015나2014나17(병합) 사건}.

라.

피고는 계량기 검침업무 대행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2013년경 D공사가 실시한 H용역 경쟁입찰에 참여하였는데, D공사의 지침 등에 따라 '검침용역계약 기간 동안 현장원 개인별 월평균 1,950,567원(장려금 및 퇴직급여 제외) 이상을 임금으로 지급할 것'과 '기존 회사와 비교하여 업무량 대비 급여수준을 보장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조건 이행확약서'(이하 '이 사건 이행확약서'라 한다)를 제출하였고, D공사와 사이에 검침업무를 위탁받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마.

원고들은 E에 고용되어 검침업무를 담당하던 중 F가 입찰을 통해 검침업무를 위탁받게 되자 F로 전적하여 검침업무를 수행하였고, 이후 피고 회사가 입찰을 통해 검침업무를 위탁받게 되자 2014. 1. 1. 피고 회사로 전적하여 검침업무를 수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2, 15,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F는 E과 사이에 원고들의 고용승계 및 임금수준보장 약정이 담긴 이 사건 합의사항을 작성하였다. 그런데 위 합의사항은 D공사에서 요구했던 것이기 때문에 원고들이 F에서 피고 회사로 전적했을 때에도 동일하게 작성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위 합의사항에 따라 F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임금과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임금의 차액을 지급하여야 하는바, 종전소송에서 F가 E과 F의 임금차액 중 40%에 상당하는 금액을 검침원들에게 지급한 점,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F가 지급한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기로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종전 소송의 화해권고결정금액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회사는 2013. 12.경 D공사와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 제3조 제3항에 '계약상대자는 소속회사가 변경된 현장원에 대해 근로자 동의가 없는 한 변경 전 회사에서 받던 업무량 대비 임금수준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하였는데, 이러한 임금보장약정은 제3자인 원고들에게 직접 임금지급과 관련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한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 미지급 임금을 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이 사건 소를 제기함으로써 수익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임금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D공사와 체결한 이 사건 용역계약의 특수조건이나 이 사건 이행확약서에 포함된 임금보장약정에 따라 D공사, E 근무 당시 받았던 임금을 그대로 받을 것을 신뢰하고 피고 회사로 전적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신의칙에 따라 원고들에게 임금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첫 번째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원고들의 위 주장은 피고 회사가 F와 '이 사건 합의사항과 동일한 내용의 합의서'를 별도로 작성하였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회사와 F 사이에 위와 같은 합의서가 작성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설령 피고 회사와 F가 이 사건 합의사항과 동일한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는 아래 나. 항에서 인정되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와 F가 주체가 되어 체결한 것으로 위 계약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다고 보이고, 계약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에 불과한 원고들이 위 합의를 기초로 하여 피고 회사에 임금 차액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피고 회사와 F가 이 사건 합의사항과 동일한 내용의 합의를 하였고 그로 인해 피고 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임금 차액 지급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F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임금과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임금 사이의 차액을 구할 수 있는 것이지 종전소송의 화해권고결정금액, 즉 E과 F 사이의 임금 차액 중 40%에 상당하는 금액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원고들의 주장은 이 점에서도 이유 없다.

나.

두 번째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갑 제1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용역계약의 특수조건 제3조 제3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에 '계약상대자는 소속회사가 변경된 현장원에 대해 근로자 동의가 없는 한 변경 전 회사에서 받던 업무량 대비 임금수준을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정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 앞서 든 각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용역계약은 피고 회사와 D공사가 주체가 되어 체결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위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을 미친다고 보아야 하고, 나아가 위 계약당사자가 제3자인 원고들에게 직접 임금지급과 관련한 권리를 취득하게 할 의사로써(즉, 일종의 '제3자'를 위한 계약'을 체결할 의사로써) 이 사건 조항을 삽입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1)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 함은 통상의 계약이 그 효력을 당사자 사이에서만 발생시킬 의사로 체결되는 것과는 달리, 계약당사자가 자기 명의로 체결한 계약에 의하여 제3자로 하여금 직접 계약당사자의 일방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다. 일반적으로 위와 같은 계약은 계약당사자 사이에 존재하는 법률관계(기본관계)에 바탕하여, 위 법률관계에 따라 애초 일방 당사자가 상대 당사자에게 이행하여야 할 급부 등을 제3자에게 직접 이행하는 모습을 띠게 되는 데 반해, 이 사건의 경우 약정의 당사자인 피고 회사와 D공사 사이에 검침용역계약을 제외한 어떠한 법률관계가 존재하였다는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2)

D공사는 '제안요청서' 및 '계약특수조건' 등을 통해 F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유지를 입찰 요건 중 하나로 설정하는가 하면, 피고 회사가 승계한 근로자들에 대해 일정 수준의 임금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검침용역계약 해지나 위약금 부과 등의 불이익을 예고하기도 하였다. 결국 피고 회사의 입장에서 이 사건 조항은 원고들과의 법률관계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었다기보다는, 입찰을 통해 검침업무를 위탁받음과 동시에 향후 검침용역계약의 해지 등 D공사로부터 취해질 불이익 조치를 예방·회피하는 것을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여 삽입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 결과 위 조항은 원고들과의 새로운 법률관계 형성에 주된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이 사건 용역계약의 체결·유지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고 평가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원고들이 위 조항을 원용하여 피고 회사를 상대로 직접 법률상 급부를 청구할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3)

피고 회사로서는, 원고들이나 소속 노동조합과의 직접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원고들에 대한 전적 후 임금 등 근로조건의 내용을 보다 분명히 할 수 있었으며, 이와 같은 조치가 당시의 상황에서 특별히 곤란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원고들과도 직접 임금수준을 보장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 회사가 용역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조항을 근거로 하여 자신들을 상대로 직접 임금수준 보장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취득케 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이 사건 조항의 골자는 기존 회사의 임금 수준을 보장한다는 것으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내용 없이 선언적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다양한 임금체계 아래서 개별적인 임금 항목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고, 임금 수준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해석 여부에 따라 보장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견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위 조항은 피고 회사와 원고들 사이에 전적 후 임금 등 근로조건의 협상과 근로계약의 체결을 전제하고 있고, 나아가 근로계약을 통해 그러한 선언의 취지가 구체적으로 실현될것을 예정한 한 것에 불과하다.

다.

세 번째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위 나. 항에서 본 바와 같은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원고들 주장의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준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