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26. 선고 2018가단5068809 판결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들과 D은 주택사업, 건축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모두 E그룹의 계열회사이다.

나.

원고는 1991. 8. 10. D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1996. 11. 1. 피고 주식회사 B(이하 '피고 B'이라 한다)으로 소속이 변경되었다.

다.

원고는 피고 B의 주택사업부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다가 2005. 3.경 이사로, 2011. 6.경 상무로 각 승진하였다.

라.

원고는 피고 B의 인사발령에 따라 2013. 11. 1.경 피고 주식회사 C(이하 '피고 C'이라 한다)로 소속이 변경된 후 상무로 근무하다가 2017. 5. 31.경 퇴사하였다.

마.

한편 원고는 2005. 4. 29.부터 2017. 3. 5.까지 피고 C의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2000. 2. 29.경 피고 B으로부터 그 때까지의 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 중 간정산금으로 18,797,287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 B의 경영방침에 따라 2000. 2. 29. 사직원을 제출하였다가 2000. 3. 1. 다시 재입사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근로관계의 단절 없이 계속 근무하였는바, 위 사직원 제출은 비진의표시에 해당하고 피고 B도 진의 아님을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B이 2000. 2. 29. 원고에게 지급한 퇴직금 중간정산금은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2)

원고는 2000. 3.부터 2005. 2.까지 피고 B으로부터 연봉을 13으로 나누어 12개월분은 매월 지급받고 나머지 1개월분은 회사에 퇴직금 중간정산 요청서를 제출한 다 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다. 그러나 원고는 자유로운 의사가 아닌 피고 B의 요구로 퇴직금 중간정산 요청서를 제출하였던 것인바, 위 퇴직금 중간정산은 무효이다. 따 라서 피고 B이 2000. 3.부터 2005. 2.까지 원고에게 매년 지급한 퇴직금 중간정산금은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3)

원고는 2005. 3.부터 2017. 5.까지 피고 B 또는 피고 C의 임원인 이사, 상무로 재직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대표이사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 B 또는 피고 C은 원고에게 위 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4)

원고의 소속이 피고 B에서 피고 C로 변경되었으나 위 전적은 원고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원고의 근로관계는 여전히 피고 B과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주위적으로 피고 B은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191,768,991원(= 입사일인 1991. 8. 10.부터 퇴사일인 2017. 5. 31.까지의 퇴직금 210,566,278원 - 2000. 2. 29. 기지급한 18,797,28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설령 원고의 전적이 유효하여 피고 B의 퇴직금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 C은 피고 B으로부터 근로계약상 사용자의 지위를 양도받음으로써 원고와 피고 B의 근로관계를 승계하였다. 따라서 예비적으로 피고 C은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191,768,991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의 주장

1)

원고가 이사로 승진한 2005. 5.경 이후에는 피고 B 또는 피고 C로부터 업무집행에 관한 포괄적인 위임을 받아 사무를 처리한 임원에 해당할 뿐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가 아니다. 따라서 피고 B 또는 피고 C은 원고가 임원으로 재직한 기간에 대하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2)

피고 B은 원고가 근로자로 재직한 기간 동안에는 원고의 요청에 따라 퇴직금을 중간정산하였다. 설령 퇴직금 중간정산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아 위 기간에 대한 원고의 퇴직금채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가 근로자로서 근무를 종료한 것은 2005. 4. 30.이므로 그 다음날인 2005. 5. 1.에 근로자로 재직했던 기간에 대한 퇴직금채권이 발생했는데,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8. 4. 5.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3)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임원이므로, 원고의 소속이 피고 B에서 피고 C로 변경된 것은 원고와 피고 B의 위임관계가 종료되고 피고 C과의 새로운 위임관계가 성립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뿐이고,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근로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거나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근로관계를 피고 C이 승계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원고가 이사로 승진한 이후의 재직기간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주식회사의 이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다만,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등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가 피고 B 또는 피고 C로부터 연봉액을 12로 나눈 일정액의 보수를 매월 지급받은 사실, 피고 B 또는 피고 C이 원고에게 보수를 지급하면서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료를 원천징수하였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6, 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 갑 제9, 11호증, 을 제1 내지 7, 12 내지 28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F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2005. 3.경 이사로 승진한 후 2005. 5. 1. 피고 B과 사이에, 기존의 사원연봉근로계약이 아닌 임원연봉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매년 그 계약을 갱신하여 왔는데, 위 임원연봉계약에는 '퇴직금은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해 지급할 수 있으며, 별도의 결정이 없는 한 발생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점, ② 원고는 2005. 4. 29.부터 2017. 3. 5.까지 피고 C의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었고, 피고 C의 업무집행에 관한 주주총회나 의사회 등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였던 점(을 제 20 내지 28호증에 피고 C의 법인인감이 날인되어 있으므로,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 원고는 피고들이 위 문서를 사후에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③ 원고는 피고 B 또는 피고 C의 이사 내지 상무로서 기안문서나 공문을 결재하거나 전결의 형식으로 대표이사의 서명을 대신함으로써 중간 결재권자 또는 최종 결재권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기도 한 점, ④ 원고가 이사로 승진하기 전 근로자로 재직했던 기간에는 피고 B으로부터 매년 중간정산 방식으로 퇴직금을 급여와 별도로 지급받았던 점, ⑤ 피고 C은 2013년경 근로자들에 대한 사전조사, 퇴직연금규약 제정 등의 절차를 거쳐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였는데, 원고는 퇴직연금제도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점, ⑥ 피고들이 원고의 출퇴근이나 근태 등을 관리·감독하였다거나, 원고가 피고들의 복무규정이나 인사규정에 구속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⑦ 원고는 E그룹 계열사의 골프장, 콘도 이용에 있어 요금 할인을 받았고, 특별회원권을 발급받아 E그룹 계열사의 휘트니스센터, 사우나를 무료로 이용하였으며, 피고들 회사가 소재한 건물에 지정주차공간을 제공받는 등 상당한 정도의 예우를 받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이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사로 승진한 2005. 3.경 이후에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대표이사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원고는 피고 B 또는 피고 C로부터 업무집행에 관한 포괄적인 위임을 받아 사무를 처리한 임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고가 이사로 승진하기 이전의 재직기간에 대하여

1)

판단의 순서

피고들이 원고가 근로자로 재직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판단하기에 앞서 원고의 퇴직금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면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이하에서는 위 퇴직금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기로 한다.

2)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2005. 3. 2. 이사로 승진하면서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관계는 종료되었으므로, 2005. 3. 2. 원고에게 퇴직금채권이 발생하고, 소멸시효 또한 2005. 3. 2.부터 기산되는 것으로 봄 이 타당하다(원고의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원고가 위 퇴직금채권의 소멸시효 기간(3년)이 경과한 2018. 4. 5.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역수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위 퇴직금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3)

원고의 재항변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들이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 권리남용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36091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들, 을 제3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 B의 급여규정 제39조에는 '등기, 비등기 임원을 포함하여 사원에서 임원으로 승진시 승진일 전날을 퇴직금 산정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 지급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바, 피고 B은 원고의 승진일 전까지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하였던 점, ② 피고 B은 원고를 이사로 승진시키면서 원고를 미등기임원으로 보고 임원연봉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도 이사로 승진한 이후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 전까지 피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여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의 권리 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원고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들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피고들에 대하여 퇴직금채권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원고의 소속이 피고 B에서 피고 C로 변경될 무렵 원고가 근로자가 아닌 임원의 지위에 있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 소속변경을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고 원고와 피고 C 사이에 새로운 근로관계를 성립시키는 의미의 전적이라고 볼 수는 없고, 단지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위임관계를 종료하고 원고와 피고 C 사이에 새로운 위임관계를 성립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 B 또는 피고 C과 근로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 점에서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준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