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20. 선고 2018가단5184770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회사나 직장 사무실에 커피 기계를 대여해주고 매월 소정의 대여료를 받으며, 정기적으로 위 기계에 사용될 커피를 보급하는 OCS(Office Coffee Service) 사업을 영위함을 목적으로 2005. 3. 설립된 회사이다.

나.

피고는 2006. 4. 1. 입사하면서, 2006. 3. 30.자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약서(이하 '이 사건 서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다.

다.

이후 피고는 2008. 2.경 원고를 퇴사하였다가, 2010. 5. 1. 재입사하여 2018. 1. 31.까지 원고의 고객을 확보·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취업규칙 제6조에는 '직원은 회사 직무상의 기밀사항 및 불이익이 되는 내용을 발설하여서는 아니 되며 퇴직 후 2년간은 동종 타사에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라.

피고는 원고를 퇴사한 뒤, 자신의 처 명의로 원고와 유사한 커피도소매 및 유통업체인 'C'를 개업하였고, 그 후 피고가 원고에 근무하며 관리하던 고객들 중 약 20개 업체들이 위 'C'로 거래처를 변경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 12호증, 을 제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내지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의 고객명단은 공연히 알려지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서, 원고가 상당한 비용, 시간, 인원을 투입하여 확보 및 관리하는 경영상 정보로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에 정한 영업비밀이다.

그런데 원고의 고객을 관리·확대하는 업무에 종사한 피고로서는 고객명단을 원고의 동의 없이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관리해오던 별지 기재 업체들로 하여금 원고와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유도하여 'C'의 고객으로 전환시켰는바, 이는 원고의 고객명단을 자기의 영업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서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서약서 및 취업규칙 제6조의 경업금지의무 규정에 따라 원고를 퇴사한 후 2년간 원고의 영업 지역에서 동종의 영업을 할 수 없고, 피고가 재입사시 이 사건 서약서를 재작성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상 원고의 고객에 대하여 영업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피고가 이를 위반하여 원고의 오랜 고객을 자기 고객으로 돌려놓아 원고에게 피해를 준 것은 경업금지의무 내지 신의칙에 위반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는 위와 같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고가 빼앗아 간 고객 관련된 매출의 감소라는 손해뿐만 아니라 영업 기반의 상당 부분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판단

가.

부정경쟁방지법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1)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여기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비공지성)은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경제적 유용성)은 정보의 보유자가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정보의 취득·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며,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비밀관리성)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인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등 참조).

2)

원고의 고객명부에 기재된 거래처의 상호나 대표자명, 연락처, 주소 등은 시중에 유통되는 기업정보명부를 구매함으로써 구할 수 있는 정보로 보이고, 피고도 이러한 기업정보명부를 인터넷에서 구매하여 사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고객명부 내용 자체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은 정보로서 비공지성을 갖는지 의문이다. 또한, 을 제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가 고객명부를 어떻게 비밀로서 유지하고 있는지, 이를 위해 원고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인 주장이 없고, 원고가 피고를 고소하면서 위 고객명부를 회사 사이트 공유파일에 올려두어 회사 직원이라면 누구든지 열람이 가능하고, 대외비나 기말자료 등으로 특별히 표시하여 관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따라서 원고의 고객명부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가 이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경업금지의무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가 2006. 4. 1. 원고에 입사하기에 앞서서 이 사건 서약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피고는 2008. 2.경 원고를 퇴사함으로써 이전의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하였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뒤인 2010. 5. 1. 원고에 다시 입사하였으므로, 더 이상 이 사건 서약서에 따른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 즉, 피고가 재입사하였다는 이유로 종전 근로계약 관계에서 작성된 이 사건 서약서의 효력이 부활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서약서상 의무를 재입사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2)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전직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갑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에 재입사하면서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기타 근로조건을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원고가 정한 취업규칙 및 제 규칙에 따르기로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의 취업규칙 제6조에서 '직원은 회사 직무상 기밀사항 및 불이익이 되는 내용을 발설하여서는 안되며, 퇴직 후 2년간은 동종 타사에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을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가 근무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취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지식과 정보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원고가 영업 관련 정보를 통해 얻는 이익이 근로자인 피고가 가지는 직업선택의 자유나 근로권보다 보호할 가치가 크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② 위 취업규칙상 경업금지조항은 경업제한의 지역이나 그 직종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퇴직 후 2년간 동종 또는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에 종사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므로, 그 범위가 매우 포괄적인 점, ③ 근무기간 동안 피고에게 별도로 경업금지의무 부담에 따른 대가도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경업금지조항은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나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

3)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서약서 또는 취업규칙에 따른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지 아니한다.

다.

신의칙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원고의 고객에 대하여 영업활동을 하지 않을 부담함에도 별지 기재 업체들로 하여금 원고와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유도하여 'C'의 고객으로 전환시켜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도 주장한다.

살피건대, 별지 기재에 의하면 원고와 계약을 해지한 업체들이 'C'와 새로 거래를 하게 된 계약일자는 모두 피고의 퇴직 이후인 2018. 2. 이후이기는 하나, 한편 을 제1 내지 3, 8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와 새롭게 계약을 체결한 대다수 계약상대방이 피고가 퇴사 이후 'C'의 홍보차 방문하여 원두 샘플을 제공하기에 이를 시음해보고 업체를 변경하였을 뿐 피고가 원고의 직원으로 근무할 당시 'C'의 원도나 홍보물을 제공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는 점, ② 피고가 퇴사 이전에 원두커피 등을 시음케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거래를 중단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입증이 없는 점, ③ 별지 기재 업체들이 'C'와 계약을 체결한 시점과 피고의 퇴사 시점 사이에는 시간적 간격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고객들로 하여금 원고와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유도하여 'C'의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라.

소결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주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