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2. 17. 선고 2018가단524353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C, D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의류, 신발류, 가방류, 악세사리 제조 및 도·소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백화점 내 지정된 매장에서 피고의 상품을 판매하고 재고를 관리하며 그 대가로 피고로부터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판매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판매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는 피고와 이 사건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후 매장관리 및 상품판매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담당했던 매장과 근무 시작일 및 근무 종료일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11 내지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인데, 피고는 원고가 퇴사한 후 지금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으므로,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고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여 피고의 상품을 판매한 독립된 사업자일 뿐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는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앞서 본 기초사실, 앞서 든 각 증거들, 갑 제2 내지 14호증, 을 제2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는 백화점에 입점한 피고의 매장에서 상품판매 및 재고관리를 담당할 매장관리자를 모집하여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계약관계를 지속하였으며, 매장관리자와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경우 그 매장을 운영할 매장관리자를 다시 모집하여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백화점 내 피고의 매장을 운영하여 왔다.

2)

원고가 피고와 체결한 이 사건 판매용역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3)

원고는 통상적으로 백화점 영업시간 동안 매장에서 근무하였는데 원고의 근무시간은 백화점의 운영시간에 따라 정해졌다.

4)

원고는 피고가 지정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였고, 피고가 행사기간 및 할인율을 정하여 할인행사를 진행할 경우 이에 따라야 하였으며, 원고가 임의로 상품을 할인하여 판매하거나 할인율을 정할 수는 없었다.

5)

피고는 내부전산망, 휴대전화 메시지, 메신저 등을 이용하여 원고에게 업무와 관련된 공지사항과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보고를 받거나 매출을 독려하기도 하였다.

6)

피고는 원고가 매장에서 상품을 진열하는 방식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하였고, 원고가 이를 이행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상품 진열사진을 촬영하여 보고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7)

피고는 재고조사업체와 상품 재고조사업무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한 다음 위 업체로 하여금 원고 매장의 재고를 조사하게 하였다.

8)

피고는 원고에게 매출실적에 따른 정률수수료를 지급하였는데, 그 수수료 액수는 실적에 따라 매월 차이가 있었고, 상한이나 하한이 존재하지는 않았으며, 수수료에는 백화점 매장 운영에 필요한 경비(수선비 등)가 포함되어 있었다.

9)

원고 매장의 인테리어 비용, 매장의 광고비, 전화·인터넷 등 통신요금은 피고가 부담하였고, 의류 수선비, 고객에 대한 택배비 등은 원고가 부담하였다.

10)

피고는 판매보조사원을 직접 채용하여 원고의 매장에서 근무하게 하였고, 판매보조사원에 대한 인건비를 부담하였다.

11)

원고는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원고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여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으며, 피고를 사업장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다.

판단

위 인정사실, 앞서 든 각 증거들, 을 제7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위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1)

원고의 근무시간은 백화점과의 관계에서 준수되어야 하는 시간일 뿐, 피고가 원고의 구체적인 출퇴근 시각을 통제하거나 휴게시간을 정하지는 않았고, 원고의 출근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등 근태관리를 하지는 않았다. 또한 피고가 원고로부터 미리 휴무일정을 통보받았으나 이는 재고조사일정을 정하기 위하여 그랬던 것이고, 피고가 원고의 휴가 사용에 대하여 직접 관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원고가 매장에서 수행하는 업무는 대체로 판매용역계약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정해졌다. 원고가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항인 피고의 상품을 정해진 가격에 판매하거나 피고에게 판매실적 및 재고현황을 보고하는 것 등은 판매용역계약에서 원고의 업무내용 및 의무사항으로 정한 것이거나 위 업무내용에 부수하여 이루어지는 것들로서, 피고가 원고에게 판매용역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였더라도, 이를 두고 피고가 원고의 업무 내용을 정하고 원고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3)

피고는 원고가 판매할 상품의 가격을 정하고 원고가 임의로 할인판매를 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원고에게 상품의 진열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하였으나, 이러한 피고의 조치는 피고가 가진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피고의 상품을 판매하는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상품이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원고가 상품을 임의로 할인하여 판매하는 경우에는 피고의 상품에 대한 가격정책이 저해될 수 있고, 원고와 같은 판매원들 간에 과도한 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피고가 상품의 판매가격을 정한 것일 뿐 원고의 업무 내용을 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4)

피고가 원고 매장의 특정 재고물품을 다른 매장으로 보내게 하는 등 이른바 '로테이션'이라는 조치를 취하기는 하였으나, 원고의 매장에 공급되는 상품은 여전히 피고에게 그 소유권과 처분권이 있고, 피고는 각 매장에 공급한 상품들이 적시에 판매되어 재고로 남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 피고가 원고에게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5)

이 사건 판매대행계약에 따르면, 원고는 피고에게 매일 판매실적을 보고하도록 되어 있고 재고 조사에 응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피고가 각 매장별 재고량, 수요현황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를 들어 원고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6)

피고는 원고와 달리 자신의 계산으로 매장을 마련하여 피고와 대리점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주들에 대하여도 내부전산망, 휴대전화 메시지, 메신저 등을 이용하여 업무와 관련된 공지사항과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상품 진열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로테이션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는데, 앞서 본 원고에 대한 관리방식과 대리점주에 대한 관리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고의 경우 백화점 내 매장에서 피고의 상품을 판매하므로 백화점 운영회사의 통제를 받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원고가 개인사업자인 대리점주와 달리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7)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는 "원고가 제공한 업무의 내용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오로지 매출실적에 비례하여 그 지급 여부 및 지급액이 결정되었고, '수수료에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는 원고에게 매장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하여 수수료 명목으로 일괄 지급하였고, 원고는 자신이 받은 수수료 중에서 매장 운영에 필요한 제반 경비를 스스로 책정하고, 자신의 명의로 지출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은 보수는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8)

피고가 매장 인테리어 비용, 광고비용을 부담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가 가진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위 인테리어 비용, 광고비용을 제외한 매장의 관리, 운영, 판매활동에 필요한 비용(수선비, 택배비 등)을 상당 부분 부담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지급한 수수료에 원고의 매장 운영에 필요한 경비가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실질적으로 피고가 위 경비를 부담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자신이 받은 수수료 중에서 매장 운영에 필요한 제반 경비를 스스로 책정하고, 자신의 명의로 지출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경비 부담의 주체가 원고가 아닌 피고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9)

원고에게 피고의 취업규칙과 복무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마찬가지로 원고에 대한 징계에 관한 피고의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피고가 원고를 징계한 적은 없다. 또한 원고의 판매실적이 부진하다거나 피고의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직접적으로 불이익한 조치를 하였다거나 계약기간 중 판매용역계약을 해지하거나 담당 매장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준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