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6. 20. 선고 2018가합501476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73,809,674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1. 27.부터 2019. 6. 2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5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식품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는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의 보험대리점으로서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를 흡수합병한 회사이며, E, F, G는 D 서정지점 소속 보험모집인, 지점장 및 총무였던 사람들이다.

나.

원고는 E의 소개를 받아 2015. 5. 4. C과 사이에 원고의 화성시 H 소재 공장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 및 상품, 원부자재, 기계, 집기비품, 내부시설 일체에 관하여 화재에 따른 손해를 담보하는 내용의 I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화재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보험증권을 교부받았는바, 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

E는 원고 대표이사 J으로부터 계약기간 만료시 환급받는 적립보험료 금액을 상향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고, G에게 화재보험 계약변경승인 신청서의 작성을 부탁하여 이를 건네받은 후 원고의 회사로 찾아가 위 신청서에 원고의 직인을 날인하여 C에 제출하였으며, C은 2015. 5. 28. 위 신청서 내용대로의 계약변경을 승인하였다. 그런데 위 화재보험 계약변경승인 신청서는 아래와 같이 보험료 중 적립보험료를 높이고 보험목적물을 이 사건 건물에 한정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라.

이 사건 건물에 2015. 7. 11. 화재가 발생하여 이 사건 건물의 내부에 있던 원고 소유의 상품 및 반제품, 원·부자재, 기계, 집기, 시설(이하 '이 사건 동산 등'이라 한다)이 소훼되었고, 이에 대한 주식회사 K의 손해사정 결과 위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동산 등에 발생한 손해는 217,262,093원으로 산정되었다.

마.

원고는 C에 이 사건 화재보험 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요청하였으나 C은 2015. 5. 28. 보험계약이 변경됨에 따라 이 사건 동산 등은 보장범위에서 제외되었다는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하였고, 원고가 C을 상대로 이 법원 2015가합562890호로 제기한 보험금지급청구의 소에서도 2016. 6. 29.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으며,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도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바.

원고는 다시 E와 C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2017 가합17583호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8. 6. 22. 이 사건 화재보험계약의 변경으로 원고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게 된 것은 E의 중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E에 대하여 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 217,262,093원의 배상을 명하는 한편, 이 사건 화재보험계약의 변경은 모집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없고 C이 E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민법 제756조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로 C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사.

한편 피고는 2017. 7. 24. D를 흡수합병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내지 11, 13, 14, 16, 17호증, 을 제1, 2, 4, 5, 8, 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D 소속의 E, F, G는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의 동의 없이 이 사건 화재보험계약을 변경하여 원고로 하여금 217,262,093원의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이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D는 E, F, G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지며, 피고는 D를 흡수합병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사용자책임에 기하여 원고가 입은 위 217,262,093원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E, F, G는 원고의 포괄적인 위임에 따라 이 사건 화재보험계약을 변경한 것이므로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를 하였다고 할 수 없고, 원고가 주장하는 보험금 상당의 손해액 217,262,093원은 원고가 의뢰하여 작성된 손해사정서에 근거한 것이므로 이를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D는 E, F, G와 지휘·감독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사용자책임이 성립할 수 없고, 지휘·감독관계가 인정되더라도 E, F, G의 행위가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원고가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사용자 책임이 성립하지 아니한다. 설령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더라도 위 손해의 발생에 기여한 원고의 과실이 참작되어 과실상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3.

판단

가.

E, F, G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

1)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재보험계약의 변경으로 원고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게 된 것은 E의 중대한 과실에 기인한다고 할 것이고, 이는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①

E는 원고로부터 계약기간 만료시 환급받는 적립보험료 금액을 상향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기는 하였으나 이는 기존의 이 사건 화재 보험계약의 내용에 중대한 변경이 없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바, 그 계약내용의 변경에 위임 당시 예상할 수 없는 중대한 변경이 있다면 이는 위임의 범위를 이미 넘어서게 된다.

②

원고가 E에게 위 적립보험료 금액 상향 요구를 하면서 함께 제시한 L회사와의 기존 화재보험계약에는 보험목적물에는 건물 외에도 재고자산과 집기·비품이 포함되어 있었다.

③

그럼에도 E는 이 사건 화재보험계약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인 보험목적물 범위의 축소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원고의 동의도 받지 아니하고 만연히 그와 같은 변경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보험모집인으로서의 선관주의 의무 및 설명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④

E는 보험계약 체결 이후 변경된 보험증서를 발급받았음에도 이를 원고에게 교부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가 변경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하지 아니하였다.

2)

원고는 F, G에 대하여도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F의 경우 E가 작성한 최초 화재보험 청약서(갑 제1호증) 및 화재보험 계약변경승인 신청서(갑 제9호증)에 모두 F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으나, 을 제4, 5, 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E가 장애인 등급에 따른 국가 지원금 수령 문제 등으로 F의 보험코드를 사용하여 보험모집을 하여 온 사정이 엿보이는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F이 이 사건 화재보험계약의 변경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음으로 G의 경우 위 보험목적물 범위의 축소가 원고의 의사에 반함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나, G는 원고에 대한 보험모집인이 아니었고 E의 구두 부탁에 의하여 화재보험 계약변경승인 신청서의 초안을 작성하여 보낸 것일 뿐이므로 그 과정에서 원고의 의사를 확인하지 못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G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나아가 E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E의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는 종전의 이 사건 화재보험계약의 보험목적물로 포함되어 있었던 이 사건 동산 등에 관하여 화재로 발생한 손해액을 보상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는바, 주식회사 K의 손해사정 결과 위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동산 등에 발생한 손해는 217,262,093원으로 산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E는 원고에게 위 금액을 배상하여야 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손해사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손해사정서의 기재에 비추어 볼 때 그 손해 산정의 내역 및 근거는 적정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그 손해 산정이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D의 사용자책임 성립 여부

1)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는 반드시 유효한 고용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 아니고, 사실상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그 지휘·감독 아래 그 의사에 따라 사업을 집행하는 관계에 있을 때에도 그 두 사람 사이에 사용자, 피용자의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볼 것이고,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의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다49542 판결 등 참조).

2)

갑 제1, 9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D는 E를 소속 보험설계사로 위촉하여 보험모집 및 변경 업무를 하게 함으로써 E와 지휘·감독관계에 있었다고 할 것이고, E가 D 서정지점을 표시하여 화재보험 계약변경승인 신청서를 작성한 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D의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D는 E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①

D와 E 사이의 위촉계약서(을 제2호증) 제2조는 보험설계사는 사업소득자이며 독립사업자로서 근로기준법상의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위 계약서 제8조는 D가 보험설계사에게 보험모집 등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그에 필요한 정보 및 자료를 제공하며 교육을 이수하지 아니하거나 불완전판매율이 높을 경우 신규모집위탁을 제한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위 계약서 제12조는 보험설계사가 보험설계 등 업무와 관련하여 보험계약자 등으로부터 고지받거나 본인이 알게 된 사실 및 상황을 D에 알려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어, D와 보험설계사 사이에 구체적인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②

위 위촉계약서 제16조는 보험설계사의 위법행위로 D에 대하여 소송이 제기되어 손해가 발생한 경우 D가 보험설계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바, 이는 보험설계사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D가 지휘·감독관계로 인한 책임을 부담하는 상황이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

③

E가 작성한 원고에 대한 최초 화재보험 청약서(갑 제1호증) 및 화재보험 계약변경승인 신청서(갑 제9호증)는 모두 보험대리점으로 D 서정지점이 명시되어 있고, 위 청약서 또는 신청서의 발행자도 D 서정 지점으로 표시되어 있는바, 보험모집인의 소속관계를 명확히 드러내는 한편 위 보험모집 및 계약변경 행위가 D의 사무임을 나타내고 있다.

3)

이에 대하여 피고는, E의 행위가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원고가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으므로 D의 사용자책임이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의 직원이 E가 작성한 화재보험 계약변경승인 신청서를 주의깊게 살펴보지 아니하고 날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에 기여한 원고의 과실로 참작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E의 행위가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알지 못한 과실이라고 할 수 없고 나아가 이를 중대한 과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과실상계

1)

불법행위에서 과실상계는 공평이나 신의칙의 견지에서 피해자의 과실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것으로, 이때 고려할 사항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위법행위의 발생과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원인이 되어 있는지 등을 포함한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8다227551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의 경리 직원은 화재보험 계약변경승인 신청서를 작성하여 원고의 회사에 찾아온 E에게 원고의 직인을 날인하여 준 것으로 보이는바, 위 날인 당시 위 화재보험 계약변경승인 신청서의 내용은 확인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비록 원고의 대표이사가 위 날인 과정을 명확하게 인지하지는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날인 이후 원고 측에서 아무도 E에게 그 처리결과를 문의하는 등으로 사후적인 확인을 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러한 과실도 손해의 발생에 일부 기여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D의 배상책임을 80%로 제한한다.

라.

소결

피고는 D를 흡수합병하여 D의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채무를 승계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173,809,674원(= 217,262,093원 × 80%, 원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8. 1. 27.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19. 6. 2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를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

판사 고종영(재판장) 목혜원 김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