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C그룹의 계열사로서 C그룹 의왕연구소 내에 사업장을 두고 D 주식회사 및 E 주식회사(이하 통틀어 'D'라 한다)가 의뢰한 자동차 설계도면에 대한 분석 업무 등을 수행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위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2015년 이래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한다)과 사이에 F으로부터 중량 업무, 축중 및 무게중심고 실측 업무 등에 관한 용역을 제공받기로 하는 내용의 정보시스템 개발·구축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2015. 1. 1.부터 F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부터 F 소속으로 피고 사업장에서 축중 및 무게중심고 실측 업무(이하 '이 사건 업무'라 한다)를 수행하다가 2017. 12. 31. F에서 퇴사하였다.
원고는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에 F의 대표자 사내이사 G이 F 소속 근로자들을 피고에 파견을 보내는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면서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아니하였고, 피고의 대표이사 H이 위와 같이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아니한 F으로부터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를 파견받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다는 취지로 고소하였으나,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은 2018. 7. 16. F이 사업자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명령 권한을 가지고 있고, F의 근로자가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어서 피고와 F의 관계를 근로자파견관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2, 3,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F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이 사건 용역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피고의 사업장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으며 근무하였다. 이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 제7조 제1항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근로자파견사업에 해당하는바, 피고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F을 통하여 원고로부터 역무를 제공받았으므로,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원고를 직접 고용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원고를 직접 고용할 의무의 이행 및 고용의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피고가 고용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원고가 지급받았을 임금 상당액과 F으로부터 지급받은 급여의 차액 상당액)으로서 197,109,923원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3, 52호증, 을 제4, 5, 7, 14, 19 내지 2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주식회사 F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의견제출요청 회신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아 피고와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F은 피고와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자체적으로 원고를 채용하였고, 원고의 근무장소, 근무시간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였다. 이 사건 업무는 팀장 1명, 팀원 1명으로 이루어진 F 축중팀이 담당하였는데, 축중팀의 팀장은 2015. 11.경 한 차례 변경된 이후 2016. 1.경 원고로 변경되었다. 위와 같은 인력 변경에 관하여 피고가 관여한 바는 없다(원고는 피고의 직원 I, J이 원고의 채용 과정에 참여하였다고 주장하나, 갑 제21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도급계약서는 F이 수행할 업무를 축중 및 무게중심고 실측업무로 특정하고 있고, 이 사건 도급계약서 일반계약조건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는 수급사업자가 수행하여야 하는 용역위탁의 내용 및 업무의 범위, 작업장소 등을 상세히 기술한 문서 혹은 그에 준하는 서면인 과업지시서를 과업내용 변경의 기준서로 정하고, 계약 체결시 양 당사자 간에 합의로 과업지시서를 작성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위 일반계약조건 제20조 제1항에서는 수급사업자가 목적물을 납품한 경우 원사업자로 하여금 수급사업자에게 수령증명서를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에서는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로부터 목적물을 수령한 날 또는 검수요청이 있는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검사결과를 수급사업자에 서면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고는 F에게 '축중/무게 중심고 실측/계산기술용역 프로젝트 개요'와 검수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위 프로젝트 개요서는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도급업무의 범위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이지 F의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 지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었다. F은 원고로 하여금 F이 자체적으로 수립한 일간/주간 작업계획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이 사건 업무는 차량도면을 바탕으로 차량의 각 부품이 실제 제작·조립되었을 경우 어느 정도의 중량과 무게중심을 가지는지 소프트웨어를 통하여 계산하는 업무인바, 원고는 피고로부터는 차량에 관한 정보(차종 및 관리모델)를, D로부터는 부품에 관한 정보(도면, 부품리스트, 사양표)를 각 제공받고, '카티아(CATIA)'라는 자동차 설계 관련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각 부품의 중량 및 무게중심을 측정한 다음, 부품별 결과를 종합하여 차종별 축중 및 무게중심을 도출하여 그 결과를 피고의 서버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위 카티아 프로그램에 대한 운용 능력이 요구되었는바, 원고는 축중팀 팀장으로 부임하기 전 전임자로부터 카티아 프로그램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F은 원고 이외에도 카티아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사건 업무 처리과정 중 차량도면의 다운로드는 F의 직원들이 C그룹 남양연구소에 방문하여 D 담당자의 보안 감독 하에 필요한 도면을 검색하여 다운로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차량도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피고의 직원들도 이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원고는 위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피고의 근로자와 F의 근로자가 하나의 작업집단을 구성하였다고 주장하나, 담당자의 감독 하에만 차량도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엄격한 보안을 요하는 D의 사업 특성 때문이지 이를 두고 피고의 근로자와 F의 근로자가 하나의 작업집단을 구성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의왕연구소 내 피고 직원들의 업무공간과는 격벽으로 분리된 F 직원들의 업무공간에서 근무하였다. F 직원들의 업무공간에서 피고 직원들의 업무공간으로 출입하기 위해서는 피고 직원의 사원증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F의 직원들은 피고 직원들의 업무공간으로 자유로이 출입할 수 없었다.
원고가 피고의 직원 I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고 I에게 업무보고를 하였으며 I이 원고에 대한 근태관리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제출한 증거들(갑 제8 내지 13, 15 내지 19, 갑 제20호증의 2, 갑 제22, 25 내지 31, 35, 42, 44, 45, 65, 68, 69, 70, 73호증)에 관하여 보건대, 업무지시 또는 근태관리에 관한 증거들은 피고 측에서 도급계약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수급인인 F 측에 업무와 관련한 요구를 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기 어렵고, 업무보고에 관한 증거들은 원고가 I에게 일방적인 보고를 한 것으로 보이며(오히려 I은 원고에게 근태에 관한 보고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였다), 원고와 K의 대화 녹취록, 원고와 G의 대화녹취록, 원고와 D L의 대화녹취록은 원고가 일방적으로 진술한 것이거나 대화상대방이 원고의 진술에 소극적으로 대답하는 내용을 담은 것에 불과하고, M의 확인서와 문자메시지는 F의 인턴사원이었던 M가 I뿐만 아니라 원고로부터도 업무교육, 업무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인바, 위 증거들을 근거로 원고가 주장하는 업무지시, 업무보고, 근태관리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원고는 2017. 4. 4.자 회의록(갑 제9호증)을 근거로 I이 원고에 대하여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회의록은 F 축증팀 팀원인 N과 원고 사이에 업무처리방식에 관한 갈등이 발생하여 이를 해결하고자 원고와 N의 업무를 분리하기로 정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일 뿐 위 회의를 통하여 I이 원고에게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위 일자 회의에서 I이 업무지시를 하였다는 근거로 제출한 증거(갑 제20호증의 1)는 원고와 N이 위 회의록에 서명을 하였다는 내용 이상을 담고 있지 않다.
갑 제14, 7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매주 목요일마다 피고의 직원 O에게 업무일지를 첨부한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인정되나, 이는 이 사건 도급계약상 도급업무의 진척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O가 위 업무일지를 통하여 원고에게 업무지시를 하였다거나 지시에 따른 업무수행을 강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2015. 12. 15., 2016. 1. 29. 및 2016. 6. 10. 피고가 개최한 워크샵에 참석한 사실은 갑 제24, 3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기는 하나, 피고로서는 작업운영·관리 등을 위하여 F의 직원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하여 피고가 주관하는 행사에 F의 직원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실질적으로 피고의 직원으로 편입되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원고는 F이 납품기일을 지키지 못하였음에도 피고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은 것은 피고와 F의 관계가 도급관계가 아니고 피고가 원고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사정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지휘·명령 여부와는 무관하므로, 이에 대한 근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F은 피고 외에도 자동차 부품 관련 회사들로부터 설계용역업무를 도급받아 수행하고 있다. F은 독자적으로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를 배치하였고, 원고를 포함한 F 소속 직원의 임금지급, 인사평가, 근태관리, 연차휴가 승인, 인사발령 등을 직접 결정하였다.
F은 피고에게 매년 임대료를 지급하고 이 사건 업무에 필요한 PWS 워크스테이션을 피고로부터 임차하여 사용하였다. 비록 카티아 프로그램 등의 구매 및 운용에 필요한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였으나, 이는 보안상 프로그램을 통제하여야 하는 이 사건 업무 특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도영(재판장) 이효은 정지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