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9. 20. 선고 2018노3680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인쇄물 등을 공급받으면서 그 대금을 지급할 능력과 의사가 없었음이 인정되고 기망행위와 편취행위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거나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각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인쇄물 납품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에 관하여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였다거나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에게 기망을 당하여 인쇄물을 납품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①

B는 2012. 10. 18. 피고인이 설립한 회사로서 피해자 회사와는 설립 직후인 2013. 4.경부터 거래를 시작하였다.

②

B는 2013. 4. 25. 피해자 회사로부터 670만 원 상당의 K-POP책자 인쇄물을 납품받은 것을 시작으로 하여 2014. 5. 30.경까지 30여 회에 걸쳐 합계 2억 4,700만 원 상당의 인쇄물을 납품받았다. 그런데 피고인은 1회차 납품 인쇄물의 경우 납품 당일에 대금 전액을 결제하였으나 그 이후에 납품된 인쇄물에 대하여는 2013. 5. 31. 납품받은 3,510만 원 상당의 인쇄물 납품대금 중 일부인 1,630만 원을 2013. 7. 26.에 결제하였을 뿐이고, 2014년에 이르러 피해자 회사가 대금 결제를 본격적으로 독촉하기 시작한 이후인 2014. 4. 28.에 이르기까지 전혀 대금을 결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③

피해자 회사는 B 이외의 거래처와는 선금을 받고 인쇄물을 납품하는 경우도 있지만 통상의 경우 납품한 후 1개월 정도 이후에 대금을 결제 받는 형태로 영업을 하였다. 그런데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이전에 전혀 거래를 한 경험도 없었고 외상대금에 관한 담보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사업 전망 등에 관한 설명을 듣고서 신설 회사인 B와 거래를 시작하였다. 피해자 회사는 거래 초기부터 3,51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외상대금이 결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2013. 6. 28.에 1,447만 원 상당의 인쇄물을 외상으로 납품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3. 12. 31.까지 합계 1억 8,000만 원, 월 평균 대금 2,000만 원을 상회하는 인쇄물을 대금 결제기일도 정하지 않고서 외상으로 납품하였고, 그 기간 동안 피해자 회사가 결제 받은 대금은 2013. 7. 26. 받은 1,630만 원이 유일하다. 피해자 회사와 B의 위와 같은 거래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회사는 B가 당장은 인쇄물 대금을 결제할 능력이 없다는 사정을 알고서도 B가 당시 추진 중이던 K-POP 관련 사업의 전망을 믿고서 거래 규모를 확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인은 당시 실제로 K-POP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고, 피고인이 사업 추진 내용 및 전망에 관하여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결과적으로 인쇄물 대금이 결제되지 않았다는 사정 이외에는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

④

자본금 2억 원 규모로 설립된 B가 201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이미 자본잠식상태에 이르렀고 이러한 사정은 2014년 회계연도에 더욱 악화되었음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그러나 B가 피해자 회사와 거래를 시작한 것은 설립 초기인 2013. 4.경부터인데, B가 당시 설립 직후의 회사였던 점, B의 사업 내용과 자본금 규모 등에 비추어 위 거래 개시 무렵에 B의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와의 거래를 할 당시에 이미 인쇄물 대금을 결제할 수 없게 될 만큼 B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피고인이 B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기한 내에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형 처벌을 받기도 하였으나, 그 범죄사실은 대부분 2013. 11. 이후의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했던 것이다).

⑤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G과 부사장이던 H은 B의 대금 결제가 지연되고 외상대금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잡지의 발행 부수를 늘리고 잡지의 질을 좀 더 고급화하라'는 식으로 충고를 하면서 B와의 계속 거래를 하였는바, 이는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각 사정을 종합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인 측은 2013. 4. 25.경 첫 거래로 피해자 회사로부터 약 670만 원 상당의 인쇄물을 공급받으면서 같은 날 그 대금을 전부 지급하였다.

②

피고인 측은 2013. 5. 31.경 피해자 회사로부터 합계 약 3,510만 원 상당의 인쇄물을 두 번째로 공급받았는데 그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2013. 7. 26.경 대금의 일부인 1,637만 원을 지급하는 등 (비록 대금의 일부에 불과하고 변제일이 다소 늦기는 하였으나) 두 번째 납품받은 인쇄물에 대한 대금도 상당 부분 지급하였다.

③

피고인 측은 그 이후 매월 피해자 회사로부터 인쇄물을 공급받았음에도 그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으나, 2014. 2.경부터 피해자 회사가 요구하는 상환계획서 등을 수시로 작성해 주었다.

④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작성해 준 상환계획서에는, 외부로부터의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 대금을 변제하겠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었고, (결과적으로 투자유치에 성공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상환계획서에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 허위라고 볼 내용은 드러나지 아니한다.

⑤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에, 2014. 4. 3.경 425만 원, 2014. 4. 28.경 합계 886만 원, 2014. 5. 27.경 430만 원 등 대금의 일부를 지급하기도 하였다.

⑥

이 사건 공소사실에 포함되어 있지는 아니하나, 피고인 측은 2014. 8. 6.경 피해자 회사로부터 약 409만 원 상당의 인쇄물을 공급받으면서 같은 날 이에 해당하는 대금 전부를 지급하였다.

⑦

피고인이 2015. 11. 27.경 피해자 회사에 작성해 준 상환계획서에는 '피고인 측의 사무실이 이전될 예정이고 이전되는 경우 바로 연락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등, 피해자 회사의 계속된 변제독촉에 대하여 피고인은 나름대로 성실하게 응하였고, 연락이 두절되거나 악의적으로 연락을 회피한 정황은 엿보이지 아니한다.

다.

소결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한정훈(재판장) 정성균 정윤택

각주1) 원심은 1,630만 원이라고 판단하였으나, 3회에 걸쳐 1,637만 원을 입금하였다(수사기록 제40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